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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확정과 후발적 경정청구
판결 확정과 후발적 경정청구
  • 류성현 변호사 법무법인(유) 광장
  • 승인 2020.10.08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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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성현 변호사(전 국세청 사무관)
법무법인(유) 광장

원고는 2008년 중순경 또는 2009년 초순경부터 2011년경까지 A에게 미술품 거래사업의 필요자금 명목으로 변제기 3개월 이내, 이자 원금의 10%로 정해 돈을 반복적으로 대여했는데, 그 중 2010년경까지 대여한 돈에 관하여는 A로부터 대여원금의 10%에 해당하는 이자를 더한 원리금을 지급받았다.

피고는 2012.5.29. 원고가 지급받은 이자와 관련하여 원고에게 2009년, 2010년 귀속 종합소득세 등 부과처분을 했다.

이에 원고는 관할세무서장을 상대로 당초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했고, 소송계속 중 원고는 2013년 6월경 A에게 기망을 이유로 이자 발생의 원인이 된 대여계약을 취소한다는 의사표시를 한 다음, 해당 과세기간 귀속 이자소득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등의 주장을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A의 기망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 등으로 원고 패소 판결을 선고했고, 판결은 2014.12.11. 그대로 확정됐다.


한편 A는 2008년 초순경부터 미술품 거래사업의 필요자금 명목으로 돈을 차용한 후 다른 차용금 등으로 기존 차용금 등의 원리금을 지급하는 이른바 ‘돌려막기’ 수법으로 돈을 융통하던 중, 2011.9.경 원고를 기망하여 돈을 편취했다는 사실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죄 등으로 유죄판결을 선고받았고, 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원고는 2015.6.1. A에게 기망을 이유로 대여계약을 취소한다는 의사표시를 하고, 2015.6.12. 피고에게 당초 처분에 대한 경정청구를 했다. 피고는 2015.6.29. 이 사건 선행 확정판결의 존재 등을 이유로 원고의 경정청구를 거부했다. 원고는 2016.3.22.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했다. 원고는 구제받을 수 있을까?

이해의 편의를 위해 이 사건을 세 부분으로 구분하면, 첫째 원고의 이자소득에 대해 피고가 종합소득세부과처분을 한 것에 대해 원고가 취소소송을 제기했고 소송계속 중 ‘A가 원고를 기망하였음을 이유로 이자소득의 원인이 된 대여계약을 취소했으므로 이자소득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했으나 법원은 A의 기망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2014년 원고 패소 판결을 한 사실, 둘째 A가 원고를 기망하여 돈을 편취했다는 사실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죄 등으로 2011년 유죄판결이 확정된 사실, 셋째, 원고는 2015년 A에게 기망을 이유로 대여계약을 취소한다는 의사표시를 하고, 피고에게 당초 처분에 대한 경정청구를 했으나 피고가 이 사건 선행 확정판결의 존재 등을 이유로 원고의 경정청구를 거부한 사실로 나눌 수 있다.


국세기본법 제45조의2 제2항은 후발적 경정청구 사유의 하나로 “최초의 신고·결정 또는 경정에서 과세표준 및 세액의 계산 근거가 된 거래 또는 행위 등이 그에 관한 소송에 대한 판결에 의하여 다른 것으로 확정되었을 때”를 규정하고 있다. 형사판결에서 A가 원고를 기망하여 돈을 편취한 것으로 결론이 났고 원고가 대여계약을 취소하였으므로 과세관청이 원고가 A에게 돈을 대여하고 이자소득을 얻었다고 본 사실이 다른 것으로 확정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원고는 돈을 빌려준 대가를 받은 사실이 없는 것이므로 형사판결의 결과에 따라 후발적으로 경정청구를 할 수 있어 보인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피고가 원고에게 이자소득이 있음을 이유로 종합소득세부과처분을 한 것에 대해 이미 원고 패소 확정 판결이 있었던 것이 문제되었다. 원고가 처음 취소소송을 제기한 것은 종합소득세 부과처분이었고, 그 후 취소소송을 제기한 것은 피고의 경정청구 거부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이므로 전후의 소송물이 다른 것으로 보아 후에 제기한 소송도 허용되는 것으로 봐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형사판결의 결과에도 불구하고 후행 소송이 선행판결의 기판력에 저촉되어 허용되지 않는 것일까?

이에 대해 법원은 “통상의 과세처분 취소소송에서와 마찬가지로 감액경정청구에 대한 거부처분 취소소송 역시 그 거부처분의 실체적·절차적 위법 사유를 취소 원인으로 하는 것으로서 그 심판의 대상은 과세표준신고서에 기재된 과세표준 및 세액의 객관적인 존부라 할 것이므로, 그 과세표준 및 세액의 인정이 위법이라고 내세우는 개개의 위법사유는 자기의 청구가 정당하다고 주장하는 공격방어방법에 불과하다(대법원 2004.8.16. 선고 2002두9261 판결 참조)”고 봐야 하므로, 이 사건 선행 확정판결의 소송물과 이 사건 소의 소송물은 모두 원고의 해당 과세기간 귀속 이자소득의 과세표준과 세액의 객관적 존부로서 동일하고, A의 기망을 이유로 한 대여계약의 취소는 이 사건 선행 확정판결의 변론종결 이전에 이미 행사했던 공격방어방법이므로, 원고가 다시 A의 기망을 이유로 대여계약의 취소를 주장하며 위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것은 이 사건 선행 확정판결의 기판력에 저촉되어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또한, 대법원은 과세소득은 이를 경제적인 측면에서 보아 현실로 이득을 지배·관리하면서 이를 향수하고 있어 담세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면 족하고 그 소득을 얻게 된 원인관계에 대한 법률적 평가가 반드시 적법하고 유효한 것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1985.5.28. 선고 83누123 판결 등 참조)라고 하면서, 원고가 2015년 기망을 이유로 A에게 대여계약을 적법하게 취소했다고 하더라도, A에게 대여계약에 따른 이자를 반환하지 아니한 채 이를 그대로 보유하고 있다면, 경제적인 측면에서 보아 원고의 담세력이 있는 이자소득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원칙적으로 납세의무자가 판결에서 확정된 내용을 통상적 경정청구 사유로 다툴 수 있었다고 하더라도 최초의 신고 등에서 과세표준 및 세액의 계산근거가 된 거래 또는 행위 등을 다른 내용의 것으로 확정하는 판결이 있는 경우 후발적으로 경정청구가 가능하다(대법원 2017.9.7. 선고 2017두41740판결).

 

한편, 대법원은“과세표준 및 세액의 계산근거가 된 거래 또는 행위 등이 그에 관한 소송에서 판결 등에 의하여 다른 것으로 확정된 때’에 있어서 ‘판결 등’이라 함은 과세표준 및 세액의 계산근거가 된 거래 또는 행위 등이 재판과정에서 투명하게 다투어졌고, 그것이 판결의 주문과 이유에 의하여 객관적으로 확인되는 민사사건의 판결이나, 그 이외의 판결이나 결정문 자체로는 거래 또는 행위에 대한 판단을 알 수 없더라도 거래 또는 행위 등이 재판과정에서 투명하게 다투어졌고 그 결론에 이르게 된 경위가 조서 등에 의하여 쉽게 확정할 수 있는 자백간주에 의한 판결이나 임의조정, 강제조정, 재판상 화해 등의 경우만을 한정한다고 해석해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7.10.12. 선고 2007두13906 판결)”한다고 판시함으로써 형사사건의 확정판결만으로는 사법상의 거래 행위가 바로 무효로 되거나 취소되지는 않기 때문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형사사건의 판결은 위 규정상의 판결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는 점도 알아두면 좋겠다.


대법원 2020.6.25. 선고 2017두58991 판결 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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