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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신문 제1042호 심재형 칼럼>
우리네 ‘놀부 세법’ 손 좀 보자
<국세신문 제1042호 심재형 칼럼>
우리네 ‘놀부 세법’ 손 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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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5.26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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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종합소득세 납기를 넘기면서 현행 가산세율이 장난이 아님을 새삼 실감한다. 국세당국은 신고안내문에 과중한 가산세를 들먹이며 성실신고를 권유하고 있다. ‘세율은 무겁고, 세정은 무섭다’는 납세자 볼 맨 소리가 나올 법도 하다. 하지만 우리 세율은 무겁다 하기 이전에 놀부 심보가 곳곳에 스며있다. 줄 것은 ‘됫박’으로 주고, 받을 것은 ‘말(斗)’로 받는다. 이래서 욕을 먹으니 어찌 보면 소탐대실(小貪大失)이다. 국세환급 가산금의 이율을 보자.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 수신금리를 감안하여 기획재정부령이 정하는 이자율이 고작이다. 그나마 이자를 붙여주니 다행이지만 과세당국의 부실과세에 따른 보상치고는 너무나 인색하다. 그동안 납세자가 가외로 겪은 정신적․ 시간적 피해는 ‘나 몰라’다.

가산세는 말(斗)로…환급은 ‘되’로
반면에 납세자 과오로 인한 가산세율은 어떤가. 기본부터가 균형이 안 맞는다. 무납부 가산세가 10%, 각종 의무불이행 가산세가 20% 수준에 이른다. 허위 신고에 따른 징벌적 가산세는 물경 40%나 된다. ‘놀부’도 기가 찰 공포의 수준이다. 여차할 경우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국세기본법상 수정신고와 경정청구 기간도 너무나 ‘놀부 식’이다. ‘수정신고’는 국세부과의 제척기간이 경과하기 전 관할 세무서장이 과세표준을 결정 또는 경정하여 통지를 하기 전 까지 할 수 있음에 반하여 ‘경정청구’는 법정신고기한 경과 후 3년으로 제한하고 있다. 논리적으로 따지자면 경정청구도 수정신고기한과 일치시키는 것이 옳다. 이렇듯 납세자 권익이 상대적으로 불리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이 정도는 시작에 불과하다. 상증법상 재감정가액의 시가적용 규정(시행령 제49조 1항 2호)을 보자. “… 당해 감정가액이 보충적 평가방법에 의한 평가액의 80%에 미달하는 경우에는 세무서장이 다른 감정기관에 의뢰하여 감정한 가액에 의하되, 그 가액이 납세자가 제시한 가액보다 낮은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납세자 권익 상대적으로 불리
만약 재감정 요건에 해당되어 재감정을 했다면 당초 신고한 가액이 어떠하든 재감정가액을 적용하는 것이 상식일진데 속된말로 ‘엿 장수’ 마음대로다. 점입가경(漸入佳境)이라고 유사재산 매매사례가액 조문을 보면 절로 실소(失笑)가 터진다. 당해 재산과 면적․ 위치․ 용도 및 종목이 동일하거나 유사한 다른 재산 가액이 있는 경우, 당해 가액을 시가로 본다는 내용이다. 시가 인정을 받기위해 도시락 싸들고 거래 실례가 있는 다른 유사재산을 찾아 거리로 나서야 할 참이다. 또 법인세법상 적격증빙 미수취 가산세 제도는 어떤가. 이건 아예 소비자의 외식(外食) 선택권마저 제한하고 있다. 음식의 맛이나 상품의 품질을 살피기보다 세법이 요구하는 적격영수증을 발행하는 업소인지 미리 확인해야 후환이 없다. 자칫 가산세라는 페널티를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과세관청에서 공급자를 행정지도 하여 신용카드 등을 가맹토록 해야 할 것을 소비자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때론 소비자 外食 선택권도 제한
이것으로도 부족했는지 ‘위장가맹점’을 판별해 내는 것도 소비자 몫이 되고 있다. 신용카드로 접대비를 지불했을 때 교부받은 매출전표가 다른 가맹점 명의로 작성됐을 경우 지출금액은 접대비로 인정받지 못한다. 이 역시도 과세관청의 행정지도 및 조세범처벌법의 강화로 충분히 예방․ 처벌이 가능한데도 소비자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거래 상대방이 위법자인지 여부를 스스로 판단해 거래의사를 결정하라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조세전문가들은 이를 가리켜 조세입법권의 한계를 벗어난 규정이라 지적하지만 이거야 말로 놀부 세법의 극치라 할 수 있다. 우리네 납세자들의 착한 싹을 보았는지 납세자 알기를 너무나 우습게 알고 있다. 이런 세제구조 하에서 세정당국은 ‘섬김 세정’ 운운 하고 있으니 납세자만 놀림감이 되고 있는 세상이다.

매사를 납세자에 떠 넘겨서야…
헌법상 조세평등주의는 헌법질서의 근본인 평등의 원칙 내지 불평등 취급금지의 원칙에 그 근거를 두고 있다는데 현실은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되로 주고 말(斗)로 받는다’는 우리 속담은 조금 주고 크게 얻는다는 뜻이지만 좋은 의미가 아닌 나쁜 의미로 많이 쓰인다. 예를 들자면 남을 조금 건드렸다가 큰 갚음을 당할 때 이런 비유를 한다. 행여 우리 세법이 납세자로부터 이런 대접을 받는다면 유감이 아닐 수 없다. 명(命) 줄도 질긴 우리네 ‘놀부세법’-. 이젠 손 한번 크게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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