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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채권단 '총수 장남 지분' 갈등 어디까지 가나
동부-채권단 '총수 장남 지분' 갈등 어디까지 가나
  • 日刊 NTN
  • 승인 2014.07.03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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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화재 지분 14.06% 향방에 금융계열사 경영권 좌지우지

채권단 "자구계획 짤 때 대주주 책임 문제 다시 나올 것"

유동성 위기를 겪는 동부제철이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에 들어가게 되면서 급한 불을 껐다.

    동부그룹 비금융계열 지주회사 격인 동부CNI도 이달 초 500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도래하지만, 일단 자체 담보 등으로 막겠다는 계획이다. 한때 법정관리가 불가피하다는 관측까지 나돌았으나 현재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3일 금융권과 동부그룹에 따르면 패키지딜 무산 이후 동부발전당진 투자유인서(티저레터)가 15곳의 투자자와 업체에 발송되는 등 자산 매각 절차가 재개됐다. 동부특수강 제삼자 매각도 곧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7월에만 22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몰려 있기는 하지만 동부그룹의 위기는 다소 소강상태에 접어든 분위기다.

    그러나 동부 사태가 해결 국면에 들어설 때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무엇보다 김준기(70) 동부그룹 회장의 장남 남호(39)씨가 보유한 동부화재 지분을 둘러싼 채권단과 동부그룹의 갈등이 가장 큰 난제다.

    ◇ 장남 지분, 왜 그토록 집착하나
    남호씨는 미국 유학(워싱턴대학 MBA)을 마치고 2009년 1월 동부제철에 차장으로 입사했으며 본사 인사팀 등을 거쳐 현재는 동부팜한농 부장으로 근무 중이다. 김 회장은 남호씨를 동부제철→기타 제조부문 계열사→금융계열사 순으로 돌리며 경영수업을 받게 하는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남호씨가 보유한 동부화재 주식은 995만1520주(지분율 14.06%)다. 지분 가치는 5만1천원 안팎인 주가로 따지면 5천억∼5100억원이다.

    김 회장 지분은 7.87%, 김 회장 장녀인 주원씨 지분은 4.07%, 동부문화재단 지분이 5.0%로 오너 일가 지분을 다 더하면 31.3%에 달한다.

    동부화재는 지난해 원수보험료 7조6427억원, 당기순이익 3060억원을 기록한 우량 보험사다. 삼성화재에 이어 업계 2위로 현금·예치금이 1조7천억원대에 달한다. 올해 1분기에도 전년보다 9.0% 증가한 683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등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또 동부생명(92.9%), 동부증권(19.9%) 등을 지배하면서 금융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다. 동부화재가 넘어가면 동부그룹 주요 6개 금융계열사가 함께 넘어가는 구조다.

    남호씨는 동부화재 최대 주주이지만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고 맡은 직책도 없다.

    그렇지만 그가 보유한 동부화재 지분을 채권단 요구에 따라 담보로 제공할 경우 동부제철의 자금난이 악화해 담보를 회수할 상황이 되면 결국 경영권이 넘어갈 수 있다.

    이미 김 회장 지분은 다른 계열사 지분, 한남동 자택 등과 함께 담보로 설정돼 있다.

    남호씨 지분도 2009년 우리·하나·외환은행 등 20개 금융기관에 담보 설정이 됐지만, 주가가 당시(1만9500원)보다 2.5배가량 치솟으면서 담보 가치가 높아져 추가 담보 여력이 3천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채권단 입장에서는 오너 자산 중에서 가장 믿을 만한 담보가 바로 이 지분인 셈이다. 채권단은 오너일가 사재출연도 이 지분이 대체 담보로 전제돼야만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룹 전체 구조조정을 둘러싼 주도권 싸움에서 실리와 명분을 일거에 획득할 카드로 보는 시각이다.

    반면 동부그룹 입장에서는 '지분 그 자체가 곧 경영권'이기 때문에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카드인 셈이다. 비금융부문 구조조정이 어떤 형태로 이뤄지든 금융부문 경영권을 잃으면 빈 껍데기만 남는 것뿐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 채권단 "총수 일가 책임…사재출연은 당연하다"
    채권단의 설명으로는 동부화재 지분 문제는 김 회장의 사재출연 약속과 함께 대두했다.

    동부그룹은 지난 4월 신주인수권부사채(BW) 만기 상환과 운영자금을 동원하고자 1천260억원을 산업은행으로부터 브리지론으로 대출받으면서 김 회장의 전 계열사 지분과 자택 등을 담보로 설정했다.

    김 회장이 이중 동부화재 지분을 팔아 동부제철 유상증자(800억원)에 참여한다는 게 애초 약속했던 사재출연 계획이라고 채권단은 설명했다.

    그러려면 담보 설정이 풀려야 하는데 산은은 대체 담보로 남호씨의 동부화재 지분을 요구했다.

    지난해 자구안을 만들면서 남은 재산을 전부 털어냈기 때문에 추가 담보 여력이있는 자산은 남호씨 보유 지분밖에 없다고 채권단은 주장한다.

    채권단 관계자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총수 일가가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사재출연은 당연하다. 역대 구조조정 사례에서도 그랬다"고 말했다.

    동부제철 자율협약 개시로 지분 제공 문제가 잠시 잠잠해지더라도 언젠가는 다시 터져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동부제철 실사 후에 자구계획안을 확정하는 과정에서 지분 제공 문제가 다시 불거질 수 있다"면서 "채권단과 대주주 등이 부담 금액을 정할 때 대주주 책임 문제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에서는 김 회장이 아들의 지분을 챙긴다는 사회적 비난을 무릅쓰고 시장을 위험에 빠트리려 한다며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 동부그룹 "금산분리 원칙 지켜야…초법적 요구"
    동부그룹은 원천적으로 지분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다.

    우선 브리지론을 받기 전인 지난 2∼3월부터 금융당국에서 '구조조정 속도를 높이기 위한 대주주의 결단'을 요구하며 남호씨 지분을 거론했다고 한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금융당국은 구조조정 초기부터 우량한 금융계열사인 동부화재의 지분을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금감원이 오너 일가 지분을 정밀 실사했다는 말도 나왔다.

    STX·동양 사태로 엄청난 손실을 감수해야 했던 산업은행이 동부화재 지분, 즉 경영권을 지렛대로 삼아 선제적인 구조조정 작업에 착수했다는 뜻이다. 동부화재 오너 지분이 곧 산업은행의 '출구전략'이라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동부 관계자는 "산은은 기업구조조정이 아니라 채권회수 측면에서만 문제를 보고 있다. 오너에게 다 내놓으라고 하고서 무슨 협상이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채권단이 겉으로는 '법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하면서도 압박 강도를 점점 올리는 걸 보면 분명히 어떤 의도가 있다는 게 동부 측의 의구심이다.

    동부는 또 그룹의 독특한 지배구조를 방어논리로 내세우고 있다.

    금융과 비금융 계열이 철저히 분리돼 있어 일반 계열사가 금융계열사를 지배하는 곳이 많은 다른 그룹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다. 동부화재가 가진 비금융계열사 지분은 동부제철 4.9%, 동부엔지니어링 1.9% 뿐이라는 설명이다.

    동부 측 다른 관계자는 "정부의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모범적인 지배구조를 구축했는데, 사정이 어려워졌다고 금융·비금융 구분하지 말고 있는 건 다 투입하라는 식의 요구는 부당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금융계열사 중 1∼2곳을 매각하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이 또한 금융·비금융 분리 체제에서 비금융계열사에 대한 지원이 금융계열사 주주·고객에 대한 배임으로 이어져 법적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게 동부 쪽 입장이다.

    강제적 지분 요구 자체가 초법적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이런 식으로 밀어붙이면 결국 소송전으로 비화할 수밖에 없다고 동부 측은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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