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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稅政칼럼] 국세청, 너무 피곤하다
[稅政칼럼] 국세청, 너무 피곤하다
  • jcy
  • 승인 2009.07.02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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鄭昌泳(본지 편집국장)
   
 
 


요즘 시중에서 ‘국세청’이라고 하면 ‘개혁 대상’이라는 댓 말이 즉답으로 나온다. 아니 즉답까지는 몰라도 적어도 그런 연상만큼은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상황이다.

사연을 떠나 전직 국세청장 3명이 모두 불명예 퇴진이라는 오명을 쓴데다 국세청 업무 중에서 가장 시선을 모으는 세무조사마저 정치적 소용돌이에 말려 마치 흑막이 있는 듯한 인상을 진하게 남긴 마당이어서 국민들이 국세청을 곱지 않은 시각으로 보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할 것이다.

이 때문에 사상 최초로 대학교수 출신 국세청장이 내정됐고, 지금 국세청은 개혁과 쇄신의 도마에 올라 초라하고 창백한 낯빛을 하고 있는 형국이다. 한동안 ‘초일류’ ‘선진’을 앞에 달고 있던 분위기는 틈만 나면 ‘뭇매’로 되날아 들고 있고 개혁도 바꾸는 것을 넘어 ‘물을 갈아야 한다’는 주장으로 치닫는다.

자연 국세청 사람들은 요즘 말이 별로 없다. 정교한 세정은 비상상황을 거뜬히 넘길 만큼 실무적으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데도, 자타가 공인하는 세정고수들이 과거와는 판이하게 다른 시각으로 세정을 투명화·객관화해 나가고 있는데도 따가운 국세청을 향한 시선은 거둬지지 않는다.

이번에 세정가를 떠난 국세청 고위간부는 “국세행정을 자세히 살펴보면 ‘걱정’이 가실텐데 흘러간 세대에서 남긴 과오가 결국 국세청을 피곤하게 하는 지금은 분명 ‘절정의 과도기’”라고 퇴임의 변을 남겼다.



국세청 개혁과 관련해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처방은 ‘힘을 빼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세청이 막강한 과세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 힘을 빼야 개혁에 이른다는 논리다.

정치적 세무조사에 일부 비위직원 적발 등 국세청이 몰리는 현 상황에서 나름대로 설득력 있는 주장처럼 들린다. 힘을 빼면 잘못 사용될 개연성이 크게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힘’은 과세권을 말하는 것이어서 무조건 축소만 주장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오히려 분명한 권한과 정확한 집행이 강조돼야 한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국세행정 세부내용을 조금만 관심 있게 본다면 무조건 국세행정을 몰아붙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점을 쉽게 알 수 있다. 실무적으로 상당한 수준에 올라와 있다는 뜻이다. 과거 주먹구구식으로 국세공무원 자의적 재량권이 행사될 수 있는 소지가 ‘거의’ 사라졌다고 봐도 크게 무리는 없다.

실제로 세무조사만 하더라도 ‘逆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세무조사와 관련해서는 사고도 많았지만 자체적으로 ‘뼈를 깎는’(?) 개혁과 쇄신을 거듭해 와 정작 중요한 조사에 임할 때는 현 규정상으로는 ‘비효율적 조사’가 다반사로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조사국 요원들이 납세기업을 힘들게 하는 방법을 그동안 전문인 청장들이 워낙 꿰고 있어 지금은 너무 정교하게 얽어놔서 정상조사가 어렵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조사기간 연장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엄격한 상황에서 수조원대 기업을 주5일 2~3개월 만에 마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이고, 시간에 쫓기는 대충조사는 오히려 조사기업에 면죄부를 발급하는 꼴이 되고 만다. 조사기업들도 국세청 조사국의 ‘능력’을 이미 알고 있어 요구자료 제출을 이런 저런 이유로 미루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조사현장에서 수년 전에 결산이 끝난 자료제출을 요구하는데 “작성 중에 있다”는 어처구니 없는 답변이 통용되고 있는 것이 오늘 세무조사현장의 현실이다.



백용호 국세청장 내정자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 키워드는 ‘국세청 개혁’이다. 국세청이 처한 상황이나 현실을 감안할 때 반드시 임무를 달성해 과세권에 대한 국민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국세청이 추진해 온 개혁과 쇄신을 자세히 돌아보면 상당히 의미있는 변화가 모색된 것만은 부인할 수 없다. 특히 지난해 국세청이 쇄신적 관점에서 내부에서조차 ‘너무하다’는 평을 받았던 세무조사와 인사에 대한 변화모색은 당시 ‘더이상 나올 것이 없다’고 할 정도로 파격적이고 충격적인 것이었다.

친기업 기조에서 세무조사는 낱낱이 해부돼 새로운 틀을 만들었고, 당시 “지금까지의 세무조사 행정을 A부터 Z까지 모두 바꿨다”는 평가도 받았다. 납세자 위주의 절차개선과 함께 조사팀이 모두 참석해 조사결과를 토론식으로 보고 하는 등 세정의 마지막 단계까지 모르면 짤 수 없다는 정교한 시스템을 구축하기도 했다.

불신 항목 중 상위를 차지하는 인사 역시 마찬가지다. 객관적 기준 부재로 늘 정실인사 지적을 받았던 국세청 인사를 능력과 성과를 바탕으로 구체적 계량화시키는 방안이 마련됐었다.

이런 인사기준은 연공서열을 중시해 오던 국세청 내부적으로 내심 큰 반발을 일으킬 정도였다.
국세청은 그동안 청장이 바뀔 때만다 ‘정도개혁’ ‘선진개혁’ ‘열린 개혁’ ‘따뜻한 개혁’ ‘섬기는 개혁’ 등 끊이지 않는 개혁시리즈를 써 가고 있다. 여기에 정보화시대의 섬기는 개혁이 1년 시행도 못하고 또 새로운 개혁시리즈를 써야하는 얄궂은 운명에 처해 있다.

문제가 있는 것은 반드시 고쳐야 한다.

지금 백용호 국세청장 내정자의 국세청개혁에 2만 국세공무원은 물론 국민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신선한 방안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국세청이 그동안 고민하며 세정의 현단계를 여기까지 끌어 올렸고, 또 미처 시행하지 못했거나 결과를 보지 못한 개혁방안 중 소중한 것이 개혁 강박감에 밀려 도매금으로 버려지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모든 것을 백지상태에서 그린다는 것만이 절대적 가치일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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