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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조사는 무섭다…탈세제보는..."
"세무조사는 무섭다…탈세제보는..."
  • kukse
  • 승인 2012.01.01 08: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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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순강 소장의 ‘택스 프로파일러’…<2>

탈세제보 막을 유일한 방법은 ‘투명경영’뿐
   
 
  ▲ 허순강 본지 객원논설위원  
 
역대 정권들의 부정부패, 수십년간 계속된 국세청장들의 수난을 ‘도덕성 문제’ 만으로 밝힐 수 없는 복잡다기한 요소들이 작용한다. 법률적ㆍ제도적 시스템의 장단점을 거론하기 이전에 근본적으로 다루어야 할 사항이 많다.

우리는 세금의 심연을 보아야 한다. 국민에 대한 배려ㆍ철학적 고뇌ㆍ역사적 성찰과, 근본적으로 ‘조세정의란 무엇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신년 특집으로 [허순강 소장의 ‘택스 프로파일러(tax profiler)’]를 연재하려고 한다. 허순강 소장은 우리나라 최초의 세금작가로서 ‘세금 이야기’의 시대를 열었다. 그가 풀어나가는 이야기에서 우리나라가 처한 세금의 문제점을 동ㆍ서양, 현재ㆍ과거를 통해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 세무조사는 무섭다

삼장법사에 꼼짝 못하는 손오공

《서유기》의 주인공인 손오공은 당나라 삼장법사 현장의 첫째 제자가 되어 삼장법사를 보호하며, 천축국(현재의 인도)에 있는 뇌음사에 불경을 구하러 간다. 손오공은 도술의 달인으로 특히 분신술과 변신술에 능했고, 단숨에 8만리를 날아다니지만 그런 손오공도 삼장법사의 손아귀를 벗어나지 못한다.

국세청의 세무조사는 무서워

우리 납세자들은 교육수준도 높고, 인터넷 발달로 많은 지식이 있고, 국제적인 교류의 경험을 쌓았다. 나름대로 자부심이 높지만 이들 대부분은 세금을 가볍게 보기도 한다.
아마도 본인이 손오공이 된 양 착각한다. 그러나 세무조사를 당해보면 본인이 ‘삼장법사 손 안의 손오공’이었음을 알게 된다.

국세청에는 수많은 정보(세금신고 실적, 부동산ㆍ주식ㆍ금융거래 내용, 해외 출입국ㆍ해외재산 정보의 공유 등)가 있고, 이 외에도 정부 각 기관의 정보(금감원, 공정위, 금융정보원, 각종 인허가 내용 등)를 공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납세자들은 나름대로 손오공임을 자처하지만 세무조사의 결과는 뻔하다.
2001년의 재벌 및 언론사 세무조사에서 이런 실상이 밝혀졌다. 중앙 언론사 사주 부인은 세무조사 과정에서 잘못이 드러나자 투신자살을 선택했다.
필자는 저서ㆍ강의에서 “국세청은 당신 식탁의 숟가락 숫자까지도 꿰고 있을 정도. 당신은 어떻게 대처할 건가?”라고 하면 모두 놀라워한다.

■ 탈세제보는 더 무섭다

회사의 핵심 임원 제보로 1조원대 추징

국내 1~2위의 재벌그룹 회장들이 측근들의 제보로 1조원대에 이르는 세금추징(다른 말로는 ‘사회공헌기금’)과 함께 형사처벌도 받았다. 그러나 이런 처벌에 대해서 시민단체에서는 미흡하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00물산 상대로 6억원 뜯어낸 50대 구속

최근에 검찰은 국내 최고재벌회사 00물산 직원의 비리를 폭로하겠다고 협박해 수억원의 돈을 뜯어낸 50대를 구속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직원의 비리를 폭로하겠다’며 20차례가 넘게 회사 측을 협박, 모두 5.9억원을 뜯어낸 혐의로 조모(56)씨를 구속했다. 00물산 협력업체의 대표였던 조씨는 2007년 회사가 망하자 범행을 결심했다. 그는 본사에 찾아가 “그동안 00물산 현장소장 등에게 돈과 향응을 제공해왔는데 이를 폭로하겠다”며 6억원에 가까운 돈을 뜯어냈다. 조씨는 00물산 직원 A씨에게 상납 등으로 500만원을 건넨 것을 빌미로 협박, 500만원을 뜯어낸 혐의도 받고 있다. 조씨는 A씨가 전화를 받지 않자, 휴대폰에 “전화를 피하면 돈 받은 사실을 회사에 다 알리겠다”는 내용의 음성메시지를 남긴 것으로 드러났다.

회사 임직원 제보로 2007년 국세청장ㆍ부산청장ㆍ청와대비서관 등 수뢰로 구속

2007년 하순 국세청장ㆍ부산지방국세청장ㆍ청와대비서관이 건설업체 수뢰로 구속됐다.

H토건 대표 김모(41)씨는 공사계약서를 위조해 기술신용보증기금의 보증을 받은 후 금융기관으로부터 60억원을 불법 대출받았고, 불법대출건과 관련해 부산지방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은 뒤 매출조작 등이 드러나 2005년에 50억원의 추징금을 받았지만 이를 납부하지 않았다. 회사의 임직원이 포상금을 노리고 김씨에 대한 탈세 비리를 국세청에 인터넷으로 제보하면서 시작됐다. 김씨는 식당에서 정 청장, 정 전 비서관과 함께 저녁식사를 한 뒤 귀가하는 정 청장에게 1억원이 든 가방을 전달한 혐의로 구속됐다.

이해관계자들의 탈세제보 급증. 5년간 45천건ㆍ2.9조원 추징. 포상금을 노리기도

독자들은 위의 사례들이 극히 일부라고 생각하겠지만, 2011년 국세통계연보[아래의 표 탈세제보자료처리실적 및 포상금지급현황]에서 그 심각성이 상세하게 드러난다. 탈세제보가 2006년~2010년 동안 총 5년간 45천 건이 접수되어 총 2조 8610억 원이 추징되고, 이와 관련하여 탈세제보포상금 지급액은 98억원이다. 위의 제보건수는 공식적인 통계일뿐이고, 탈세제보 이전에 당사자간의 조정이 이루어진 것을 감안한다면 그 규모는 엄청날 것이다.


■ 인터넷으로 열린 세상, 더 이상 숨길 곳 없어…투명성이 수익성 높여

‘투명경영’의 저자 돈 탭스콧는 투명성에 대하여 아래의 내용을 말한다.
불투명한 기업들이 왜 몰락했고 그중 일부 기업들은 개방형 기업들이 어떻게 윤리적인 핵심가치와 정직한 태도를 통해 성공하고 발전하고 있는지를 설명한다.

경영의 투명성은 기업의 이해관계자들에게 모든 것을 명료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며, 이제 우리는 투명성의 시대에 들어섰다. 어차피 벗어야 한다면, 모든 것이 결국 공개된다면 경영전략과 기업문화는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

지난 시대에는 정직이 돈벌이와는 무관한 것으로 보았다. 예전에 기업들이 영업보고서조차 발간하지 않았고, 독점과 시장조작이 횡행했지만, 현대에 와서 투명성이 화두로 등장하였다. 저자는 20여 년 전부터 기술이 기업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하면서 새롭게 부상한 ‘투명성’이 경영 패러다임으로 정립하게 되었다.

투명성이 화두가 된 가장 큰 원인은 인터넷혁명으로 인해 소수지배자들로부터 다수의 주주, 고객, 사원, 협력업체, NGO 등 이해관계자들에게로 힘의 이동때문이다.

인터넷으로 주주들은 투자 기업을 감시하고, 고객은 특정 기업의 제품의 결함, 비리사건, 환경오염 사례 등을 보며, 사원들은 회사비방사이트를 만들기도 하며. NGO들은 특정 기업에 대한 국제적 시위나 불매 운동을 손쉽게 조직할 수 있다.

따라서 자사의 이해관계자들이 얼마나 큰 힘을 지니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한 기업들은 이미 위기를 맞거나 몰락하고 있다.

한편, 기업 스스로도 투명성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 글로벌 경제에서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과 비용절감을 위해 표준화된 관행을 정립하고 기업 내부는 물론 수많은 협력업체와 정보를 공유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자동적으로 정보를 축적하고 공유하는 Auto-ID, RFID 태그 등이 이미 재고 관리와 물류 등에 응용되어 엄청난 비용절감을 이루었다. 그 외에도 과거에는 정부가 하던 일들이 민간에 이양되면서 기업의 역할이 점점 확대되어가는 상황에서 기업에 높은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그 결과 수많은 기업들이 하청업체의 아동노동착취(네슬레, 나이키), 전쟁비용으로 쓰이는 ‘피묻은’ 다이아몬드의 유통(드비어스), 납품업체의 동물학대(버거킹)처럼, 과거에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외면했던 문제들에 대해서까지 책임을 요구받고 있다. 신뢰 수준이 높은 국가는 경제 수준이 높고, 가난한 나라도 신뢰 수준이 높으면, 경제 성장 속도가 빨랐다. ‘미국에서 이상적인 노동환경 100대 기업’은 훨씬 높은 수익률을 거둔다. 투명성 자체도 상품이 된다. 이베이는 실제 업무는 모두 고객들이 하게 만들면서 투명성 프로세스로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노사관계, 환경정책, 커뮤니티 지원 등 사회적 책임성 있는 기업들에만 투자하는 사회책임투자펀드가 일반 펀드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올린다. 그런 회사들은 강한 책임감을 가진 유능한 경영진에 의해 인도되는 경우가 많으며 장기적인 전략에 집중하고, 거래비용과 소송비용을 적게 쓰며 위기 대처 능력이 강하다는 점 등으로 인해 높은 수익률을 올리는 것으로 보인다.

2002년 엔론사태 등으로 수많은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을 떠났지만, 사회책임투자펀드에는 오히려 15억 달러가 새로 유입되었다. 결국 투명성이 대세라면, IT에 대한 투자가 마침내 생산성 혁명을 이루었듯이 투명성에 대한 현명한 투자는 기업의 장기적인 생존과 번영이라는 대가로 돌아온다.

■ 내부제보에 대비하는 방법은 투명경영뿐

위에서 세무조사가 무섭지만 더 무서운 것은 내부제보라는 것을 설명하였다. 그리고 현장에서 경영자들의 의견을 들어보아도 측근의 제보를 가장 무서워하고 있다.
납세자들에게 꼭 한마디만 하겠다. “이해관계자들의 탈세제보를 막을 방법은 오직 하나 ‘투명경영’뿐이다.“ 누구를 위함이 아니라 본인을 위해서...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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