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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세무사 사무소가 힘들다
[칼럼] 세무사 사무소가 힘들다
  • 日刊 NTN
  • 승인 2014.05.15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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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창영 본지 주필

세무사 업계에서 ‘아주 잘 한다’고 소문이 나있는 A 세무사는 요즘 심사가 아주 복잡하다. 5월 소득세 신고기간이라 사무실은 이어지는 야근으로 정신이 없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짙은 한숨이 나온다.

1월 부가세 확정신고에 이어 3월 12월말 법인세신고로 상반기 일정을 빠듯하게 소화하며 나름대로 바쁜 시간을 보냈지만 결과는 눈에 띄게 부실하다. 수입금액이 줄고, 그나마 기껏 해 놓은 일도 수금이 어렵고 거래처는 입이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여건이 열악해지고 있다.

세무사 업계에서 열심히 하고 잘 나가기로 정평이 나 있는 A 세무사가 느끼는 불경기의 체감지수가 이 정도니까 상황은 알만하다. 몇 년 전 세무법인으로 새롭게 출발하면서 나름대로 새로운 도약을 꿈꿨던 그는 요즘 ‘세무사업’의 전망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자꾸 갖게 된다고 토로한다.

한동안 잘 나가며 탄탄한 입지를 자랑했던 중소기업 거래처 사장들의 풀죽은 모습과 어떻게든 살아 남기위해 동분서주 모습을 보면서 의욕보다는 비관을 절감하는 것도 이제 A 세무사의 일상이 됐다.

무엇보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말문을 열면 ‘걱정’이고 ‘우려’뿐인 현실을 보면서 그동안 앞만 보며 달리면서 기반을 다졌던 A 세무사는 이제 그가 그토록 자랑스럽고 믿음직스럽게 느꼈던 ‘기반’ 자체에 대한 회의감마저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요즘 세무사업계에는 ‘B 세무법인의 세무사 급여가 밀리고 있다’는 밑도 끝도 없는 소문이 정설처럼 돌고 있다. 개인 세무사 사무소가 대세인 시절 세무법인으로 과감하게 출범하며 파죽지세로 성장하던 B 세무법인은 세무사업계의 간판급에 속하는 저명한 세무법인이다.

이런 세무법인이 급여가 밀린다는 소문은 진위 여부 확인에 앞서 세무사 업계의 경기상황과 맞물려 자연스럽게 화제가 되고 있다. 내면에는 다수의 세무사들이 ‘억지로 사무실을 꾸려 가고는 있지만 상황은 똑같다’는 심리가 짙게 깔려 있는 듯하다.

실제로 C 세무사는 이달 소득세 신고에서 수입금액 신고가 감소한 세무사들이 상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동안 그렇겠거니 했지만 막상 자신의 수입금액을 정리하면서 어려웠다는 지난해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결과를 보면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C 세무사는 ‘이대로는 앞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조만간 과감한 결단을 내릴 것을 고민하고 있다.
세무사 사무소의 기반이 되는 거래처들의 외형이 전반적으로 크게 줄고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단적으로 지난 3월 법인세 신고를 한 C 세무사 거래처 중 70% 정도가 전년대비 외형이 줄었다. 상황이 이러니 거래처들이 세무사 사무소를 반기며 쳐다 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탄탄한 세무법인을 운영하고 있는 D 세무사는 요즘 입에 침이 바짝 마르고 있다.

그동안 자신이 직접 꼼꼼하게 운영하던 사무소에는 사내유보금이 쌓여 있을 정도로 여유가 있었지만 최근 들어 그 유보금이 반 토막의 반 토막이 돼 가고 있다. 뾰족하게 손 쓸 겨를조차 없는 것이 현실이다. 분위기 좋았던 사무실 직원들도 긴장감을 느끼며 눈치를 보는 상황이 됐다.

개업 세무사 사무소가 급증하고 세무법인 설립이 봇물을 이루고 있는데 비해 세무사 일감은 수 십년 전 그대로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여기에다 불경기의 여파로 세무사 사무소의 주 고객인 중소기업들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세무사 업계가 동반 추락하고 있다. 아직은 개구리 삶기듯 미지근한 물이지만 끓는 상황은 급변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내달 명예퇴직으로 30여 성상을 걸어 온 공직을 떠나는 E 세무서장은 한국세무사회의 국세경력자 교육을 받고 있지만 마음이 아주 복잡하다. 솔직히 불안하고 두렵다는 표현이 오히려 맞을 것이다.

최근 국세청에서 명퇴한 뒤 세무사로 ‘제2의 세무인생’을 출발한 선배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익히 들어온 데다 막상 자신이 그 대열로 들어서면서 불안 초조가 엄습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시행돼온 ‘재직 중 개업준비 금지’에다 국세청 간부출신 세무사 공급과잉, 불경기까지 겹쳐 상황은 최악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퇴직 공직자들의 진로에 무슨 무슨 ‘피아’가 붙기 시작했다. 당연한 세무사 개업이지만 퇴직 후 행로에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축하와 부러운 시선을 받으며 제2의 세무인생을 시작하는 것은 이제 과거 속 전설이 됐다.

세무사 사무소가 실질적인 마이너스 성장에 접어들었지만 누구하나 제대로 된 대책을 강구하는 이가 없다. 아직도 세무사 사무소라고 하면 ‘안정적’이라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내용은 이미 크게 변하고 있다.

이대로 간다면 불과 몇 년 사이에 세무사업계의 풍경이 ‘확’ 달라져 있을 것이 분명하다. 벌써부터 ‘기대를 낮춰야 한다’는 처방이 나오고 있다. 지금이야 말로 세무사들의 중지와 이를 모으고 풀어갈 ‘리더’가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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