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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영 칼럼] 경제 민생 급한데 올 세제개편, ‘캄캄하다’
[정창영 칼럼] 경제 민생 급한데 올 세제개편, ‘캄캄하다’
  • 정창영 주필
  • 승인 2023.07.13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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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수가 캄캄하다.

이미 지난해부터 예상은 됐지만 현실적 대책으로의 선택지가 지극히 제한적인 것이 문제다. 현재의 국세 시스템에서는 국세당국의 노력으로 부족한 세수를 채우는 데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올 들어 5월까지 세수는 지난해 보다 36조원이 덜 걷혔고, 전문가들은 올 세수전망에 대해  40조원 부족을 훨씬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경제의 현 상황이 정확히 반영된, 5월까지 17조3000억원이나 덜 걷힌 법인세수가 뼈아픈 대목이다. 부가가치세도 그렇고, 양도세 감소가 주도한 소득세도 크게 줄었다. 핵심세목이 아예 맥을 추지 못하는 상황이다. 5월까지 국세로 걷힌 예산대비 세수진도는 비율로 40%, 2000년 이래 가장 저조하다.

정부로서는 당연히 세수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고, 은근히 국세청에 보내는 시선도 만만치 않다. 급할 때 ‘존재의 이유’를 증명하라는 눈치지만 세상은 달라졌다. 국세청은 적극적으로 세수확보 노력은 하겠지만 ‘노력세수’로 수십조 원을 커버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국세청은 자진신고납세를 채택한 세법 규정대로 납세자들이 세금을 차질 없이, 편리하게 납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 기관’이다. 세무조사라는 막강한 기능이 있지만 세금 부족하다고 시도 때도 없이 빼는 칼은 이미 아니다. 

설사 이 상황에서 국세청이 칼을 뽑아 쾌도난마 세무조사로 베고 나간다 해도 예산규모를 감안할 때 세수 직접 기여도는 지극히 미미하다. 금과옥조로 여기던 성실납세 담보 기능만 훼손돼 세정이 입을 신뢰의 상처만 깊이 남길 뿐이다.

세수가 부족해 정부의 시름이 깊어진 이 엄중한 상황에서도 국세청장이 연일 ‘대책회의’를 열어 세무서를 닦달하지 않고, ‘아름다운 납세자’를 초청해 성실납세와 사회봉사에 기여한 노고를 위로·격려하고 AI 기업을 방문해 세정지원을 강조하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다.

실제로 대형학원·스타강사에 대한 세무조사 문제가 지난 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도마에 올랐지만 핵심은 세수가 아니라 시종일관 ‘대통령 지시에 의한 세무조사’였냐는 정쟁이었다. 세수가 부족해 재정에 심각한 빨간불이 들어와 있는 상황에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상징적 기재위 분위기였다.

국세청은 법에 정한대로 열심히 세금을 거두겠지만 부족하다고 더 걷고, 남는다고 덜 걷는 시절은 한참 지나왔다. 덜 준비됐던 과거의 사고일 뿐이다. 국세행정은 외양과 달리 내용을 알면 알수록 서비스행정이다. 또 그 이상이 돼서도 곤란하다.

그렇다면 국가 재정의 중요도와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는 양극화 시대에 정부가 원활한 재정확보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결론은 국민이 공감하는 틀(제도)을 만들어 신뢰로 운용하고, 거둔 재원을 잘 써서 믿음으로 인정받아야 한다.

세수에 관한 해법은 경제상황과 세제가 좌우한다. 이미 우리는 그런 시스템에 들어와 있다. 경제 상황을 면밀하게 살펴 원활하게 연결되는 세제를 운용해야 한다. 정책과 세제가 긴밀하게 협조해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과거와 달리 글로벌 경제 환경과 업종의 부침이 극심하게 나타나는 상황에서는 현실과 정책이 제대로 반영된, 타이밍까지 반영되는 정밀한 세제운용이 각별히 소중할 수밖에 없다. 현실과 동떨어진 구닥다리 세법을 운용하면서 세금은 ‘조지면’ 걷힌다는 생각은 세상이 거꾸로 돌아가지 않는 한 실현 불가능한 일이 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우리나라는 이 막중한 세제를 만드는 시스템이 아주 불량하다. 불량 정도가 아니라 한마디로 구닥다리 기계로 AI 시대를 맞는 것이나 다름없다. 고장이 밥 먹듯 나는데도 그냥 돌리고 있고, 용감할 정도다.

적어도 내년 총선까지는 더 캄캄할 것 같다.

대한민국 국민은 양평군민 신세 면하기가 어렵게 됐다. 주말 심각한 교통체증을 해소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꾀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서울~양평 간 고속도로 계획은 ‘한국형 정치’가 개입되면서 예타안, 변경안에 이어 전면 백지화의 길로 들어섰다. 이미 결정된 양평지역 숙원사업에서 ‘양평’은 사라지고 ‘양편’만 남았다는 말은 오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상징적 상황이 ‘찬란하고 역동적’으로 전개되는 현장을 대변한다.

정책은 국회를 거쳐 시행에 들어가는 구조를 갖고 있는데 본안을 토론·검토하고 의결하는 국회가 제 기능을 발휘하기는커녕 심각하게 변질된 상태에서 운영되고 있다. 멀쩡한 것도 정치가 개입되는 순간 전혀 엉뚱한 논란으로 번지고 이내 불량처리 되는 반복이 계속되고 있다.

문제는 정쟁의 ‘대상’으로 선정되는 것과 결론보다 심각한 ‘과정’에서 빚어진다. 우선 정치권이 다루는 ‘싸움’의 소재는 금도는 고사하고 구체적 영역조차 없다. 모든 것이 영역이다. 양평 고속도로만 해도 정해진 개발사업을 흔들면서 중심이 흐트러졌다. 지금은 쟁점이 여·야로 갈렸지만 개발사업 특성상 지역 내에서 어떤 갈등으로 번질지, 어떤 황당한 주장과 헛소문이 개입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이름과 소문이 만개하고, 구체적 해명은 의미를 잃고, 상식과 이성은 실종된다. 다만, 답이 없는 상황에서도 정치의 막(幕)이 바뀌면 언제 그랬느냐는 식으로 현장에서 사라져 버린다. 책임도 보상도 없고,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으로 남는다.

양평을 예로 들었지만 거론하자면 끝이 없다. 만들어진 이슈를 만들어진 이슈로 덮는 이 ‘막장 극(劇)’을 국민은 언제까지 봐야 하나. 그 사이 험악해지는 국제 경제 환경과 열악해지는 민생 환경은 또 어쩌나. 대립과 갈등이 일상으로 자리 잡은 오늘. 국민은 눈과 귀가 피곤하고 이제 허기마저 다가오고 있다.

올 세제개편이 캄캄하다.

지난해 세법개정의 험악했던 ‘추억’이 생생하다. 5월 출범한 윤석열 정부가 핵심내용만 반영해 추진한 작년 세법개정은 연말 예산안 국회통과 시한까지 넘기며 대립만 거듭한 끝에 어정쩡한 결론으로 버무려졌다. 

‘경제활력 제고’를 내세운 윤석열 정부 첫 세법개정에 경제계는 기대를 걸었지만 느닷없는 ‘부자감세’ 프레임에 말려 3% 법인세율 인하는 1%로 쪼그라들었고 이내 기대는 가라앉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 분야에서의 ‘활력’을 강조하지만 현장 분위기는 주문과 달리 전개된다. 가장 큰 문제는 일을 하는 사람들의 사기다. 지금 상황에서 어느 공무원이 창의적 발상을 하고, 민생을 살펴 적극행정에 나서겠나. 설사 국민의 아픔을 정책으로 만들려 해도 보통 강심장이 아니고서는 엄두도 못 낼 환경이고, 낸다 해도 진의가 어떻게 변질될지 아무도 모른다.

내년 총선 전까지는 어쩔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지만. 그렇다면 당장 이달 세제개편은 어떻게 될까.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인 경제활력 제고, 민생경제 안정, 경제체질 개선, 미래 대비 기반확충은 어떻게 될까.

올 세제개편은 양평 고속도로를 제조하는 '공장'에서 그 시스템을 그대로 사용해 만들어져 국민 앞에 출고될 예정이다. 기우 이기를 바라면서도 이달 말 정부 세법개정안 발표와 동시에 내용은 뒤로한 채 진영 간 벌어질 '양편 전쟁'을 생각하면 정말 앞이 캄캄해진다. 

가장 역동적으로 움직여야 할 집권 2년차를 이렇게 넘기면 윤석열 정부는 그림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 대한민국 헌법은 5년 단임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다.

정창영 주필
정창영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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