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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칼럼] 숨겨진 세금, 버려진 세금
[국세칼럼] 숨겨진 세금, 버려진 세금
  • 日刊 NTN
  • 승인 2014.04.03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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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웅 본지 논설위원
한국판 버핏세가 도입된지 2년이 흘렀다. 버핏세란 부자가 세금을 더 내자는 현인 투자자 버핏의 이름을 빌어 온 것인데 우리 국회도 부자증세라는 명분하에 지난 2011년 말에 소득구간 3억원 이상의 납세자에게 적용할 최고세율을 35%에서 38%로 올렸고 언론은 이를 소위 한국판 버핏세라 불렀다.

세율 인상은 부자증세를 통한 복지국가 지향이 명분이었다. 그리고 2년만에 최고세율 38%를 적용하는 소득구간을 3억원에서 1억5천만원으로 낮추는 추가 증세가 이루어지면서 소득세는 늘어만 가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증세가 과연 ‘부자’ 증세일까에 의문을 갖는 전문가들이 많다. 소득세의 가장 많은 구성원은 개미군단인 근로소득자들이다. 세율을 올리면 근로소득자들 즉 월급쟁이들의 호주머니를 노리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버핏이 애초 의도한 바는 근로소득자의 세율을 올리자는 게 아니었다. 근로소득자는 낼 만큼 내고 있으니 그 분들은 놔두고 투자가와 자산가들의 세율을 올리자는 거였다.

그런데 여의도 선량들은 ‘봐라 버핏도 세율 올리자 안 하나. 우리도 세금 좀 올리자’해서 근로자를 싸잡아 일률적으로 세율을 올리고 나서 그것도 성이 차지 않는지 소득구간마저 낮추어 잡은 것이다.

언론도 그렇다. 이를 한국판 버핏세라 세례를 주신 대부라면 버핏이 지적한 부실한 소득별 분류과세의 논점은 외면한 점, 근로소득자를 싸잡아 일률적으로 증세를 한 점 등을 지적했어야 옳다.

부자인 버핏은 소득의 종류간 과세의 불평등을 부끄러워하였지 세금 절대액이 부자가 작다는 건 아니었다. 가령 투자자산으로 연간 5억을 번 사람과 몸으로 5억을 번 사람이 각각 어떤 세율로 세금을 내야 할지를 고민하여 보자는 거였다.

이런 맥락에서는 근로소득과 불로소득이 다 같은 세율로 과세되는 우리의 현행 ‘종합과세’가 과연 정의로운 것인가 하는 의문이 떠올라야 마땅하다.

소싯적 ‘국민학교’ 교과서에는 배짱이와 개미의 우화가 나온다. 놀고 먹는 부도덕성과 근로의 가치를 역설하고자 하였던 것 같다. 이런 도덕적 프레임에 견주면 현행 소득세 구성은 도덕적 정합성을 잃고 있다.
도덕적 결론은 배짱이의 자산소득에는 상대적인 고세율로, 개미의 근로소득에는 상대적인 저세율로 가야 한다. 따라서 소득의 종류별로 분류과세를 강화하는 것이 과세정의에 부합하나 우리의 제도는 그 반대로 가고 있다.

가령 거액 주식 투자자들에게 한국은 조세천국이다. 소득세를 비과세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의 활성화 때문이란다. 그럴 거면 근로자들의 소득세부터 비과세해야 한다.
전국의 수천만 근로자들에게 소득세를 면해주면 가처분소득이 늘 것이고, 이는 다시 소비 증가로 이어져 전국 경제가 활성화 될 것이기 때문이다. 주식시장만 중요하고 나라의 실물시장은 중요하지 않은가?

한편 외국에서는 이미 과세되고 있는 종교인들의 ‘거액’ 소득에 대하여도 조세정의 차원에서 꾸준히 문제 제기가 있어 왔다. 수천만 원의 ‘사례비’를 매달 받으며 외제차를 타고 다니는 일부 사역자들이 있어 조세 당국이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지만 그 때마다 정치적 손익계산서를 맞추어 보느라 조세정의는 외면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또한 누진적 세율을 적용하는 소득구간의 불변 또한 ‘남산 위의 저 소나무’들처럼 철갑을 두른 듯 하다. 종래 8천8백만원대의 소득에 35%를 과세하기로 한 건 수십 년전 일이다. 당시 한국에 8천8백만원 이상을 버는 소득구간 해당자가 고작 1만 명일 때라서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이야기다.

지금은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소득구간을 넓게 확 펼쳐주어야 하는데 이를 수십 년간 고정해두는 것은 숨은 증세효과 때문이다. 명목소득은 매년 꾸준히 상승하는데 소득구간을 그대로 두면 사실상 세율 인상효과를 가져온다.

세법을 고치지 않고도 매년 자동 세율 인상효과를 가져오는데 굳이 소득구간을 조정할 이유가 없었던 거다. 매년 인상하는 숨겨진 세금의 좋은 사례이다. 이제는 매년 소득구간을 물가연동지수 수준에서 자동 연동시켜야 옳다.

참고로 지난 2012년도를 보자. 종합소득세는 상위 소득자 1%가 절반에 가까운 48.9%를 냈다. 상위 10%가 무려 전체의 86.1%를 부담했다. 더 이상 세율인상을 통한 부자증세를 외칠 명분은 없다. 대신 과세 사각지대를 줄이는 쪽으로 가야 한다.

대기업에 적용하는 최저한세율(각종 감면혜택을 받더라도 최소한 내야 하는 세율)도 올려야 한다. 개인들은 38%까지 세금을 내고 있는데 재벌기업들은 각종 절세방식을 통하여 15∼17%의 실효세율로 담세하고 있다. 이에 대한 형평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주주들이 배당 소득세를 내지 않느냐는 원론적인 반론도 있으나 이는 현실을 모르는 서생(書生)적 생각이다. 우리 기업들은 배당률이 현저히 낮아 일반 투자자조차 배당보다는 주가차익만 노리는 형편이다. 대주주들은 최저한세만 부담하고 저배당으로 기업을 최대한 살찌운 다음 경영권을 자녀에게 넘기거나 일감 몰아주기 등으로 자식들에게 편법 세습을 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세제 구조 개선을 통하여 왜곡된 조세정의를 바로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학계나 전문가 그룹에서 나오고 있지만 매번 정치 셈법에 묻히고 만다.
이제부터라도 과세기반 저변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최저한세 인상, 분류과세 등을 강화하여 조세구조를 공평하게 만들어가야 하며 단순히 세율만 올리며 부자증세를 외치는 것은 온당한 처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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