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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의 딜레마...소탐대실(小貪大失)
절세의 딜레마...소탐대실(小貪大失)
  • kukse
  • 승인 2012.01.16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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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순강 소장의 ‘택스 프로파일러(tax profiler)’(5)
   
 
  ▲ 허순강 본지 객원논설위원  
 
역대 정권들의 부정부패, 수십년간 계속된 국세청장들의 수난을 ‘도덕성 문제’ 만으로 밝힐 수 없는 복잡다기한 요소들이 작용한다. 법률적ㆍ제도적 시스템의 장단점을 거론하기 이전에 근본적으로 다루어야 할 사항이 많다.

우리는 세금의 심연을 보아야 한다. 국민에 대한 배려ㆍ철학적 고뇌ㆍ역사적 성찰과, 근본적으로 ‘조세정의란 무엇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신년 특집으로 [허순강 소장의 ‘택스 프로파일러(tax profiler)’]를 연재하려고 한다. 허순강 소장은 우리나라 최초의 세금작가로서 ‘세금 이야기’의 시대를 열었다. 그가 풀어나가는 이야기에서 우리나라가 처한 세금의 문제점을 동ㆍ서양, 현재ㆍ과거를 통해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1. “돈은 머무는 게 아니다” 전재산 1.8조원 기부한 대만 재벌

"내 전 재산을 사회에 기부하겠다. 내 아이들은 스스로 열심히 벌어야 할 것이다" 대만의 대표적 기업인 장룽파(85) 창룽그룹 총재는 자신의 전 재산을 사회에 1.8조원을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장 총재는 이날 “젊은 사람은 스스로의 힘으로 노력해야 하며 부모에게 기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장 총재는 지난 1985년 본인 이름의 기금회를 설립하면서 이미 기부 선행을 해왔다. 전국 약 7만명의 경찰이 각 지역의 곤궁한 가정을 찾아내 추천하면 기금회가 이들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그는 “돈은 돌고 도는 물건이고 돈을 버는 데서 얻는 행복은 잠깐"이라며 독서광이기도 하다.

2. 우리 납세자들은 절세에만 관심

쓸데없이 많은 세금을 내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그러한 결과 납세자들은 어떤 방식이든 세금 최소화에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특히 올해부터 시행되는 ‘한국판 버핏세'[과표 3억원 초과시 세율이 최대 41.8%(주민세 포함)]가 도입되면서 거액 자산가들은 금융상품수익률이 높아서 큰돈을 벌어들여도 세금으로 떼이게 되니, 차라리 수익은 신통치 않아도 세금을 적게 내는 절세형 상품에 눈 돌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자가 4%인 비과세상품에 투자하면 수익 4%를 챙길 수 있지만, 과세상품에 투자해서 최고 세율로 세금을 내고 나면 2%대 수익밖에 얻을 수 없다는 논리이다. 재정확대로 앞으로 정부가 절세상품을 점차 없애나갈 것이라며 가입을 서두르는 자산가도 늘고 있고, 또한 재력가들은 거액을 연 4%대 즉시연금보험가입이 증가한다고 한다. 즉시연금보험이란, 목돈을 넣고 바로 다음 달부터 일정 기간 연금 형태로 돌려받는 상품으로, 노후 준비가 덜 되어 있는 베이비붐 세대가 주로 가입한다고 한다.

정부의 가업상속공제에 많은 기업인들이 관심이 있고, 부담이 적은 증여세 혹은 상속세에 최고의 관심을 가지고 있다. 위와 같은 현상은 자연스럽고도 당연한 귀결이다. 그러나 좀 더 중요한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자칫 절세가 본인들에게 불행으로 닥칠 수 있다는 것이다.

3. 거세지는 재벌 2ㆍ3세들에 대한 비난

최근 재벌집 딸들의 ‘빵집’이 논란이 되고 있다. 아들들의 ‘외제자동차 수입 판매’도 비난받고 있다. 이들 재벌 2ㆍ3세들의 손쉬운 사업과 재테크에 안주하는 것은 시민단체와 비판세력의 ‘손쉬운' 타깃이 되고 있고, 실제로 ‘빵집 철수’로 결론났다.

어느 중견그룹 회장은 아들에 대해 “일류대학ㆍ해외연수ㆍ미국 명문대 MBA 등을 보냈고, 귀국 후엔 인적 네트워크를 쌓으라고 각종 상류층 서클에 참가하도록 주선했다. 그런데 막상 아들을 현장에 투입하니 리더십 문제가 드러났다. 어렵고 힘든 건 기피하고, 재테크에만 관심이 많아요. 주식만 슬금슬금 자기 명의로 바꾸고…. 경영목표를 달성했다길래 알아보니 아예 목표치를 내려 잡았다. 다른 재벌 후계자들도 비슷해 보여서 걱정"이라며 탄식했다. 재벌 2ㆍ3세들에게서 거대 기업을 책임지겠다는 책임감과 끈기는 부족해 보인다. 왜 그런가? 재벌 2세들만의 잘못인가. 또한 우리 모든 자식들은 어떤가.

4. 50년 名家식당 창업주 ‘월급사장’으로 몰락

50년 한우 名家 `D식당’. 주인 바뀐 서울 대표 고깃집거의 반세기 동안 미식가들의 찬사를 받으며 연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려온 서울의 한우전문점 ‘D식당’이 부산의 건설업체에 200억원 가량에 팔렸다. 식당 매각대금은 창업자 맏아들의 은행부채를 갚는 데 쓰여졌다. 본점 외의 프랜차이즈 분점의 식당이름 사용을 놓고 법적 분쟁까지 벌어졌다. ‘식당의 맛’을 유지해달라는 새 주인의 요청을 받아들여 지금 창업주는 월 500만원을 받는 월급사장으로 지내고 있다.

종업원들은 “창업주의 아들이 식당을 제대로 하지 않아 풍비박산이 났다”고 말문을 열었다. “눈물이 나죠. 할머니께서 50년 동안 일궈놓은 식당인데…. 하루 아침에 월급쟁이 사장이 됐으니 그 마음이 오죽하겠어요. 식당경영에 몰두하지 않고 다른 일에 한눈을 팔면서 상당한 빚을 지게 됐고 이로 인해 식당을 넘겨 줄 위기가 여러 번 있었다”며 2010년 이후 지인들도 큰 아들의 행방을 알지 못하고 있다.

식당 관계자들은 “최근 할머님의 주름이 더 깊어진 것 같다”며 “황실의 맛을 전수받은 몇 명 안되는 장인인데…”라고 안타까워했다.

5. 엄마요? 모르는 여잔데요?

'93년에 사망한 할머니에 대해 호적상 배우자나 자식이 없어 상속세 9억원을 피상속인의 형제자매에게 고지했다. 고지서를 받은 형제자매들은 피상속인의 친생자가 있다고 하며 친생자에게 상속세를 부과하라고 불복청구를 했다. 실제 피상속인의 주소지에 주민등록상 동거인으로 사는 아들(본인은 否認)이 등재돼 있었다. 이 아들은 피상속인을 ‘모르는 여자'라고 계속 주장했다. 결국 집안 어른들이 친생자확인소송을 추진했고, 가정법원은 서울대병원에 DNA 분석 및 친생자 여부를 확인토록 의뢰했고, 서울대병원은 “친생자가 확인된다”고 회신했다.

결국 상속세는 친생자에게 부과됐다. 그러면 왜 이런 일이 발생되었을까? 피상속인은 어려서 기생생활을 했고, 혼인하지 않고 그 아들이 태어난 것이다. 피상속인은 화류계에서 많은 재산을 모아 경제적으로 풍요롭게 해줬지만 자식의 정상적인 교육은 등한시했다. 재판에 제출된 학교 생활기록부에는 ‘원만하지 않은 가정환경으로 우울한 성격이며 남과 어울리지 못함'이라고 적혀있다. 이런 성격적 파탄으로 인해 피상속인(어머니)이 모았던 모든 재산을 탕진했다. 그리곤 상속세가 부과되자 ‘모르는 여자'만을 되뇌며 이모·외삼촌들에게 세금을 떠넘기려고 했던 것이다. 결국 어머니가 돈으로만 아들에게 보상하려고 했던 것이 아들을 파멸로 이끌고 말았던 것이다.

6. “모두 죽여버릴 거야”

부부가 모두 우리나라 최고 명문대 출신으로 남편은 주요언론사 사장을 역임했고, 부인도 상당한 재산을 모았다. 자식들 모두 최고대학출신으로, 대부분이 대학교수이다.
독자인 아들은 어려서부터 귀한 대접을 받았다. 대학졸업 후, 아들의 친구들이 유혹해 회사의 투자를 권유하여 많은 재산을 탕진했고, 또한 여자관계가 복잡했다. 이에 부친으로부터 모든 재산의 처분을 금하도록 가처분 및 가등기를 하였고, 아버지와 아들은 되돌릴 수 없는 관계가 되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순간까지 아들을 배척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상속이 시작되었고 상황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다른 상속인들이 이 외아들을 정신병원에 입원시켰고, 이 외아들은 어머니에게 “한번만 더 나를 병원에 입원시켰다가는 모두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하자, 어머니는 겁을 먹고 퇴원시켰다. 그리고 다른 상속인들은 속수무책으로 공포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7. 재산상속ㆍ절세보다 자식들에게 치열한 근성 키워야

독자들은 위 3가지 사례에서 무엇을 느끼는가? 극히 소수의 사례라고 폄하하려고 하려는가? 내가 겪은 재력가들의 90% 이상이 이런 사례를 겪는다.
나의 경우도 대학졸업반인 외아들에게 “너의 유복한 생활이 너의 행운인지, 아니면 너에게 毒이 될런지 모르겠다. 너 스스로 치열하게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너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주문한다.

우리 모두는 자식들에게 킬러 본능(killer instinct)·치열함·근성을 가르쳤는가를 반성해야 한다. 프랑스의 작가 생떽쥐베리는 “우리는 지금 많은 재산과 육체의 안락에 만족해할는지 모른다. 그러나 인간의 심층 맨 밑바닥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하지만 꿈틀대는 원초적인 무엇인가가 있다. 인간성이 바로 그것이다"고 말한다. 자식들이 잘못 크는 것의 근본적인 책임은 부모다. 자식을 비닐하우스 온실에서 애지중지 키운 것이 원인이 아니겠는가. 그렇게 키워서 생존경쟁이 벌어지는 전쟁터에서 어떻게 살아남겠는가. 자식에게 킬러본능과 오기와 근성을 키워주지 못하고 안일한 삶을 영위케 하는 것은, 자식의 인생을 망치는 것이다. 우리는 본인과 자식들의 절세에 관심을 갖는 것 이상으로 인간성 본성에 관한 것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나는 “당신의 자식이 부모를 부정하고, 자식을 나락으로 빠트리지 말게 하십시오. 당신이 물려주는 재산은 자식을 불행의 늪으로 밀어 넣는 것 그 이상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단언한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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