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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이미 했던 주장 등을 그에 대한 경정청구 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다시 하는 것은 기판력에 반하여 허용되지 않는다
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이미 했던 주장 등을 그에 대한 경정청구 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다시 하는 것은 기판력에 반하여 허용되지 않는다
  • 강지현변호사 법무법인(유) 광장
  • 승인 2020.07.24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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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현 변호사
법무법인(유) 광장
전 조세심판원 및 기획재정부
세제실 사무관

1. 사안의 개요와 쟁점(관련 부분만을 다룸)

원고는 2008년경부터 2011년경까지 A에게 미술품 거래사업의 필요자금 명목으로 변제기 3개월 이내, 이자 원금의 10%로 정하여 돈을 반복적으로 대여했는데, 그 중 2010년경까지 대여한 돈에 관하여는 A로부터 대여원금의 10%에 해당하는 이자를 더한 원리금을 지급받았다.

피고(과세관청)는 2012.6.경 원고가 지급받은 이자와 관련해 2008년 내지 2010년 귀속 종합소득세 등 부과처분을 했다(이하 ‘당초 처분’이라 한다).

이에 원고는 당초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했고, 소송계속 중인 2013.6.경 A에게 기망을 이유로 이자 발생의 원인이 된 대여계약을 취소한다는 의사표시를 한 다음, 해당 과세기간 귀속 이자소득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등의 주장을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A의 기망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 등으로 원고 패소 판결을 선고했고,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이하 ‘이 사건 선행 확정판결’이라 한다).

한편 A는 2008년 초순경부터 미술품 거래사업의 필요자금 명목으로 돈을 차용한 후 다른 차용금 등으로 기존 차용금 등의 원리금을 지급하는 이른바 ‘돌려막기’수법으로 돈을 융통하던 중, 2011.9.경부터 같은 해 11월경까지 원고를 기망하여 돈을 편취했다는 사실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죄 등으로 유죄 판결을 선고받았고, 판결은 모두 그대로 확정됐다(이하 ‘이 사건 형사판결’이라 한다).

원고는 2015.5.경 A에게 기망을 이유로 대여계약을 취소한다는 의사표시를 한 후, 2015.6.경 당초 처분에 대한 경정청구를 했으나, 피고는 이 사건 선행 확정판결의 존재 등을 이유로 원고의 경정청구를 거부했다(이하 ‘이 사건 거부처분’이라 한다).

원고는 2016.3.22. 이 사건 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했다.

이 사건의 쟁점은 당초 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이미 행사했던 주장 등(공격방어방법)을 그에 대한 경정청구 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다시 행사하는 것이 확정된 부과처분 취소소송 판결의 기판력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는 것인지 여부이다.

 

2. 대법원 판결 요지

가. 확정판결의 기판력의 존부는 직권조사사항이므로 당사자의 주장이 없더라도 법원이 이를 직권으로 조사해 판단할 수 있다(대법원 1990.10.23. 선고 89다카23329 판결, 대법원 1992.5.22. 선고 92다3892 판결 등 참조). 한편 통상의 과세처분 취소소송에서와 마찬가지로 감액경정청구에 대한 거부처분 취소소송 역시 그 거부처분의 실체적·절차적 위법 사유를 취소 원인으로 하는 것으로서 그 심판의 대상은 과세표준신고서에 기재된 과세표준 및 세액의 객관적인 존부라 할 것이므로, 그 과세표준 및 세액의 인정이 위법이라고 내세우는 개개의 위법사유는 자기의 청구가 정당하다고 주장하는 공격방어방법에 불과하다(대법원 2004.8.16. 선고 2002두9261 판결 참조).

나. 앞서 본 사실관계를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선행 확정판결의 소송물과 이 사건 소의 소송물은 모두 원고의 각 해당 과세기간 귀속 이자소득의 과세표준과 세액의 객관적 존부로서 동일하고, A의 기망을 이유로 한 대여계약의 취소는 이 사건 선행 확정판결의 변론종결 이전에 이미 행사했던 공격방어 방법이므로 원고가 다시 A의 기망을 이유로 대여계약의 취소를 주장하며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것은 이 사건 선행 확정판결의 기판력에 저촉되어 허용될 수 없다. 따라서 원고의 청구는 이와 모순 없는 판단을 하기 위해 기각돼야 한다.

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 사건 선행 확정판결의 소송물과 이 사건 소의 소송물이 다르다는 잘못된 전제 하에 이를 배척하고 본안에 나아가 판단한 결과,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이를 인용하고 말았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경정청구 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의 기판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3. 대법원 판결의 의미

우리 세법은 납세의무자가 스스로 과세표준 및 세액을 신고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에 따라 당초 신고한 내용에 잘못이 있을 경우에는 납세의무자가 스스로 수정할 수 있는 권한도 함께 부여하고 있다. 이 중 당초 신고한 세액을 감액하는 수정을 경정청구라 하고, 일반적(통상적) 사유인 경우에는 5년 이내에, 후발적 사유인 경우에는 사유발생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가능하다. 반대로 납세의무자의 신고가 없거나 또는 세액을 작게 신고한 경우에는 과세관청이 직접 세금을 부과한다.

이와 같이 두 가지 방식으로 세금이 정해지므로 이에 대한 다툼 또한 두 가지 방식으로 가능하다. 과세관청의 부과처분이 있는 경우에는 이에 대해 직접적으로 취소를 구하면 되고, 만약 신고 등이 있는 경우라면 그에 대해 경정청구를 한 후 이에 대한 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하면 된다. 그런데 세금을 둘러싼 법률관계 등이 복잡다단한 까닭에 동일한 세금에 대해 두 가지 방식의 다툼이 모두 제기되는 경우도 있다.

대상판결이 그 대표적인 경우로 원고는 2012.5.경 있었던 피고의 부과처분에 대해 취소소송을 제기해 패소(이 사건 선행 확정판결)했지만, 이후 유죄의 이 사건 형사판결을 들어 후발적 경정청구를 제기한 후 이에 대한 거부처분의 취소소송인 이 사건 소를 다시 제기했다. 원고는 두 소송에서 이자소득 발생의 원인이었던 대여계약이 기망을 이유로 취소되었으므로 애당초 이자소득이 발생하지 않았고, 따라서 과세가 부당하다는 동일한 취지의 주장을 했다. 이 사건 선행 확정판결은 A의 기망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 원고 패소판결을 했지만, 그 이후에 있었던 이 사건 형사판결로 인하여 이제는 A의 기망사실이 증명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이 사건 선행 확정판결과 이 사건 소의 관계가 직접적으로 문제된다. 만약 두 소송의 소송물이 동일하다면 이 사건 선행 확정판결의 기판력(차단효)으로 인해 이 사건 소에서 다른 결론을 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두 소송은 청구취지도 다르고, 처분대상 및 처분시점도 모두 다르므로 소송물이 동일하지 않다는 견해도 있으나, 판례는 대상판결이 설시하고 있듯이 오래 전부터 두 소송물을 동일한 것으로 보고 있다(대법원 2004.8.16. 선고 2002두9261 판결 참조). 최근 판례는 후발적 경정청구사유가 존재함에도 과세관청이 당초에 위법소득에 관한 납세의무가 성립했던 적이 있음을 이유로 이를 반영하지 않고 과세처분을 했다면 이러한 과세처분은 위법하다고 하였는바(대법원 2015.7.16. 선고 2014두5514 전원합의체 판결), 이 또한 두 소송물이 동일하다는 점을 전제하고 있는 것이다.

경정청구는 납세자가 신고하거나 과세관청이 결정·경정한 과세표준 및 세액의 오류 등을 시정하는 제도로 과세관청의 부과권에 대응하여 납세의무자에게 주어진 권한이고, 조세소송은 이른바 총액주의를 원칙으로 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두 소송물이 동일함을 전제로 한 대상판결의 결론은 충분히 수긍할 수 있다. 다만, 유죄의 이 사건 형사판결의 내용에 비추어 후발적 경정청구가 허용되지 않는 것이 원고의 입장에서는 다소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대여계약이 취소되었더라도 이자소득이 실제로 반환되지 않는 한 여전히 과세대상에 해당하는 것이므로, 원고가 반드시 억울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대상판결(다른 원고와 관련하여)도 같은 취지에서, 과세소득은 이를 경제적인 측면에서 보아 현실로 이득을 지배·관리하면서 이를 향수하고 있어 담세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면 족하고 그 소득을 얻게 된 원인관계에 대한 법률적 평가가 반드시 적법하고 유효한 것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전제 하에(대법원 1985.5.28. 선고 83누123 판결 등 참조), 설령 이 사건에서 기망을 이유로 대여계약이 적법하게 취소됐다 하다라도 A에게 그 이자를 반환하지 아니한 채 이를 그대로 보유하고 있다면, 경제적인 측면에서 보아 담세력이 있는 이자소득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봐야 한다고 하였는바, 이 부분 또한 참고할 필요가 있다.

[대법원 2020.6.25. 선고 2017두58991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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