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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무개념 보고양식 탓”…공익법인 사용내역 논란
“정부의 무개념 보고양식 탓”…공익법인 사용내역 논란
  • 이상현 기자
  • 승인 2020.05.12 12: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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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익법인 회계‧세무전문가, “기재부는 ‘요지부동’, 국세청은 ‘어리둥절’”
- “수혜자 배분명세 기록양식과 고정‧일반경비 기록양식 다르게 고치자”
- “기재부, 기부금품 증여세 과세목적만 고려…국세청도 더 관심 가져야”

일본 제국주의자들로부터 피해를 받은 위안부 할머니들을 도와 온 정의기억연대의 기부금 사용 내역이 국민적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공익법인이 국세청에 보고하는 양식이 논란 소지를 제공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비영리단체가 사업비를 집행하는 방식을 기입하는 세무보고 양식이 항목별 속성 차이를 구분하지 않고 무조건 죄다 기록하라고 하니, 보고 대상 단체들이 서류제출 기한에 임박해 무의미한 숫자를 기록하는 게 현실이라는 주장이다.

공익법인 회계와 세무 전문가인 최호윤 회계사는 12일 본지 통화에서 “기부금 사용내역에 수혜자 인원을 9, 99, 999, 9999라는 의미 없어 보이는 숫자를 기록한 것에 대한 성토로 언론이 도배되는데, 양식이 가진 문제점을 이해하지 않으면 오해하기 딱 좋은 상황”이라며 이 같이 주장했다.

최 회계사는 “문제의 숫자는 기부금(품)모금 및 사용실적 명세를 공시하는 세무보고 양식에 나온 내용이며, 사소한 지출처의 경우 구분이 쉽지 않은데 보고양식은 세부 정보까지 기록하도록 돼 있어 실무자 입장에서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기부금을 받아 공익사업에 쓰는 법인의 경우 고유목적, 곧 수혜자에게 직접 배분되는 사업에 대한 사용실적 명세를 기록하는 양식과 고정‧일반경비를 기록하는 양식이 달라야 한다는 게 최 회계사 주장의 골자다.

최 회계사에 따르면, 비영리단체가 사업비를 집행하는 방식은 ①수혜자에게 직접 배분하는 사업 ②단체 목적사업 수행을 위한 활동 성격의 비용 집행 ③내부인력 인건비와 활동실비 지급 등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수혜자에게 직접 배분하는 사업’의 경우 단체들이 수혜자 정보를 관리하면서 수혜자 개인별로 각각 어떤 금액들을 집행했는지를 관리할 수 있다. ②와 ③의 경우 수혜자에게 필요한 물품을 지급하기 위한 물품을 사면서 ‘물품을 구입한 거래처 사업자등록번호’를 개별 관리해서 기록해야 한다.

가령 물품지급을 위해 쓴 교통비에 대해 교통수단 사업주의 사업자등록번호를 관리해서 기록해야 한다. 수혜자들과 만나 대화하는 시간에 필요한 간식을 사면 ‘간식을 구입한 거래처 사업자등록번호’를 기록해서 관리해야 한다.

최 회계사는 “단체들이 집행하는 수혜자 배분비용은 수혜자 단위로 관리할 중요성이 있지만 배분비용 이외의 비용은 지불 거래처별로 관리할 중요성이 없다”면서 “단지 지불한 내역과 증빙을 장부로 기록하고 관리하는 게 현실”이라고 밝혔다.

최 회계사는 “세무보고 양식이 ①과 ②의 속성 차이를 구분하지 않고 사업비 지출내역거래처를 모두 기록하라고 하니 단체들은 중요하지 않은 관리거래처정보를 별도로 정리하지 않고 있다가 3월말 서류제출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궁여지책으로 9, 99, 999 라는 무의미한 숫자를 기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개인정보관리 제한으로 올해 국세청 양식 작성 방법에는 ‘개인정보관리가 안 되는 경우, 개인정보를 표시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 상황”이라며 “특정인 구분 기준으로 주민번호 또는 사업자등록번호 보다 더 강력한 구분자가 없는 상황에서 이를 사용할 수 없으니 개별적 구분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대형 공익법인을 제외한 대부분의 단체는 지난해부터 도입된 복식부기 공익법인회계기준도 허덕이면서 이제 막 적용하기 시작하는 상황”이라며 “이런 현실을 모르는 상황에서 단순하게 비난하기 시작하면 많은 비영리조직이 비난의 대상이 된다”고 주장했다.

이번 정의기억연대 회계 투명성 문제는 현행 공익법인 재무 행정이 기부자 등 이해관계자(stakeholder)에 대한 ‘경영공시’를 포함한 ‘회계’ 측면이 거의 무시되면서 ‘세무’ 측면만 고려돼 빚어졌다는 주장도 눈에 띈다.

최 회계사는 “문제가 된 양식은 기획재정부 세제실 재산세제과에서 만든 양식인데, 기부금품 관련 증여세 과세 목적만 고려됐음이 뚜렷하다”면서 “비슷한 문제로 지난 2013년 언론중재까지 있었는데, 여전히 기재부는 ‘요지부동’, 국세청은 ‘어리둥절’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익법인이 투명성 등의 책무를 감당할 수 있는 공식적 요구사항을 좀 더 세밀하게 다듬어야 한다는 관점에서 비영리분야에 대한 논의와 고민이 많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의기억연대의 기부금 사용내역을 계기로 공익법인 회계 투명성 문제가 논란을 빚고 있다. 사진은 윤미향 당시 정대협 상임대표(가운데)가 지난 2016년 2월 19일 외교부 기자들과 간담회를 하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정의기억연대의 기부금 사용내역을 계기로 공익법인 회계 투명성 문제가 논란을 빚고 있다. 사진은 윤미향 당시 정대협 상임대표(가운데)가 지난 2016년 2월 19일 외교부 기자들과 간담회를 하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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