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세청→기재부→국세청 3기관 모두 체험한 문무겸비 세금 전문가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모든 게 오로지 마음먹기에 달려 있습니다. 아울러 ‘공직(公職)의 가치가 참으로 크다’는 점을 떠나는 마당에 절실히 느낍니다.”
나성길 평택세무서장이 지난 26일 36년 공직 생활을 마무리하는 퇴임식 자리에서 세무서 후배들에게 한 말이다. 지난 3년간 퇴임하는 직장 동료들을 위해 줄곧 격려사만 해왔던 나 서장으로선 사뭇 먹먹한 순간이었다.
이미 겪은 사람에게는 생생한 체험이 주는 통찰이지만 자칫 ‘꼰대’의 잔소리로 들릴지 모른다는 조바심이 있었던 걸까? 나 서장은 “후배 여러분에게 보내는 응원메세지로 받아들여 달라”고 토를 달았다.
자신에게 다가와 꽃이 되어준 아내와 자녀들의 이름을 이날 퇴임식에서 불렀다. 아내에게는 “공직생활을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동반자 역할을 해 준 사랑하는”이라는 수식어를, 두 아들에게는 “맞벌이로 사랑과 도움을 제대로 주지도 못줬는데 건강하고 바르게 성장해 준”이라는 수식어를 각각 붙여 이름을 불렀다.
가정과 직장에서 만난 모든 가족에게는 “행복은 찾지 말고 만들어 가자”고 말했다.
나 서장은 관세청과 기획재정부 세제실, 국세청 3개 기관을 모두 근무한 특이한 경력을 가졌다. 법령의 생로병사와 그에 영향을 미치는 세무행정 집행 현장을 두루 거쳤고, 지구촌 경제로 관심과 이슈가 옮아가는 현장에서 그 맥락을 짚을 수 있는 명실상부한 전문가다.
부가가치세 이론서 집필자로, 이론과 실무를 아우르는 국내 최고 품격의 학술단체 조세연구포럼을 창립한 학자로도 후학들에겐 정평이 나 있다.
퇴임사에서는 “다양한 3개 기관 조직문화를 직접 겪으며 힘든 적도 있었지만, 참 행복했다”는 정도로 숨은 이력을 응축해 소개했지만, 기재부 세제실에서 국세청 전입 후 국세공무원교육원에서만 6년 5개월간 교수로 일했기에, 현진 국세공무원 절대다수가 그의 강의를 들은 제자들이다.
평택세무서는 국세청 개청(1966년)보다 앞선 1934년에 당시 재무부 사세국 예하 징세관청으로 문을 열었다. 나성길 서장은 지난 2019년 이 세무서 65대 서장으로 취임, 1년 임기를 마치고 명예롭게 퇴임했다.
한길학교, 평택남부노인복지관, 상공회의소 등 여러 지역 공공기관들과의 협력해 코로나19 대응 등 각종 지역 현안들을 챙겼다. 세무서 직원들에게는 출근하고 싶은 직장분위기를 만들자고 독려, 청사 환경도 고치고 ‘이 달의 평택인상’도 만들어 신나는 일터를 만들었다.
공직의 무게를 항상 느끼자는 나 서장의 당부는 자못 숭고한 감동으로 퇴임식장을 엄습했다.
“‘내가 세무서장’이라는 인식하에서 국민을 생각하면서 친절한 국세행정을 펼쳐주길 바랍니다. 그렇게 하면 일하는 보람이 따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