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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정칼럼] 왜 납세자를 우울하게 만드나
[세정칼럼] 왜 납세자를 우울하게 만드나
  • kukse
  • 승인 2012.06.07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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沈 載 亨(顧問)
   
 
 
잘 나가던 국세청이 체면을 구겼다. 국세행정의 최후 보루라는 세무조사 운영에 구멍 뚫린 사실이 감사원의 감사 결과 드러난 때문이다.

조사대상자가 뒤바뀌어 엉뚱한 사람이 세무조사를 받았다니 조사대상 선정부터 사후관리까지 ‘총체적 부실’이라는 감사원의 총평이 지나친 말은 아닌 것 같다. 정신 번쩍 든 국세청 당무자들, 조사행정 전반에 걸쳐 정밀 진단에 나서겠지만 이 기회에 세무조사 현장에서 벌어지는 납세자들의 심리적 갈등도 관심 있게 챙겨 보기를 주문하고 싶다.

납세자권리헌장 왜 제정 했나

가끔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기업 관계자들과 얘기를 나누다보면 조사행정을 컨트롤 하는 수송동(국세청) 의지와 일선 현장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것 같다. 납세자권익을 늘 강조하는 국세청의 지침대로라면 우리네 납세기업들, 감칠맛 나는 세정을 만끽 할만도 한데 현실은 그게 아닌 모양이다.

당국이 그렇게도 외치는 납세자 권익이 자주 실종돼서다. 국세청의 세정기조는 그렇다 치고, 납세자들의 기본권이 명시된 현행 국세기본법을 보자. 이 법에 의해 제정된 ‘납세자 권리헌장’을 보면 우리네 납세자들, 분명 권익이 최대한 보장되는 선진사회에 살고 있다. 특히 납세자들이 예민하게 느끼는 조사행정 분야에 대해서는 심리적 안정장치를 각별하게 마련해 놓고 있다.

세무조사시 조세전문가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는가 하면 법령이 정하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중복조사를 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 그 뿐인가, 세무조사 기간이 연장되는 경우 그 사유와 기간을 문서로 통지받을 권리도 있다.

조사현장, 납세자권익 실종 빈번

이 헌장은 1996년 12월에 신설됐으니까 올해로 16년의 세월을 맞는다. 오랜 연륜의 ‘납세자권리헌장’― 그동안 이 헌장의 존재를 제대로 알고 있는 납세자는 과연 몇이나 될까.

‘권리위에 잠자는 자 보호받지 못 한다’는 법언(法諺)이 있지만 실은 국세당국도 이 헌장을 ‘선언적 규정’ 쯤으로 여기는데 문제의 소지가 있는 것 같다. 한 예를 들어 보자. 국세청조사국 산하 조사반장 이상 간부들은 1년에 몇 차례 국세공무원교육원에 모여 연찬회를 갖는다.

세무조사 분야에서의 정도세정 실천 의지를 다지고 관리자로서의 자세를 다짐하기 위해서다. 이 기간 중 특정 기업군(群)의 조세무사는 자동 올 스톱된다. 요원들이 현장조사를 잠시 멈추고 연찬회에 참석하기 때문이다. 여기까지는 당국을 탓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그 다음이 문제다. 연찬회 관계로 공백이 생긴 ‘조사기간 처리’에 있어 우월적 지위를 행사하고 있다. 내부 사정으로 인한 조사기간 펑크 요인을 당해기업의 요청에 의해 조사가 일시 정지된 양 처리를 한다는 얘기다. 되레 당해 기업에게 ‘세무조사 중지 요청서‘을 내도록 회유한다니 속된 말로 팔 비틀어 절 받는 꼴이다.

우월적 행동 납세자 우울케 해

사소한 일(?) 같지만 납세자들은 이런대서 마음이 상한다. 조사에는 ‘반드시 실적을 내야 한다’는 조사파트의 오랜 ‘전설’도 납세자들을 우울하게 만드는 요인의 하나다. 세무처리에 흠결이 없으면 오히려 격려와 함께 깨끗이 돌아서는 ‘젠틀 세정’을 보고 싶어 하지만 이는 한낱 희망사항일 뿐이다. 조사기간 설정에 있어서도 비합리적인 사례가 적잖이 등장한다.

조사사무처리 규정에 따르면 조사기간은 최소한의 기간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에 있어서는 상식을 초월한 사례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평소 국세당국으로부터 성실성을 인정받아온 어느 중소기업 사장님, 세무컨설팅 차원에서의 간편조사를 기대했지만 조사반이 내놓는 조사통지서에는 조사기간이 장장 30일이다. 그 순간 행정력 낭비라는 생각을 떠나 조사행정의 권위가 의심스러워 진다는 얘기다.

납세자의 아전인수적 판단으로 치부하기에는 납세자 주장에 일리가 있어 보인다. 기업의 숨겨진 탈루소득을 들쳐 내는 대는 일가견이 있는지 몰라도 세심(稅心)을 배려하는 마음만큼은 낙제점이다.

조사기술 앞서 稅心을 헤아려야

일선서(署)의 세무조사는 이 보다 훨씬 ‘터프’하다. 털어도 별다른 먼지가 안 나오는 사업자에게 담당 직원들이 대 놓고 통사정을 한단다.

내부 결제라인에서 실적이 없다는 이유로 계속 비토를 놓는다며 ‘작은 꺼리(?)’라도 내 달라고 호소를 한다는 얘기다. 어물전 망신 꼴뚜기가 시키는 꼴이다. 당국 입장에서는 이 같은 일련의 사례들을 극히 일부의 돌출행동으로 치부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것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를 중요시 여겨야 한다. 납세자들의 감동세정은 큰 것이 아닌 작은 일에서 비롯된다.

당국의 사려 깊지 못한 하찮은(?) 행동거지에 납세자 마음이 우울해진다면 이거야 말로 국세행정의 소탐대실이다. 국세청 당무자들, 조사기술 연마도 좋지만 납세자 마음을 헤아리는 독심술(讀心術)부터 공부를 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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