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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칼럼] 떠는 남자, 웃는 여자
[국세칼럼] 떠는 남자, 웃는 여자
  • 日刊 NTN
  • 승인 2014.03.13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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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웅 본지 논설위원
대통령 선거 이전의 이야기이다. 날씨도 화창한 주말. 회원들과 산에 올랐다. 때가 때인지라 누가 대통령이 될 것인지 이야기 꽃을 피웠다. 당시 가장 인상적인 예견을 한 이는 ‘ㅈ일보’ 중견 기자였다.

그는 음양오행 대가로부터 들은 이야기라면서 음양의 주기상 한반도가 거대한 음의 사이클에 접어들었다는 거였다. 신라가 삼국을 통일하던 서기 600년대에도 음기가 정점에 이르러 한반도를 감싸 돌아 역사상 최초의 여왕인 선덕왕이 등극하였으며, 음양의 주기가 순회하면서 지금이 다시 그런 때이니 여성 후보가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요지였다.

삼국이 첨예하게 대립하던 힘의 시대에 엉뚱하게 여왕이 나와 삼국을 통일하는 이야기는 어찌 보면 무협소설의 줄거리 같지만 선덕왕은 실제로 삼국을 통일하고 첨성대와 황룡사 9층 석탑을 남겨 친근감마저 느끼게 한다. 그 대가의 예견대로라면 여성 대통령이 나와 한반도에 통일도 오겠다는 추임새에 좌중이 함께 웃었는데 정말 여성이 대통령이 되었다. 그리고 이제 통일이야말로 대박이라는 유행어가 돌고 있다.

한편 사관학교에서는 엉뚱한 고민에 싸였다. 여성에게 문호를 개방하고 나니 성적 상위권을 여자 생도들이 휩쓸고 있기 때문이다. 영예의 수석 졸업자에게 대통령상을 주어야 하는데 성적을 무시하고 남자 생도에게 그 상을 주려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물러섰다.

그 뿐이랴. 국방부는 대학간 ROTC 순위 매기기도 없애기로 하였다. 여자대학이 발군의 성적으로 남학교 ROTC들을 제끼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사관학교들은 성적(成績) 구성을 바꾸어 학과 공부보다는 체력과 군사지휘 등에 비중을 높이기로 하였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때문에 찌질한 남성주의를 개탄하는 여성들의 원성이 빗발치고 있다.

이제 우리 사회는 대통령을 위시하여 각 분야에서 여성들이 현격하게 두각을 나타내고 있어 ‘알파 걸(Alpha girl) 시대’에 돌입하였다. 여학생들이 소녀시대를 구가하자 남학생들은 공학을 피해 남학교로 전학 가는 수난시대가 된 것이다. 여성 지위를 강화하는 사회적 변화는 보수적인 민법의 개정 움직임에서도 찾을 수 있다. 배우자에게 상속지분을 대폭 몰아주자는 상속법 개정 움직임이 그것이다.

최근 민법개정특별분과위원회에서 상속법 개정안을 법무부에 제출했다. 개정안의 요지는 상속재산의 50%를 배우자가 우선적으로 받은 뒤(선취분 제도) 나머지 재산은 현재의 상속지분 방식으로 자녀와 나누어 가진다는 것이다.

새로 도입하려는 상속 선취분 개념은 가족간 재산권 관계를 규율하는 예민한 것이어서 격렬한 찬반 의견에 직면해있다. 여성계에서는 적극 환영하는 성명을 내고 있는 반면, 기업인들이나 남성들은 우려하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기업주가 사망시 그 재산(주식)의 압도적 지분을 배우자가 상속 받을 것이기 때문에 그 기업은 간단히 이씨(상속인) 기업이 홍씨(처) 기업이 된다는 점에서 경영권 유지를 우려하고 있다. 상속 받은 배우자가 다른 사람과 결혼하면 자녀에게는 낭패가 될 수 있다.

가령 자녀 두 명을 둔 이 회장이 사망하며 140억의 주식을 남기면 선취분(50%)으로 70억을 배우자(홍씨)가 먼저 챙기고 나머지 70억에서 다시 3.5분의 1.5인 30억을 가져가므로 이씨의 자녀 몫은 40억만 남는다. 결국 홍씨는 100억을 가져가고 이씨 자녀들은 각각 20억을 상속 받으니 압도적 경영권을 홍씨가 차지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 홍씨가 개가(改嫁)하면 누구 좋은 일이 될까? 앞으로 부유한 이들은 재혼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자녀들이 한사코 부모의 재혼을 반대할 것이기 때문이다. 굳이 재혼하거나 경영권을 자녀에게 물려주려면 자녀에게 사전 증여가 유행할지도 모른다.

사실 법 좀 안다는 이들은 선취분 제도가 재산처분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을 하고 나선다. 내 재산 내 마음대로 유언하겠다는데 선취분 제도가 웬 말이냐는 거다.

한편 상속법이 바뀌면 상속세는 어찌 되느냐는 질문이 많은데 선취분 제도의 취지상 이는 일종의 재산분할 개념으로 보아야 한다는 견해들이 많다. 재산분할에는 증여세도 해당되지 않는 논리와 상통하게 배우자 선취분은 상속세를 매기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부부 돈은 쌈지 돈이라는 게 우리네 정서다. 그러나 증여세와 상속세는 그 반대로 가고 있다. 상속증여세법은 돈에 관한 한 부부유별하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장수시대에 돌입하면서 국가가 노인복지를 제대로 돌보지 못해 개별 부부단위의 생활관계를 견고히 보장하고자 민법까지 개정하는 입장이니 차제에 부부간에는 상속세 배우자 공제를 대폭 개선할 필요가 있다.

참고로 미국의 경우 부부간에는 배우자 공제가 무한이므로 부부간에는 사실상 상속세나 증여세를 낼 필요가 없다. 삶과 생활이 한 묶음인 부부 사이에 상속세나 증여세가 끼어들지 않도록 배려하고 있는 셈이다. 적지 않은 선진국들은 아예 상속세나 증여세를 두고 있지 않다.

과거 우리나라는 지하경제 등으로 세금을 피하여 상속재산을 형성한 이들이 많아서 부의 세대이전시 상속세라도 제대로 내라는 국민정서가 있긴 하다. 그러나 이런 소득세 보완 논리도 세대간 상속에서나 유효한 논리이다.

장수시대가 펼쳐지고 있는데 국가는 예산상 노인복지에 역부족이다. 백년해로(百年偕老)라는 콩깍지 속에 함께 들어있던 노부부들의 ‘쌈짓돈(공동재산)’에 굳이 상속세 고지서를 들이대는 건 가혹하고 여유 없어 보인다. 세상이 바뀌고 있으니 현명한 판단으로 현명한 세제를 만들어 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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