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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국세청의 위원회 세정
[칼럼]국세청의 위원회 세정
  • 日刊 NTN
  • 승인 2013.11.28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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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식물’ 오해 벗는 실질운영이 관건 -

▲ 정창영(본지 주필)

지금은 뜸해졌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국세청에는 참 많은 ‘결의대회’가 있었다. 국세청 본청 차원에서 주관하는 결의대회가 있었고, 지방청과 세무서별로 문제가 발생하면 선서와 함께 결의문이 낭독되는 자체행사도 벌어졌다.

실제로 직원 세무비리가 터져 국세청과 국세행정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곱지 않은 상황이 오면 국세청은 예외 없이 대규모 자정결의대회를 열고 ‘뼈를 깎는 정화 노력’을 강조하며 어깨띠를 둘렀다.

우렁찬 직원이 선서를 하고 결의에 찬 결의문을 낭독하는 장면이 저녁 방송 뉴스와 이튿날 신문에 보도되면 내·외부적으로 일단 상황은 정리되는 단계에 들어가는 수순을 밟았다.

당시 목청을 높여 다짐했던 결의문이 대회 이후 어떻게 활용되고 점검됐는지는 알 길이 없고, 단지 대회가 개최됐고 직원들에 대한 정신교육이 ‘자주’ 실시됐다는 결과만 남는다.

이 결과는 ‘곱지 않은 국민 정서’를 무마시키는데 사용되기도 했고, 국정감사장에서는 세무비리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에 ‘효과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는 답변 자료로도 활용됐다.

한 쪽에서는 ‘전시행정의 표본’이라고 평가절하했지만 국세청 관계자는 “그럼 이런 노력도 안하고 가만히 있으면 되냐?”고 반문하면서 곤혹스런 처지를 새기기도 했다.

잘못된 상황이 터졌을 때 ‘진정으로 그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진심을 실현하고, 알리고 싶지만 공감을 얻는 방법은 현실적으로 극히 제한돼 있다. 더구나 경직된 관(官)의 시각으로는 더더욱 한계를 실감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일반적으로 위원회(commission/committee/board, 委員會)는 특정한 목적을 위해 위원들로 구성된 합의체를 말한다.

의사결정을 단일인(單一人)이 하지 않고 여러 사람의 합의로 하는 것이 특색이다. 보다 신중하고 합리적인 결정을 위해 여러 사람이 참여해 결정을 내리게 한 것이 위원회제도의 태동이다.

일반적으로 행정부처에서 자체 필요에 따라 운영하는 위원회는 대부분 자문위원회 형태다. 특정 개인이나 업무 또는 조직전체에 대한 자문에 응하게 할 목적으로 설치한 일종의 막료조직(幕僚組織)인 셈이다.

자문위원회 결정은 실제 영향력을 제외하고는 법적 구속력을 발휘하지는 못한다. 이런데도 위원회를 설치하는 이유는 각종의 이익을 행정에 반영시키고 전문적인 의견을 참작해 행정상 참고로 삼자는 데 있다.

또 전통적 관료주의 행정의 문제점을 시정하고 행정의 민주화를 지향한다는 측면에서는 자문위원회 역할에 대한 긍정적 시각도 많은 편이다.

그러나 행정부처 자문위원회에 대해 일부에서는 행정 관료가 결정한 것을 합리화시켜주는 장식물로 남용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보내고 있다.

국세청은 지난 주 세무조사 감독위원회를 신설했다. 15명으로 구성된 위원회에는 외부위원 11명이 위촉됐고, 위원장은 서울고검장과 대법관을 지낸 그 유명한 안대희 변호사가 맡았다. ‘외부위원 중심 실질적 조사권 견제기구’라는게 국세청의 설명이다.

이에 앞서 국세청은 지난 달 국세행정개혁위원회를 발족시키면서 ‘시대와 국민이 바라는 총체적 세정개혁의 시동’을 알리는 위원회라고 홍보했다.

국세청이 운영하는 대형 위원회 두 개가 연이어 가동된 것이다. 국세행정개혁위원회가 세정 전체를 보는 시각에서 운영된다면, 세무조사감독위원회는 가장 민감하면서도 문제가 자주 터지는 세무조사 분야만 별도로 떼 내어 자문토록 한 것이다. 이 때문에 세무조사 분야 업무는 실무위원회에서 겹치는 현상도 나타난다.

눈길을 끄는 것은 공교롭게도 상징적 의미가 큰 비중 있는 이 두 위원회가 국세청이 ‘큰 시련’을 겪으면서 연속적으로 탄생했다는 점이다.

국세청 입장에서 세정개혁은 설명이 필요 없는 과제중의 과제이고, 세무조사 행정에 대한 객관적 감독 역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인 것만은 사실이다. 이런 현실에서 내·외부가 병존하는 위원회 탄생을 비판할 일은 아니다.

문제는 실효성과 실질에 있다. 사안에 따라 수시회의도 열린다지만 연 2회 정례회의가 전부인 이 위원회가 ‘장식물’ 오해를 벗고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볼 일이다. 과연 위원회가 해당분야 업무에 각별한 애정과 관심을 갖고 진정으로 개혁과 감독에 나설 수 있을지…

만약 국세청에 대한 신뢰가 추락할 때 대응 차원에서 급하게 위원회를 출범시켰다면 시작부터 한계를 달고 있는 것이고 전시행정의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그동안 국세청에는 수많은 위원회의 ‘화려한 탄생’과 ‘조용한 소멸’이 계속돼 왔다. 위원회를 출범시키는 것이 뉴스가 아니라 역할과 기능의 결과가 뉴스가 되는 운영을 해야 한다.

국세청 개혁과 세무조사 감독에 관심 있는 국민이 바라는 것이 바로 그것이고, 시선을 떼지 않고 지켜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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