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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성 세정은 이제 그만…
이벤트성 세정은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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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2.26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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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稅政칼럼] 沈載亨(本社 主筆)
   
 
 
지금 영어(囹圄)의 몸으로 스산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어느 전임 국세청장-.

그는 재임 시 ‘따뜻한 세정’을 유난히 강조했다. 권위주의적인 세정에서 벗어나 포근하게 납세자 곁으로 다가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을 게다. 하지만 그는 따뜻한 세정 구현에도, 조직 수장으로서의 입신에도 처절하리만큼 실패를 했다. 참담한 그의 현실이 그것을 말해 주고 있다.

그에 앞서 또 한사람의 전임 청장도 임기 내내 입버릇처럼 ‘정도 세정’ 구현을 외쳤다. 그러나 그 역시도 정도(正道)와는 거리가 먼 길을 걸었던지 지금도 세상을 등지고 살고 있다.

되지도 않을 구호 왜 남발하나

실은 이 분들 말고도 국세청장에 취임하는 새 수장들은 어김없이 세정 지표를 내걸었다.

명랑세정, 합리세정, 친절세정, 선진세정, 정도세정, 열린세정, 따뜻한 세정 등의 거창한 세정 지표들-. 개청 이래 지금까지 세정가를 스쳐간 세정 슬로건만도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그러나 이 지표들은 대부분 실제 세정운영과는 거리가 멀었다.

합리 세정 한답시고 납세자들에게 억지과세를 하는가 하면 ‘열린 세정’이라는 세정지표가 무색하게 폐쇄적인 세정 운영 을 일삼았다. 국세공무원들에겐 국고(國庫) 채우는 일이 우선 급하다 보니 ‘세수 확보’외의 세정 지표 따위는 눈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래서인지 우리세정은 예나 지금이나 전투적(?) 사고가 잠재해 있다. 특히 이런 예는 조사행정 현장에서 여실히 나타난다. 조사 라인의 상층부부터 세무조사에 임하는 행동요원에 이르기 까지 이것만큼은 코드가 동일하다. 세무조사의 손길이 스쳤다하면 기필코 ‘자국’을 내야 직성이 풀리는 끈질긴 조직근성이다.

한참 오래전 일이지만 어느 부동산 임대업자가 세무조사를 받았다. 당시 부동산 임대업은 불로소득자인양 사회적 인식이 편향돼 있던 시기였다. 그런데 임대 계약서 내용도 양심적이고 건물 규모도 별로인 업주에게 추징할만한 흠을 찾지 못했다. 이런 때 깨끗이 현장에서 철수하는 것이 정도(正道)이건만 빈손으로 돌아설 조사공무원이 아니다.

어차피 세수가 선(先)순위인 것을

결국 수도-광열비(光熱費)를 몽땅 부인함으로서 얼마간의 실적을 올리는 것으로 조사를 마무리한다.

그 빌딩 주인은 수도 물과 전기 불도 없는 캄캄한 암흑 속에서 임대업을 해온 꼴이다. 하지만 그 안건에 대해 결제라인에서 브레이크를 걸었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 관리자나 조직원 모두가 앞뒤 살필 것 없이 오로지 ‘추징 수치’에만 매달렸다는 얘기가 된다.

이렇듯 경직된 조직 분위기에서 친절세정, 합리세정을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잘못이었는지도 모른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납세자들에게 따뜻할 수가 없는, 또 열리지도 않을 세정지표들을 내건 것은 애당초 ‘세정 들러리’가 아니었나 싶다.

‘섬김 세정’을 표방하고 있는 오늘날에도 세무조사 현장에서는 기업들의 필요경비 시부인 문제를 둘러싸고 줄다리기가 끊이질 않고 있다. 늘 그러 했듯이 손비(損費) 부문은 조사공무원들에겐 좋은 ‘시비(?) 꺼리’가 되고 있는 모양이다. 기업관계자들에 의하면 조사의 성과를 창출하는데 있어 손비 시부인 만큼 손쉬운 먹이 감이 없다는 얘기다.

특히나 기업의 판매관리비를 현미경 사고로 들여다보면서 애써 접대비로 끄집어내는 조사 관행에 많은 불만을 표하고 있다. 판촉을 위한 가격할인 마저도 현물접대로 보는 세정 앞에 자유로운 기업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조사요원과의 신경전을 피하기 위해 한번 양보(?)를 하다보면 이것이 영원한 관행으로 굳어진다는 얘기다. 그러다 보니 기업의 필요경비들이 공격적 세정 앞에 손을 들고 만다는 것이다.

세정은 요란보다 과묵이 제격

허기야 앞서 본란(2008년 12월 5일자)에서도 지적한바 있지만 호텔에서 판촉세미나 열면서 제공한 음식비용을 접대비로 보아 한도 초과 운운하는 세상이다. 물론 세법상 접대비 정의 자체가 까다롭게 규정되어 있다지만 조사공무원들의 전투적(?) 정서가 세정운영의 경직성을 불러드린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행사 목적까지 외면하면서 세금을 추징하려는 사고야 말로 세정의 소탐대실(小貪大失)이라고 혀를 차고 있다. 이에 대해 국세청 고위직을 지낸 세정가 OB들도 한마디 거들고 있다. 어차피 세정의 최우선 순위가 세수확보라면 현실성 없는 구호를 내세우면서까지 요란 피울 일이 아니라고 조언하고 있다.

더구나 요즘처럼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는 허울 좋은 세정구호보다 억울한 납세자가 없도록 하는데 신경을 써 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이제 이벤트성 세정은 거둬 달라는 간곡한 주문인 것이다. ‘섬김의 세정’을 외치던 한상률 전 국세청장- 그는 비록 세정 현장을 떠났지만 납세자를 섬기겠다는 세정기조만큼은 그대로 남아 있다.

지금 납세자들은 ‘섬김 세정’에 대해 어떤 평가를 하고 있을까. 그것이 몹시도 궁금한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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