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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과제척기간 3개월 전이라도 과세전적부심사 결정 전에 한 과세처분은 당연 무효
부과제척기간 3개월 전이라도 과세전적부심사 결정 전에 한 과세처분은 당연 무효
  • 이강민 변호사·법무법인 율촌
  • 승인 2020.05.08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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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적·예방적 권리구제절차로서의 과세전적부심사 제도

절차적 하자를 중시하여 과세처분을 당연무효로 보아

조세행정에서 적법절차의 원칙을 강조하는 대법원의 경향

과세관청도 판결 취지에 따라 납세자의 권리를 엄격하게 보장할 필요있어

 

- 대법원 2020.4.9. 선고 2018두57490 판결 -

 

●요약

대법원은 과세전적부심사를 거치지 않고 과세처분을 할 수 있는 예외사유를 엄격 해석해 부과제척기간이 3개월 미만으로 남았다는 이유로 과세전적부심사 결정 전에 한 과세처분을 당연 무효라고 판단했다.

국세기본법은 사전구제 절차로서 과세전적부심사 제도를 두고 있는데, 예외적으로 과세전적부심사를 거치지 않고 과세처분을 할 수 있는 사유로 부과제척기간이 세무조사 결과통지일 또는 과세예고통지일로부터 3개월 이하인 경우를 규정하고 있다. 법문에서는 위 3개월의 기산일을 세무조사 결과통지일 또는 과세예고통지일로 명했음에도 불구하고, 과세관청은 해당 문언을 확대해석해 과세전적부심 도중 제척기간이 3개월 밖에 남지 않은 경우에는 과세전적부심의 결정을 기다리지 않고 바로 과세처분을 해도 무효사유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대상판결은 납세자의 절차적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 과세전적부심사 예외사유를 엄격하게 인정한 것으로 타당하다.

 

1. 대상판결의 사실관계

대상판결의 사실관계가 복잡한 관계로 과세전적부심사 쟁점과 관련된 사실관계만 간단히 소개하기로 한다.

원고는 1968.3.25. 제선·제강 및 압연재의 생산과 판매업을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이다. 대구지방국세청장은 원고에 대한 2005 내지 2009 각 사업연도 귀속분 법인세 등에 대한 정기세무조사를 실시한 후, 2010.11.30. 원고에 대해 위 각 사업연도 귀속분 법인세 과세예고통지를 했다.

이에 원고는 2010.12.29. 국세청장에게 과세전적부심사(이하 ‘이 사건 과세전적부심사’라 한다)를 청구했다. 피고는 이 사건 과세전적부심사에 대한 심리가 계속 중이던 2011.3.22. 위 각 법인세 중 2005사업연도 귀속분의 부과제척기간이 임박했다는 이유로 원고에 대해 2005 사업연도 귀속분 법인세를 부과·고지했다(위 과세처분을 이하 ‘2005년 법인세 부과처분’이라 한다).

 

2. 쟁점의 정리

국세기본법은 사후적 권리구제 절차인 행정심판(조세심판 또는 심사청구)이나 행정소송 외에도 사전적 권리구제 절차로서 과세전적부심사 제도를 두고 있다. 즉, 과세예고 통지 또는 세무조사 결과 통지를 받은 납세자는 그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과세관청에게 과세전적부심사를 청구함으로써 과세처분이 이루어지기 전에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가질 수 있고, 이에 따라 과세관청은 사전에 위법·부당한 처분을 스스로 시정할 수 있다. 특히, 납세자로서는 세액을 납부한 뒤 다투는 사후적 권리구제 절차보다, 세액을 납부하기 전에 과세관청이 과세예고된 처분을 하지 않도록 사전적·예방적으로 권리구제를 받는 것이 여러 측면에서 훨씬 유리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과세전적부심사 제도는 납세자에게 대단히 중요한 제도이다.

국세기본법 제81조의15 제2항 제3호에서 세무조사 결과통지일 등으로부터 부과제척기간이 3개월 이하로 남았을 경우 과세전적부심사 제도를 적용하지 않는 예외를 두고 있는데, 대상판결에서는 과세전적부심사의 심리기간이 길어져 부과제척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이유로 과세관청이 납세자에게 과세전적부심사 절차를 제대로 보장해 주지 않은 채 과세처분을 한 것이 당연무효 사유인지가 문제되었다.

 

3. 대상판결의 요지

대상판결은 사전구제 절차로서 과세전적부심사 제도의 기능과 권리구제의 범위, 제도 도입의 경위와 취지, 납세자의 절차적 권리 보장의 필요성, 헌법 제12조 제1항에서의 적법절차 원칙은 과세절차에도 적용돼야 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관계법령에서 과세전적부심사에 대한 결정이 있기 전이라도 과세처분을 할 수 있는 예외사유로 정하고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과세예고통지 후 과세전적부심사 청구나 그에 대한 결정이 있기도 전에 과세처분을 하는 것은 과세전적부심사 제도 자체를 형해화시킬 뿐만 아니라 과세전적부심사 결정과 과세처분 사이의 관계 및 그 불복절차를 불분명하게 할 우려가 있으므로, 그와 같은 과세처분은 납세자의 절차적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서 그 하자가 중대하고도 명백하여 무효라고 보았다.

위와 같은 법리를 설시한 후, 원고가 피고로부터 2005사업연도 법인세에 관한 세무조사 결과통지 및 과세예고통지를 받은 2010.11.30.부터 위 과세처분의 부과제척기간 만료일인 2011.3.31.까지의 기간이 3월을 초과함은 역수상 분명하므로, 피고의 주장과 같이 구 국세기본법 제81조의15 제2항 제3호에서 정한 예외사유가 있다고 볼 수 없고, 납세자의 권리를 침해한 하자는 중대하고도 명백하여 무효라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4. 평석

가. 과세전적부심사 제도에 관한 절차적 권리 보장의 중요성

과세전적부심사 제도는 1999.8.31. 법률 제5993호로 국세기본법이 개정되면서 납세자의 권익 향상과 세정의 선진화를 위해 도입됐다. 사후적 권리구제절차인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되어 효율성이 낮을 수 있다는 점과 대비해볼 때, 과세전적부심사 제도는 과세관청이 위법·부당한 처분을 할 가능성을 줄이고 납세자도 과세처분 이전에 자신의 주장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사전적·예방적 구제제도의 성질을 가진다.

국세기본법은 과세예고통지 또는 세무조사 결과통지를 받은 자는 30일 이내에 과세전적부심사를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면서, 청구를 받은 과세관청으로 하여금 30일 이내에 결정결과를 청구인에게 통지하도록 하고, 결정이 있을 때까지 과세표준 및 세액의 결정이나 경정결정을 유보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과세관청이 납세자에게 과세전적부심사를 청구할 수 있는 기회를 제대로 보장하지 않고 과세처분을 할 경우에는 당해 과세처분 자체에는 절차적 하자가 있어 위법함을 면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해 과거 대법원은 “납세자에게 과세예고 통지를 하지 않아 과세전적부심사의 기회를 주지 않은 채 한 과세처분에 절차상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본 하급심 판결에 대한 상고를 심리불속행으로 기각했다(대법원 2015.10.15.자 2015두2772 판결, 서울고등법원 2015.6.2. 선고 2014누3480 판결). 그러나, 그 후 대법원은 과세예고통지를 하지 않은 과세처분에 대해 중대한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그 처분이 위법하다고 인정했고(대법원 2016.4.15. 선고 2015두52326 판결), 과세전적부심사를 청구했는데, 그 청구기간인 30일이 지나기 전에 과세처분을 한 것은 절차상 하자가 중대·명백하여 무효라고 봤다(대법원 2016.12.27. 선고 2016두49228 판결).

위와 같은 대법원의 태도는 과세전적부심사를 청구할 수 있는 납세자의 절차적 권리가 최대한 보장돼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으로서, 이 사건에서도 법문상 규정되지 않는 예외사유를 확대한 것으로서 과세관청이 부과제척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이유로 과세전적부심사의 기회를 박탈하였기에 이 사건 처분에는 일단 중대한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나. 이 사건 처분이 당연무효인지 여부에 대한 판단

이 사건 처분에 중대한 절차적 하자가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객관적으로 명백한 하자가 아니라면 과세처분의 취소사유에 불과할 뿐 당연무효 사유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원심은 이 사건 처분의 절차적 하자가 국세기본법의 규정 자체에 의하여 객관적으로 명백하다고 판단했다. 즉, 국세기본법 제81조의15 제2항 제3호에서 말하는 ‘국세부과 제척기간의 만료일까지의 기간이 3개월 미만인 경우’인지의 판단 기준일은 해당 문언에서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듯이 ‘세무조사 결과통지 및 과세예고통지를 하는 날’일 뿐 피고의 주장과 같이 ‘과세처분일’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그 밖에 과세전적부심사를 생략할 수 있는 예외적 사유가 있다는 사정도 외형상 전혀 찾아볼 수 없음에도, 과세전적부심사 결정없이 이 사건 과세처분을 하였기에 원고의 권리를 침해한 절차적 하자는 객관적으로 명백하다고 판단했다. 대상판결도 앞서 밝힌 법리를 바탕으로 원심이 설시한 구체적인 내용을 통해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다고 보고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했다.

생각건대, 세무조사 결과통지를 한 후 30일 내에 납세자가 과세전적부심사 청구를 하고, 과세관청은 그 청구를 받은 날로부터 30일 내에 결정을 하도록 하고 있으며, 심리에 필요한 자료가 제대로 제출되지 않을 경우 보정요구를 통해 신속한 심리를 할 수 있다. 따라서 과세관청으로서는 현실적으로 단시일 내에 과세전적부심사 결정을 하기 곤란하다고 하더라도, 별도의 명문의 규정이 없는 한 이를 근거로 납세자에게 보장된 절차적 권리를 침해하는 것은 객관적으로 명백하다고 할 것이므로, 대상판결의 판단은 타당하다.

 

다. 대상판결의 의의

대법원은 조세행정에 있어서도 형사절차와 마찬가지로 절차적 적법성을 엄격하게 준수할 것을 요구하는 취지의 판결을 선고하고 있다. 대법원은 중복세무조사에 기초한 과세처분은 위법하고, 예외적으로 허용될 수 있는 사유 역시 엄격한 요건 하에서만 인정된다고 본다(대법원 2015.9.10. 선고 2013두6206 판결). 또한 국세기본법상 위법한 세무조사 대상 선정으로 과세자료를 수집한 후 과세처분을 하는 것은 적법절차의 원칙을 어긴 것으로서 과세처분이 위법하다고 본다(대법원 2014.6.26. 선고 2012두911 판결). 나아가, 앞서 보았듯이 대법원은 과세전적부심사 기회의 부여와 관련해 적법절차의 원칙이 지켜져야 함을 강조했다(대법원 2016.4.15. 선고 2015두52326 판결 등). 이와 같이 적법절차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일련의 대법원의 입장은 앞으로도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이고, 대상판결 역시 이러한 흐름이 반영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과세전적부심사 제도는 납세자가 과세처분이 이루어지기 전에 사전적으로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는 중요한 절차임에도 2016년 대법원이 절차 하자의 중대성을 인정하기 이전에는 사후적 권리구제 절차가 있으니, 절차보장의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인식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대법원이 2016년 위와 같이 확고하게 절차보장의 필요성을 인정했음에도 여전히 과세관청은 과세전적부심사에서의 납세자의 권리를 중요하게 보호할 필요성이 없다고 보고 법문상 부과제척기간이 임박한 때의 기산점은 세무조사 결과통지일 또는 과세예고통지일임에도 과세처분일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을 유지해 대상판결과 같은 선례를 다시 남기게 되었다.

심지어 최근에는 과세처분의 절차상 하자가 중대·명백하여 무효인 경우에도 국세기본법 제26조의2 제2항에서 정한 1년의 특례제척기간이 적용될 수 있다면서, 절차적 하자로 인해 과세처분이 무효가 되는 것이 납세자에게 무용한 절차를 반복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그렇지만 무효인 하자를 시정해서 재처분을 하는 것은 판결에 따른 재처분이 아니라 새로운 처분에 해당하므로 특례제척기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은 무효의 법리상 당연한 것이다. 설사 부과제척기간이 남아있는 경우라 하더라도, 행정판결의 기속력 범위를 좁게 보고 절차 하자만 치유하면 재처분이 가능하다고 보는 견해는 과세관청이 절차상 하자가 중대, 명백한지와 무관하게 세금을 징수할 수 있어 별도의 불이익이 없기에, 결국 과세관청으로 하여금 납세자의 권리를 보장할 유인을 전혀 제공하지 않는 결과를 가져온다. 즉, 이러한 견해는 행정소송이 단순히 당사자의 권리구제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이와 아울러 국가행정에 대한 통제기능을 수행한다는 것을 간과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재처분 가능성에 대한 논의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적어도 과세관청 스스로 제대로 된 절차를 거쳐 과세처분을 하는 것이 과세관청이 행사하고 있는 국가공권력의 정당성을 얻는 기초라는 점을 충분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영미법의 오래된 격언과 같이 “정의는 실현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실현되는 것처럼 보여야”하기 때문이다(not only justice must be done, but also seen to be done). 과세관청은 대상판결의 취지를 십분 살려 앞으로 납세자의 절차적 권리를 엄격하게 보장하길 바란다.

 

 

이강민 변호사·법무법인 율촌

•제32기 사법연수원 수료
•성균관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제42회 사법시험 합격
•2006~현재 법무법인(유) 율촌
•법무부 민사소송법(소송능력 편)개정 특별분과위원회 위원
•법무부 민법(법인 편)개정 특별분과위원회 위원
•2014~현재 한국세법학회 이사
•2013~현재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리걸 클리닉 자문위원
•대한변호사협회 이사
•한국가업승계기업협의회 자문위원
•중소기업중앙회 가업승계지원위원
•헌법재판소 헌법재판연구원 강의
•법무부 법무실 법조인력정책과 파견근무
•육군 법무관

 

 


이강민 변호사·법무법인 율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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