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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두산인프라코어 중소기업 기술유용 맞다” 판결… 3억 대 과징금은 취소
법원 “두산인프라코어 중소기업 기술유용 맞다” 판결… 3억 대 과징금은 취소
  • 이유리 기자
  • 승인 2020.07.29 12: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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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급사에 손해 입히려 했다면 실제 손해 없어도 위법
공정위 부과 과징금은 취소…“현재 과징금 산정할 자료 없어”
기술유용 제재 받은 현대건설기계, 한화, 현대중 향후 소송엔 먹구름
두산/사진=두산 인프라코어 홈페이지.
두산/사진=두산 인프라코어 홈페이지.

하도급업체의 기술자료를 빼돌려 경쟁업체에 넘긴 혐의(기술유용)로 공정거래위원회 제재를 받은 두산인프라코어에 법원이 “기술유용이 맞다”는 판결을 내렸다. 

법원이 대기업의 기술유용을 인정한 첫 사례다. 

하지만 법원은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 3억8200만원 가운데 3억6200만원을 취소하도록 했다.  공정위가 과징금 산정 때 관련 고시를 잘못 적용했다는 이유에서다. 

서울고등법원 행정6부(재판장 이창형)는 두산인프라코어가 "시정명령과 과징금 납부 명령을 취소하라"며 공정위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두산인프라코어는 굴착기 부품인 에어 컴프레셔와 냉각수 저장탱크를 공급하던 하도급업체 2곳에 관련 기술자료를 요구해 받아 경쟁 하도급업체에 넘긴 혐의 등으로 2018년 11월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공정위는 두산인프라코어에 대한 제재를 결정한 사유는 ▲ 기술자료 제공 요구 ▲ 기술자료 제공 요구시 서면 미교부 ▲ 기술자료 유용 3가지였다.

두산인프라코어가 하도급 업체들에 기술자료를 요구하면서 하도급법상 규정된 서면을 교부하지 않았고, 이렇게 확보한 도면을 다른 제조업체들에 보내 기술을 유용했다는 이유에서다.

 공정위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한 두산인프라코어는 “하도급업체와 거래가 유지돼 해당 업체에 손해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원사업자가 자신의 이익 또는 하도급사에 손해를 입히고자 하도급사 기술을 사용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하면 기술유용”이라며 “원사업자가 실제 이익을 취하거나 하도급사에 실제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마찬가지”라면서 기술유용의 개념을 폭넓게 인정했다. 

기술유용 사건의 경우 빼돌린 자료가 실제 ‘기술자료’인지 여부가 쟁점이다. 

대기업들은 통상 하도급업체의 자료가 ‘업계에 널리 알려진 상식’ 등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두산인프라코어가 빼돌린 자료들이 ‘경제적 가치’와 ‘비밀관리성’을 모두 갖춘 기술자료가 맞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사용되고 있지 않은 잠재적으로 유용한 정보나 과거 실패한 연구데이터 등 정보도 경제적 가치를 가질 수 있다”며 “생산·영업활동에 이용될 정도로 완성 단계에 이르지 못했어도 기술자료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기술자료의 범위를 넓게 정의한 것이다. 

법원은 “원사업자와 하도급업체 간 기술자료 비밀유지 약정이 묵시적으로라도 이뤄졌다면 ‘비밀관리성’이 인정된다”면서, “하도급계약에 ‘하도급업체가 승인도(기술자료)를 제공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더라도, 하도급업체에 기술자료를 요구하려면 별도의 서면을 교부해야 한다”고 판시해 사적 계약 내용보다 기술자료 보호의 필요성을 더 크게 인정했다. 

사업자는 정당한 사유가 있을 때 협력업체에 기술자료를 요구할 수 있는데, 이 경우 하도급법에 따라 요구 목적과 비밀유지 방법, 요구일·제공일·제공 방법, 대가, 요구 정당성 입증 등 7가지 사항이 담긴 서면으로 요구해야 한다.

그러나 두산인프라코어는 서면을 제공하지 않은 채 하도급 업체들의 도면을 손에 넣었다.

이처럼 두산인프라코어가 하도급 업체들의 기술이 담긴 도면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승인도'라는 이름으로 기술자료를 받았기 때문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재판부에  "에어 컴프레셔 도면은 기술자료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냉각수 저장탱크에 대해서는 "다른 사업자가 제품을 개발하지 못해 코스모이앤지가 손해를 보지 않았다"는 논리를 폈다.

그러나 재판부는 "두산인프라코어의 기술자료 제공 요구, 서면 미교부, 기술자료 유용은 모두 위법하고 비슷한 행위가 반복될 우려가 있는 만큼 재발 방지를 명령한 공정위 조치는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두산인프라코어가 협력사 도면을 다른 업체들에 전달한 이후로도 기술자료 유용 행위가 계속되고 있다고 보고 이를 기준으로 과징금을 정한 것은 잘못됐다고 봤다.

재판부는 "현재 과징금을 산정할 자료가 없는 만큼 기술자료 유용 행위에 대한 과징금 부과 처분을 모두 취소할 수밖에 없다"고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 취소 이유를 밝혔다.

이번 공정위의 기술유용 제재에 불복해 소송 중인 현대건설기계와 한화, 최근 제재 조치된 현대중공업 등 기업에는 불리한 판결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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