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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제약회사 때리기’ 무슨 배경 있나?
[이슈] ‘제약회사 때리기’ 무슨 배경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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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3.19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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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공정위 몰아치는 삼각파도...제약업계 ‘시름시름’

리베이트 척결 명분 제약회사 접대비 ‘이 잡듯’ 뒤져

“시장형실거래가상환제 시행 앞두고 ‘군기잡기’ 나서”

국내 중소제약사 타격
국내 제약업계가 바짝 움츠러들고 있다. 공거래위원회의 매서운 단속이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데다 불합리한 제약업계 거래관행에 대한 국세청의 치밀한 조사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제약업계가 관행적으로 제공하던 리베이트에 대해 최근 보건복지가족부는 물론 검찰, 경찰까지 일제히 가세하고 있어 국내 제약업계는 말 그대로 삼각파도를 맞으며 휘청거리고 있다.

제약회사들의 거래관행이 이처럼 들춰지고, 관심의 대상으로 부각되면서 공정거래위원회와 국세청의 ‘활약’이 눈에 띄고 있는 상황이다. 공정위는 그동안 가격담합과 리베이트 관행에 대해 지속적으로 ‘메스’를 가해오고 있고, 최근 ‘시장형 실거래가상환제’(저가구매인센티브) 시행을 앞두고 대대적인 시장감시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특히 제약업계 리베이트 문제에 대해서는 해당 제약회사는 물론 관련 병·의원까지 강도 높게 조사를 하면서 적극으로 시정조치와 함께 과징금을 부과하고 있다. 국세청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다. 제약업계의 잘못된 거래관행이 탈세로 이어지는 사례를 강도 높게 차단하고 나섰다.

실제로 최근 제약업계에 대한 세무조사에서는 ‘접대비’에 대해 현미경 조사를 단행해 업계 관계자들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 특히 리베이트 관련 내용의 경우 이미 공정위 조사가 끝나고, 시정조치가 이행된 몇 년 전 자료까지 세무조사 과정에서 요구하는 바람에 적지않은 마찰도 빚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약업계, 살얼음판 현실은…

제약업계 관행에 대해 범 정부 차원에서 이처럼 단속과 조사가 강화되자 국내 제약업계 영업부서들은 한마디로 수난 그 자체를 맞고 있다. 그동안 해 오던 영업활동 자체가 차단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영업활동 위축이 곧바로 영업조직 축소로 이어지는 어려운 순환고리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병의원과 약국을 거미줄처럼 이어가며 형성된 영업조직이 깨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중견 제약회사들의 경우 영업조직을 대폭 줄이는 사업조정에 이미 들어갔으며, 병의원 중심 영업조직은 지금의 형태에서 완전히 바꾸는 쪽으로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제약업체 영업직원들이 요즘 병원을 방문하는 발걸음은 거의 끊어졌다는 것이 정설이고, 실제로 이를 대체할 영업수단을 확보하지 못한 국내 제약업체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국내 제약업계는 관행적으로 제공하던 리베이트에 대한 정부의 대대적인 단속 부담에다 달라지는 제도에 따른 부담도 고스란히 안고 있다.

정부가 10월부터 시행하는 ‘시장형 실거래가 상환제’도 부담의 진원지. 이 제도는 제약업계의 리베이트를 없애기 위해 만든 것으로 정부 고시가격보다 약을 싸게 구입하는 병원이나 약국이 싸게 구입한 차액 중 70%를 정부로부터 돌려받도록 한 제도다. 정부는 제약업계의 리베이트를 양성화하기 위해 이 제도를 도입했고 10월 제도가 시행되면 약국이나 병원은 가격이 낮은 제품을 선호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약값 내리고, 리베이트도 제공?

현재 국내 제약업계가 영업과 관련해 통상 쓰고 있는 판매·관리비는 40~50%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업비 가운데 순수 마케팅 비용은 20~30% 수준이며 이 중 상당 부분이 의사나 약사에 리베이트로 제공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제약업계가 리베이트 거래관행 문제로 고민을 하는 것은 정부 의도대로 제약회사가 리베이트를 ‘딱 잘라’ 끊을 수 없는 환경 때문이다.

정부가 전방위로 나서서 이 문제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지만 아직도 상당수 의사들은 리베이트를 직간접적으로 요구하고 있다는 것. 제약회사 입장에서는 정부를 바라보면 리베이트를 없애면서 약값을 내려야 하고, 거래처인 의사를 쳐다보면 리베이트를 제공해야 하는 이중부담이자 딜레마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최근 한 지역 의사회가 제약사 리베이트 문제에 대해 ‘의사에 대한 생계형 인센티브 연구지원’이라며 리베이트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것은 제약회사 리베이트를 보는 병원 입장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다국적 제약사 ↑, 국내 제약사 ↓

공정위, 국세청, 보건복지가족부, 검찰, 경찰의 시선이 제약업계에 집중되면서 직격탄을 맞는 곳은 대형 글로벌 제약사보다 국내 중소제약회사 쪽이라는 게 업계의 하소연이다.

이처럼 당국의 칼날이 리베이트에 집중될 경우 의사들이 리베이트 수수 의심을 피하기 위해 싼 복제약 대신 브랜드 제품을 처방할 가능성이 커지고 이렇게 되면 다국적 제약사의 영향력은 늘고, 국내 중소 제약사들은 영업에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자연스럽게 나오고 있다.

다국적 제약사들과 국내 제약회사가 경쟁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것이 업계의 정설이다. 국내 10대 제약사 연구개발비를 모두 합쳐야 미국 화이자의 2%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 지원도 아직은 절대적으로 미흡한 수준이라는 것이 업계의 주장. 세제지원 차원에서는 세액공제와 1000억원 규모의 바이오 메디컬 펀드가 조성된 것이 전부다.
런 상황에서 신약개발로 우뚝 서기보다는 현재의 시장을 유지하기조차 힘들다는 것이 제약업계가 주장하는 현실이다.

◇접대비 항목 캐고 또 캐고…

국세청은 지난달 의약품·의료기기 업계에 대한 대규모 세무조사에 착수해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다.

국세청의 이번 조사는 제약업계에서 실거래와 세금계산서 수수가 다르게 이뤄지는 유통질서 문란행위가 나타나는 등 세금계산서 없이 무자료로 물품을 판매하거나 아예 물품은 팔지도 않고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주는 위장거래가 많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국세청은 제약업계의 여러 품목에 대해 거래질서 문란 정도를 정밀 분석했고, 그 결과 품목에 비해 위장거래가 많은 것으로 나타나 올 첫 유통과정 추적조사 대상으로 선정하고 탈루혐의가 있는 제조·도매 등 30개 업체를 조사대상으로 정밀세무조사에 착수한 것.

실제로 국세청은 이번 조사에 착수하면서 ▲제약업체가 리베이트 자금 조성 목적으로 무자료 매출과 허위세금계산서를 수수하는 행위가 성행하고 있고 ▲제약업체가 도매업체와 담합해 의약품을 반품 받은 것처럼 회계처리해 매출액을 축소하고, 도매업체는 반품처리된 의약품을 약국 등에 세금계산서 없이 판매하는 등 세금계산서 수수질서 문란이 심각해 조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따라서 국세청의 제약업계 세무조사에서도 리베이트와 관련된 자금조성 경위와 실제 수수내용 등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고, 제약회사의 접대비 등 소비성 경비 지출 전반에 대해 정밀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이미 공정위 조사가 끝난 사안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오래된 과거 접대비 내역조차 자료제출을 요구받고 있다”면서 “단지 강도가 높은 수준을 넘어 의도가 있는 것처럼 비춰지기도 한다‘며 말을 아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제약회사 접대비는 마치 비리의 진원지처럼 인식되는 느낌”이라고 말하면서 “급여 전환 접대행위를 염두에 둔 때문인지 세무당국은 고액연봉자에 대한 파악까지 하고 있다”며 혀를 내둘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번 주 일부 상위 제약사를 비롯해 한국제약협회와 한국의약품도매협회를 방문, 국공립병원 입찰에 대한 담합여부를 조사했다.

공정위의 이번 조사는 ‘시장형실거래가상환제’ 시행을 앞두고 실시된 서울대병원 등 국공립병원 소요의약품 입찰이 잇따라 전품목 유찰사태를 빚자 제약사들과 도매업체들의 담합여부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시장형 실거래가상환제’ 정책을 제약업계가 적극 호응하지 않아 보복성으로 공정위를 내세운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구체적 배경의 진위를 떠나 지금 제약업계와 정부의 갈등은 첨예하게 치닫고 있는 형국이다. 제약업계와 병원·약국간 형성돼 온 리베이트 관행은 사라져야 한다. 리베이트는 국민이 낸 건강보험 재정을 좀먹는 반사회적 악습이기도 하다.

따라서 그동안 리베이트 관행에 의사 약사들은 자정 노력을 기울이고, 제약회사는 약효와 약값으로 경쟁해야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국민건강과 보건은 물론 산업정책 차원에서 제약업계를 건전하게 육성발전 시키는 방안이 업계와 정부가 힘을 모아 적극 모색돼야 한다는 ‘원론적 주문’이 나오고 있는 것이 오늘의 제약업계를 둘러싼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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