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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자력 또는 소재불명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국가는 납세의무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여 조세징수권의 소멸시효를 중단시킬 수 있다
무자력 또는 소재불명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국가는 납세의무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여 조세징수권의 소멸시효를 중단시킬 수 있다
  • 강지현변호사 법무법인(유) 광장
  • 승인 2020.05.15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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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현 변호사
법무법인(유) 광장
전 조세심판원 및
기획재정부 세제실 사무관

1. 사안의 개요와 쟁점

용인세무서장은 2011.3.2. 납세의무자인 피고에게 법인세 약 223억원을 납부기한을 2011.3.31.로 지정하여 부과·고지했는데, 피고는 주사무소가 일본국 카나가와현에 있는 외국법인으로 국내에 아무런 재산을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

용인세무서장은 2011.4.8. 피고에게 위 법인세와 가산금에 대한 독촉장을 발송해 그 독촉장이 2011.4.11. 피고에게 도달했다.

중부지방국세청장은 2014.6.경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제30조 및 다자간 조세행정공조협약 제11조에 따라 국세청장을 통해 일본국에 징수위탁을 요청했으나, 일본국과 상호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징수절차가 진행되지 않았다.

 

그 후 중부지방국세청 소속 국세조사관이 2014.12.경 일본국 소재 피고의 사업장을 직접 방문해 피고에게 납부 최고기한을 2014.12.31.로 지정한 납부최고서를 교부하고자 했으나 피고가 그 수령을 거부했고, 중부지방국세청장은 2014.12.24. 국제등기우편으로 위 납부최고서를 피고에게 발송했다.

이후 원고(대한민국)는 2015.5.26. 법인세 등 채권의 존재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했다.

이 사건의 쟁점은 조세채권자인 국가가 국세징수법 제28조를 넘어 민법 제168조를 준용하여 재판상 청구를 통해 국세징수권의 소멸시효 중단을 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2. 대법원 판결 요지

가. 구 국세기본법(2013.1.1. 법률 제1160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27조 제2항은 국세징수권의 소멸시효에 관해 국세기본법 또는 세법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민법에 따른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28조 제1항은 납세고지(제1호), 독촉 또는 납부최고(제2호), 교부청구(제3호), 압류(제4호)를 국세징수권의 소멸시효 중단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위 납세고지, 독촉 또는 납부최고, 교부청구, 압류는 국세징수를 위해 국세징수법에 규정된 특유한 절차들로서 국세기본법이 규정한 특별한 국세징수권 소멸시효 중단사유이기는 하다. 그러나 구 국세기본법은 민법에 따른 국세징수권 소멸시효 중단사유의 준용을 배제한다는 규정을 두지 않고 있고, 조세채권도 민사상 채권과 비교해 볼 때 그 성질상 민법에 정한 소멸시효 중단사유를 적용할 수 있는 경우라면 그 준용을 배제할 이유도 없다. 따라서 구 국세기본법 제28조 제1항 각 호의 소멸시효 중단사유를 제한적·열거적 규정으로 보아 구 국세기본법 제28조 제1항 각 호가 규정한 사유들만이 국세징수권의 소멸시효 중단사유가 된다고 볼 수는 없다. 이와 같은 관련 규정의 체계와 문언 내용 등에 비추어, 민법 제168조 제1호가 소멸시효의 중단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청구’도 그것이 허용될 수 있는 경우라면 구 국세기본법 제27조 제2항에 따라 국세징수권의 소멸시효 중단사유가 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한편 조세는 국가존립의 기초인 재정의 근간으로서, 세법은 공권력 행사의 주체인 과세관청에 부과권이나 우선권 및 자력집행권 등 세액의 납부와 징수를 위한 상당한 권한을 부여해 그 공익성과 공공성을 담보하고 있다. 따라서 조세채권자는 세법이 부여한 부과권 및 자력집행권 등에 기하여 조세채권을 실현할 수 있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납세자를 상대로 소를 제기할 이익을 인정하기 어렵다.

다만 납세의무자가 무자력이거나 소재불명이어서 체납처분 등의 자력집행권을 행사할 수 없는 등 구 국세기본법 제28조 제1항이 규정한 사유들에 의해서는 조세채권의 소멸시효 중단이 불가능하고 조세채권자가 조세채권의 징수를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충실히 취해 왔음에도 조세채권이 실현되지 않은 채 소멸시효기간의 경과가 임박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시효중단을 위한 재판상 청구는 예외적으로 소의 이익이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리고 국가 등 과세주체가 당해 확정된 조세채권의 소멸시효 중단을 위해 납세의무자를 상대로 제기한 조세채권 존재 확인의 소는 공법상 당사자소송에 해당한다.

…(중략)…


다.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외국법인인 피고에게 국내사업장이 없어 과세관청이 구 법인세법(2007.12.31. 법률 제883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7조 제1항, 제60조 제1항에 따라 국내원천소득에 관한 법인세 신고·납부의무가 있는 피고에 대해 법인세를 부과·고지했는데, 피고의 재산이 외국에는 있으나 국내에는 없어 압류 등 조치를 취하지 못했고, 징수위탁을 위한 상호합의 등의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그 법인세와 가산금을 징수하지 못하고 소멸시효 완성이 임박했으므로, 그 소멸시효 중단을 위한 이 사건 소는 예외적으로 소의 이익이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원심의 이유 설시에 일부 부적절한 점은 있으나, 이 사건 소의 확인의 이익을 인정한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다.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국세징수권의 소멸시효 중단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한 잘못이 없다.

 

3. 대법원 판결의 의미

조세채권자인 국가가 납세의무자를 상대로 ‘재판상 청구’를 통해 국세징수권의 소멸시효를 중단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 실무상 많은 논란이 있어 왔다. 다만 이를 일반적으로 허용하는 견해는 찾아보기 어렵다. 국가는 조세채권의 내용을 직접 구체적으로 확정할 수 있는 부과권을 가지고 있고, 압류 등을 통해 직접 그 만족을 구할 수 있는 징수권(자력집행권)도 가지고 있는 점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국세기본법 제28조 제1항이 징수절차에 따라 4가지의 소멸시효 중단사유를 별도로 정하고 있는 것도 그 주된 이유이다.


그러나 납세의무자가 자력이 없거나 소재불명이어서 체납처분 등의 자력집행권을 행사할 수 없는 등과 같은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재판상 청구에 의한 시효중단을 인정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는 견해가 나누어진다.

반대하는 견해는 일반적인 경우와 같은 취지에서 국세기본법 제28조 제1항은 국세징수권의 소멸시효를 별도로 정한 특별규정에 해당하고, 따라서 각각의 중단사유는 제한적·열거적으로 봐야 한다고 한다. 자력집행권 유무와 같이 조세채권과 민사채권에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고, 조세법률관계는 조기확정이 필요하다는 점도 이유로 든다.


이와 달리 찬성하는 견해는 위 규정을 특별규정으로 볼 수 없다고 한다. 순차적으로 이루어지는 징수절차를 고려해 압류할 재산이 있는 납세의무자를 전제로 중단사유를 정한 것이므로, 만약 이를 적용할 수 없는 경우라면 민법의 규정을 준용해 시효를 중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자력 등을 이유로 압류가 불가능한 납세의무자에 대해서는 재판상 청구 등과 같은 민법상 방법 외에는 소멸시효를 중단할 다른 방법이 없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한다. 소멸시효 중단의 측면에서는 조세채권과 민사채권에 본질적 차이가 있다 볼 수 없고, 자력집행권이 부여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재판상 청구를 불허하는 것은 오히려 권리 위에 잠자는 자를 보호하지 않으려는 시효제도의 취지에 반하며, 소멸시효 제도를 악용하는 납세의무자가 날로 증가하고 있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든다.


대상판결은 납세의무자가 무자력이거나 소재불명이어서 체납처분 등과 같은 자력집행권을 행사할 수 없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민법을 준용해 재판상 청구를 통해 국세징수권의 소멸시효를 중단시킬 수 있다고 하여, 찬성하는 입장임을 분명하게 밝혔다. 시효중단을 위한 국가의 남소가 우려될 수도 있으나, 대상판결은 ‘조세채권자가 조세채권의 징수를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충실히 취하여 온 것’ 또한 그 요건으로 삼고 있으므로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상판결은 국세징수권의 시효중단에 관한 실무상의 논란을 명확하게 정리한 최초의 판결로서 그 의의가 있으며, 향후 국가(과세관청)의 응소행위에 관해서도 동일하게 시효중단의 효력을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판례의 태도 변화를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

[대법원 2020.3.2. 선고 2017두41771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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