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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세사업자 부담 늘리는 고용노동부…“임금명세서 폐지해야”
영세사업자 부담 늘리는 고용노동부…“임금명세서 폐지해야”
  • 이대희 기자
  • 승인 2023.09.14 11:1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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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사는 임금명세서 작성 못해’ 유권해석…세무사업계 “현실 동떨어진 탁상행정”
임금업무=노무사, 세금신고=세무사에 따로 맡겨야 하는 영세업자 비용증대 불가피

최근 고용노동부가 ‘사업장의 임금명세서 작성·교부 업무는 세무사가 할 수 없다’는 행정해석을 냈다. 그러자 세무사업계에서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고용부 방침에 따라 임금명세서 작성·교부를 노무사에 별도로 맡길 경우 어려운 여건의 영세 자영업자 부담만 늘린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가 대기업 위주의 정형화된 기준으로 짜여진 노동법에 매몰된 행정을 펼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세무사업계에서는 “이참에 골칫거리인 급여와 4대보험 업무에서 손 떼고 본연의 신고에만 전념하도록 한국세무사회가 확실한 조치를 취해달라”는 목소리가 불거지고 있다.

한 세무사는 “기장 거래처의 급여와 4대보험 업무를 마지못해 무료로 서비스하는 상황인데 이번 정부 방침은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이라면서도 “영세 중소업체의 실상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실소를 금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급여와 4대보험 관련 통화가 60~70%를 차지할 정도로 세무사사무소에서는 성가신 업무”라며 “관행적으로 해주던 거여서 별도 수수료 없이 공짜로 해주는데 그걸 못하게 하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울며 겨자 먹기로 하고 있는 일을 제도적으로 막아줬다는 것이다. 애초부터 별도 수수료 없이 급여와 4대보험 업무를 해 준 관례가 지속돼 스스로의 무덤을 팠다며 자조의 말도 내뱉었다.

그러면서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모르지만, 이참에 4대보험 등 임금 관련 업무는 노무사 영역이니 세무사들은 이제 손 떼자는 얘기가 많이 나온다”고 주변 세무사들의 반응을 전했다.

임금체불이 발생할 경우 사용자와 근로자 간 다툼을 줄일 수 있다는 이유로 임금명세서 작성·교부를 법제화한 당초 발상부터 잘못됐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거래처 급여대장과 임금명세서를 담당한다는 세무사사무소의 한 직원은 “정부가 영세사업자의 형편을 전혀 고려않고 ‘정신 나간 짓’을 한 것”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법대로 임금명세서를 작성하려면 출퇴근 카드를 만들어 찍고 그를 토대로 연장근로 등을 계산해야 하는데 5인 미만 사업장에서 그런 시스템을 만들 회사가 과연 있겠냐”며 “대기업 빼고는 실현 불가능한 그야말로 탁상행정의 전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실과 동떨어진 임금명세서 작성·교부 제도는 즉각 폐지돼야 한다. 이번 정부 유권해석에 맞춰 임금 관련 업무와 4대보험 업무에서 세무사는 손을 떼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세무사업계 “이참에 임금관련·4대보험 손 떼자”…세무사회 “정부와 협의해 양단간 결정”

그는 “영세사업장에서 적용하지도 않는 연장·야간·휴일 근로 계산 등의 까다로움과 책임 문제 때문에 정부 방침을 핑계로 임금명세서 부분을 노무사에게 맡기라고 종용하고 가급적 하지 않는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세무사가 거부한다고 이들이 노무사에게 그 업무만을 맡길 중소사업체들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기장료로 10~20만원 지출되는 상황에서 임금명세서 때문에 또다시 노무비로 10만원 정도를 지출할 중소자영업자들이 있겠냐는 것이다. 이러다 보면 결국 대다수 영세 중소사업체의 임금명세서 부분은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고 정책의 실효성 역시도 빛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임금명세서 유권해석과 관련있는 급여와 4대보험 업무에 대해서도 불만을 토로했다.

“원칙은 사업장에서 임금 관련과 4대보험은 직접 신고를 하고 세금 신고만 세무사가 하는 것이다. 거래처 대부분이 영세한데다 사업주들이 이에 대한 지식이 없어 세무사에 요청하기 때문에 마지못해 하는 것”이라고 운을 뗐다. “우리 일이 아님에도 근로복지공단 등에 물어서 업무를 파악하는 경우가 많고 그래서 더 힘들 수밖에 없다”고 실상을 전했다.

다른 세무사의 사무장 역시 “원천세 신고 때문에라도 업체들이 세무사에게 기장을 맡기는데 임금명세서와 임금대장은 세무사 업무가 아니라고 하면 어떻게 실무를 하겠나. 원천세를 산출하려면 급여 업무가 수반되는데 그걸 못하게 되면 원천세 신고도 못하고, 결국은 기장 업무도 떨어져 나간다”고 말했다.

“그런데 고용노동부 해석대로라면 급여대장은 물론 과세 자료인 지급명세서도 세무사가 하면 안 되고, 모든 게 노무사 쪽으로 넘어가야 한다는 얘긴데 그게 가능한 일이냐”면서 “정부가 법적 문구에 매몰돼 영세사업자들만 괴롭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고용부 해석이 나왔다고 돈 안 되는 임금명세서 업무만 달랑 가져갈 노무사가 있겠냐. 지금이라도 영세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혼란을 겪지 않도록 정부와 자격사단체 간 협의를 통해 제도를 재검토하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직원이 40~50명인 규모 있는 업체들도 급여와 4대보험 업무를 세무사사무소에 떠넘기는 상황”이라며 “노무사에게 임금관련 업무를 맡기는 비율은 세무사 전체 거래처의 10~20%에 불과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거래처에 임금명세서 작성을 위한 자료를 요청하면 “‘지난 달과 똑같이 해주세요’라던가, 알바비의 경우 시간만 알려주고 ‘알아서 작성해 달라’는 답이 돌아오는 경우 다반사”라고 답답해 했다. 그는 “이런 사업 현장의 열악한 상황을 정부가 파악이나 하고 제도를 만들었는지 의문이 든다”고 덧붙인다.

고용노동부의 임금명세서 작성 유권해석과 관련 한국세무사회는 회원 불편을 해소하는 쪽으로 정부 등과 협의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임금 관련은 노무사에게, 신고 업무는 세무사한테 맡기는 식으로 직역을 분리하는 게 영세사업체와 소상공인들에게 과연 먹히겠냐는 우려도 표명했다.

세무사회 관계자는 “임금명세서 유권해석과 관련한 고용노동부의 입장을 들어보고 그래도 정부 방침이 확고하다면 세무사 업무에 대해 양단간의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세무사 거래처의 대부분이 5인 미만의 영세한 업체들인 현실을 고려 않고 정부가 원칙론만 내세운 것 같다”면서 “소상공인에 대해서는 예외를 두는 등의 세무사법 개정이나 노무사법 개정을 해 접점을 찾아나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만약 협의에서 정부가 유권해석 방향을 고수한다면 세무사회도 ‘임금명세서 등 임금 관련은 세무사 업무가 아니니 하면 안된다’는 공문을 회원들에게 보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영세사업체인 거래처 사정을 감안한 선의의 업무행위로 인해 세무사들이 피해를 입는 사태를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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