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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지물’ 국민검사청구, 금융소비자 주권 ‘말로만‘?
‘무용지물’ 국민검사청구, 금융소비자 주권 ‘말로만‘?
  • 日刊 NTN
  • 승인 2014.06.05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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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했다더니…’ 금융사 민원감축·단속만…‘호통 금감원’

피해구제와 ‘아무 상관없는’ 검사여부만 결정

최수현 금융감독원장 간판 공로인 국민검사청구제도가 길을 잃었다. 최 원장은 취임 2개월 만에 도입한 국민검사청구는 국민을 수동적 위치에서 적극적 위치로 격상했다는 차원에서 높이 평가받았다. 한 주요 일간지는 취임 3개월 된 최 원장 업적 첫 번째로 금융소비자보호 차원에서 국민검사청구 도입을 꼽았고, 대형 통신사 역시 지난 3월 취임 1년 업적으로 국민검사청구 동양 사태 적용을 지목했다. 하지만 지난 1년간 국민검사청구의 초라한 실적은 금감원의 금융소비자보호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편집자주

 
박근혜정부는 출범 당시 금융소비자보호 강화를 기치로 내세웠다. KIKO사태·저축은행 후순위채 등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금융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함이었다. 그 실행방안으로 정부는 금융위와 금감원내 각 조직을 떼어 내 금융소비자보호를 전담하는 금융소비자보호원 신설을 추진했다. 이는 금감원 내부의 강력한 반발을 야기했다. 전문성 약화 및 조직 비효율성만 가중시킨다는 이유에서다.

이때 등장한 것이 ‘국민검사청구'였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 3월18일 취임과 더불어 금융소비자보호 및 ‘국민검사청구' 도입을 약속했다. 금감원 일각에선 이를 최 원장이 금융소비자보호원 분원이 없더라도 금감원은 충분히 소비자 보호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는 의지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도입 이후 1년 동안 접수된 검사청구는 단 세 건, 그 중 수용된 것은 동양증권·동양그룹 회사채·기업어음 불완전 판매 의혹 1건에 불과하다.

나머지 ▲은행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 담합 의혹 및 부당적용은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가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카드사 1억건 개인정보유출은 금감원 조사가 진행 및 완료된 사항이고 2차피해도 없다는 이유로 기각됐다.

특히 카드사 정보 유출의 경우, 올해 1월부터 개인정보가 브로커에 의해 시중유통됐다는 언론의 의혹 제기에 이어, 4월 국민카드 가맹점주 14만명과 농협카드 3만5000명 기존 유출 고객의 피해 항목이 늘어나자 소비자단체는 재심을 요청하고 나섰다. 하지만 재심청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유일하게 신청이 수용된 동양사태 의혹도 향방을 가늠하기 어렵다. 지난해 10월8일 금융소비자원이 신청서를 제출한 지 단 일주일만인 10월15일 금감원은 국민검사청구를 수용했다. 당시 금감원은 “사안의 중대성과 심각성을 감안해 불완전판매의 확실한 근절 의지를 보여주겠다”고 발언했다.

하지만 이후 진행 내용은 알려진 바 없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장은 “국민검사청구 접수 후 아무런 내용도 전달받지 못했다”며 “심의 당시 대표자에게 의견진술 기회를 주지도 않았고, 우리가 관련 내용을 요청했지만, 알려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조 원장은 “지난해 10월 접수 후 진행사항에 대해 문의했을 때 아무런 답변도 주지 않다가 국정감사 이틀 전에 아무런 통보없이 갑자기 승인했다”며 “당시 동양사태와 관련, 최 원장 및 금감원 비판이 쇄도했는데, 이에 대한 보여주기식 결정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전했다.

숨 막히는 빡빡한 규정

이는 국민검사청구의 원안이 된 감사원 국민감사청구 및 공익감사청구와 상당한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금융소비자원은 지난 3월 금감원 기각된 개인정보유출안을 들고 감사원 국민감사청구를 신청, 감사원은 이를 수용했다.

금감원·감사원이 운영하는 두 청구제도는 외형은 비슷해도 운용에선 상당한 차이가 있다.

금감원 청구는 금융회사 등의 부당 업무처리·위법행위로 이익침해를 당하거나 당할 우려가 있는 200명 이상 피해자를 모아야 신청이 가능하다.

반면 감사원 청구는 300명으로 숫자는 더 많지만 19세 이상 성인이면 동의서명만으로 충분히 신청 참가자를 모을 수 있다. 피해자만 선별해 모아야 청구가 가능한 금감원 청구보다 훨씬 ‘문턱’이 낮은 셈이다.
또한 감사원과 금감원 모두 재판·수사·국정조사·행정심판 등 절차가 진행 및 확정된 건은 기각대상으로 두고 있다.

다만, 두 기관 모두 예외조항을 두고 있는데 여기엔 또 다른 ‘문턱'이 있다. 금감원은 새로운 증거사안이 있을 경우만을 한정하면서도 운영규정 15조, 16조에 걸쳐 별도의 청구 각하·기각 조항을 각각 하나씩 두었다.
반면 감사원 청구에 추가 청구 각하·기각조항은 없다. 오히려 감사원은 ▲수사·재판·행정심판과 직접적 관계없이 긴급한 필요가 있을 때 ▲위법한 사실 또는 중요 판단기준 또는 자료, 정보에 오류 등이 발견됐을 때 ▲이미 감사했어도 중요사항이 새로이 발견된 경우 등 예외 조항을 다수 두어 최대한 조사범위를 넓히고 있다.

금감원은 진행경과 공개도 하지 않는다. 회의 의사록은 공개되지 않으며, 신청인은 심의위 위원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발언을 했는지 알 수 없다. 반면, 감사원은 진행경과를 신청인에 공개할 수 있는 조항을 마련해두고 있다.

또한 금감원 청구는 금융감독원장이 실질적인 결정 권한을 쥐고 있고 결정 내 일선 부서가 관여할 수 없지만, 감사원은 일선 감사부서가 감사청구 타당성을 검토하고 사무총장 공직감찰본부장 또는 소관 사무차장에 결재권한을 맡겨 두고 있다.

이 같은 차이에 대해 일각에선 양 기관간 태생적 차이를 거론한다.

한 정부 관계자는 <국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감사원은 각 기관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은 민원이 최종적으로 도달하는 기관이며 각종 청구제도를 운용한 지 10∼20년이 되는 만큼 수용의 폭이 넓은 편"이라며 “금감원은 그간 감독업무에만 집중한 만큼 감사원과는 다르다"고 밝혔다.

줄곧 금감원 청구신청을 해온 조남희 금융소비자원장은 금감원에서 실행의지가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조 원장은 “수사나 소송 한 건만 있어도 청구결정 대상에서 제외할 정도로 청구결정요건을 지나치게 까다롭게 적용한다”며 “감사원은 예외조항이 있고, 정책감사 등 포괄적으로 문제 해결방안이 있는 등 금감원과 기본적인 실행의지가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나름 기준으로 감사원 청구제도를 벤치마킹했다"며 “문제제기에 대해선 인지하고 있으나, 수정방안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부실감독, 피해구제와 관계없다

그렇다면 서민금융과 금융소비자보호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다른 방안은 어떨까. 최근 감사원 감사 결과를 살펴보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저신용, 저소득자를 대상으로 추진된 새희망홀씨 대출이 소득기준 초과자에게도 대출되고 성실 상환자는 금리감면 혜택을 못 받았고 ▲신용정보회사가 신용한도까지 대출받지 않았는데도 신용등급 산정시 전액대출한 것처럼 산정한 것을 감독하지 못했다.

또 ▲십수년 전부터 지적된 POS단말기 개인정보 불법유통 문제도 다시 거론됐으며 ▲주식대량 보유 사항 지연보고 ▲저축은행 위법·부당한 회계처리에 대해 회계감리 필요 여부를 보고서에 기재하지 않은 것도 지적대상으로 올랐다.

지난해 9월부터 금융소비자와 소통하겠다는 차원에서 설립한 소비자보호심의위원회도 불완전판매와 소비자민원감축 등에만 집중할 뿐, 금융피해소비자가 간절히 원하는 동양사태, 개인정보유출 등 굵직한 피해구제방안은 다루지 않고 있다. 

지난달 14일 공개한 업무처리 혁신방안엔 금융소비자보호에 대한 내용은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금감원도 이유는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소비자 구제는 법제적 해결이 필요한 부분인 반면, 금감원은 법제적 성격을 가지지 않는 집행기관에 불과하다”며 “대신 민원감축 등 다수 부문에서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금감원의 해명은 더더욱 금융소비자보호 기능에 의문을 들게 한다.

KIKO옵션사태, 저축은행 후순위채, 동양사태, KT ENS 사기대출, 수없는 정보유출 사건 등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금감원이 무엇을 감독했는지 질타가 쏟아진다.

그 때마다 금감원은 해당 금융기관 및 기업을 질타하고, 감독기능을 강화한다는 약속만 ‘고장난 레코드’처럼 되풀이해 왔다. 하지만 저축은행 당시 지적된 모피아나 KT ENS에 금감원 내부직원이 연관됐다는 것에 대해선 이렇다할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

국민검사청구의 의의는 무엇일까. 지난해 금감원 측은 동양사태 접수 당시 국민검사청구 목적은 피해자 구제가 아니며 검사 실시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라고 분명히 한 바 있다. 구제가 빠지면 남는 의의는 국민 목소리를 듣겠다는 것뿐인데 그마저도 제대로 듣고있는지 의문이다.
/고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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