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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 칼럼] 기업의 출산지원금에 대한 과세 논란을 보며
[국세 칼럼] 기업의 출산지원금에 대한 과세 논란을 보며
  • 이동기 논설위원·세무사
  • 승인 2024.03.1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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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정부는 기업이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출산지원금에 대해 자녀 수나 금액에 관계없이 전액 비과세하는 파격적인 세제혜택을 부여하기로 하고, 이를 위해 기획재정부는 오는 9월 정기국회에 관련 소득세법 개정안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에 앞서 지난 2월 5일 민간기업인 부영그룹은 심각한 저출산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2021년 이후 태어난 직원 자녀에게 현금 1억원을 지원하는 파격적인 출산장려책을 내놓았는데, 이날 출산장려금을 받은 직원들 중에 연년생 자녀를 출산한 세 가족과 쌍둥이를 출산한 두 가족은 각각 2억원의 장려금을 받은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회사 전체적으로는 2021년 이후 태어난 직원 자녀가 70명이나 되어 부영그룹의 이번 출산장려책에 따른 지원규모는 총 7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그동안 기업이 직원에게 1억원이나 되는 거액의 출산지원금을 지급한 사례가 없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부영그룹 이중근 회장은 앞으로도 이 파격적인 출산장려책을 계속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더해 이 회장은 국가로부터 토지가 제공된다면 셋째까지 출산하는 임직원 가정은 출생아 3명분의 출산장려금이나 국민주택 규모의 영구임대주택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고 한다. 그런데 기업이 직원들에게 출산지원금을 지급하는 경우 해당 금액이 법인세나 소득세 계산 시에 손금이나 필요경비로 인정되는지 여부에 따라 해당 기업의 추가적인 세부담이 달라지게 될 것이고, 출산지원금을 받는 근로자의 입장에서도 과세여부에 따라 출산지원금에 대한 효과가 달라질 수 있어 이에 대한 과세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기업의 출산지원금에 대한 과세 논란을 촉발시킨 부영그룹의 이중근 회장은 자사의 직원들에게 출산지원금을 지급하면서 본인이 그동안 구상해왔다고 하는 ‘출산장려금 기부면제제도’를 제안했다고 하는데, 그 내용을 보면 기업들이 2021년 1월 이후 출생아에게 3년간 1억원 이내로 기부할 경우 그 금액을 면세대상으로 하고 기부자에게도 법인세나 소득세를 계산할 때 세액공제를 해주자는 것이다. 

실제로 부영그룹은 직원들에게 출산장려금을 지급하면서 근로자의 세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근로소득이 아닌 증여방식으로 지급하기로 했다고 한다. 세금효과를 비교해 보면, 출산지원금을 근로소득으로 할 경우 연봉이 5000만원 정도되는 근로자의 경우 추가로 받은 출산지원금 소득 1억원에 대해 누진세율 구조 하에서 높은 소득세율이 적용되어 대략 3천만원 정도의 근로소득세를 추가로 부담해야 되고, 거기에다 회사와 근로자가 추가소득에 대해 부담해야 하는 건강보험료 등 4대 보험료까지 감안하면 출산지원금으로 지급하는 금액의 절반 가까이는 세금이나 준조세로 납부되기 때문에 출산지원금에 대한 효과가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출산지원금을 증여방식으로 지급하게 되면 증여가액 1억원까지는 10%의 증여세율이 적용되므로 근로소득세와 비교해서 훨씬 작은 세부담으로 출산지원금을 받을 수 있게 되지만, 출산지원금을 지급하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개인에게 증여하는 금액에 대해 적격 기부금으로 인정받지 못하게 됨으로써 세부담이 늘어날 수 있게 된다. 이런 문제 때문에 부영그룹은 기업이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일정 요건을 갖춘 출산지원금에 대해 지급자인 회사에는 기부금으로 인정해서 세액공제를 해주고, 수령자인 근로자에게는 면세되는 기부금으로 처리해주자는 다소 엉뚱한 주장을 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기업의 출산지원금에 대한 과세 논란이 계속되자 대통령까지 나서서 정부도 출산지원금의 지급을 통한 기업의 자발적인 출산지원책을 활성화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라는 지시를 하면서 출산지원금에 대한 과세 이슈가 더 커지게 되었다.

이와 관련해 일부 언론에서는 출산지원금에 대한 과세 논란으로 정부가 출산지원금의 비과세 한도를 두 배로 높이고, 출산지원금을 증여형태로 지급하는 기업의 비용으로 인정해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추측성 보도를 했고, 또 다른 언론에서는 기획재정부가 부영그룹이 임직원에게 지급한 출산지원금을 증여로 유권해서 법인세 감면을 추진한다는 보도도 있었고, 심지어 어떤 언론에서는 기업의 출산지원금을 근로소득으로 보되 분할과세를 통해 실질 세부담을 증여에 준하는 수준으로 크게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이 같은 언론의 추측성 보도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지난 2월 15일과 2월 16일, 2월 18일 등 세 차례에 걸쳐 기업의 출산지원금에 대한 구체적인 세제지원 방안은 결정된 바 없다는 보도자료를 내기도 했다. 

그런데 기획재정부의 이런 입장표명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올해 세법시행령을 개정하면서 기업이 임직원의 출산이나 양육 지원을 위해 임직원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지급기준에 따라 지급하는 금액은 손금이나 필요경비로 인정하는 내용으로 법인세법시행령과 소득세법시행령을 개정해서 당장 올해부터 시행하는 것으로 했다. 

그러면서 출산지원금을 받는 근로자의 입장에서도 세금부담이 없도록 정부는 기업이 임직원에게 지급하는 출산지원금 전액에 대해 근로소득세를 비과세하는 방향으로 소득세법 개정안을 마련해서 오는 9월 정기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는 입장표명까지 있었다. 

이런 근로소득세 비과세 방안에 대해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우리 사회 최대 현안인 저출생 문제해결을 위해 최대한 파격적인 지원을 하겠다는 취지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정말 이렇게 근로자가 받은 기업의 출산지원금 전액에 대해 비과세하는 방안이 실제로 입법으로 이어진다면, 출산지원금을 지급하는 회사는 세법상 손금이나 필요경비로 인정받아서 세부담이 줄면서 동시에 출산지원금을 지급받은 근로자도 비과세됨으로써 출산지원금에 대한 효과가 극대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같은 기업의 출산지원금에 대한 파격적인 세제지원 방안에 대해 출산지원금을 지급할 여력이 되는 일부 대기업 직원들만 혜택을 누리게 될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정부가 해결해야 할 저출산문제를 기업들에게 그 역할을 떠넘기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최근 들어 한국의 저출산문제가 다른 국가에 비해 그 심각성이 훨씬 커지고 있고 심지어는 저출산으로 인해 국가소멸위기론까지 대두되는 상황에서 저출산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 민간기업의 지원을 유도하는 차원에서 기업의 출산지원금에 대한 파격적인 세제지원이 필요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각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과세형평성과 조세원리를 무시하는 식의 제도변경에는 신중해야 할 것이다. 

현행 소득세법 제12조 제3호 머목에서는 근로소득 중 근로자 또는 그 배우자의 출산이나 6세 이하 자녀의 보육과 관련해 사용자로부터 받는 급여로서 월 20만원 이내의 금액은 비과세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정부의 입장은 6세 이하 자녀의 양육지원금 비과세 한도는 현행처럼 월 20만원 이내로 유지하되, 출산지원금에 대해서는 자녀 수나 금액에 상관없이 전액 근로소득세를 비과세하는 것으로 개정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파격적인 출산지원금에 대한 세제지원 방안에 대한 취지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과세형평성 등에 대한 우려를 감안할 때 출산지원금에 대한 소득세 비과세한도를 무제한으로 하는 대신 연간 1000만원 또는 2000만원 정도로 하고 비과세 적용기간을 출산 후 5년이나 10년 등 장기로 하는 방안도 고려해볼만 하다 할 것이다. 

이런 식으로 하면 기업 입장에서는 연간 지급하는 출산지원금에 대한 경제적 부담이 줄어들게 됨으로써 보다 많은 기업들이 출산지원금제도를 도입할 수 있을 것이고, 또 다른 측면에서는 직원들의 장기근속을 유도하는 효과도 있을 수 있어 기업의 인력난을 해소하면서 출산지원금에 대한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이동기 논설위원·세무사
이동기 논설위원·세무사

 

• 현) 세무회계 조이 대표세무사
• 현) 전경련 중소기업협력센터 법무서비스지원단 전문위원
• 현) 고려대학교 정책대학원 교우회 회장
• 전) 한국세무사고시회 회장   
• 국립세무대학 내국세학과 졸업
• 성균관대학교 법학과 졸업    
• 호주 시드니대학교 로스쿨 졸업


이동기 논설위원·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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