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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ㆍ제일모직 합병 파장]
‘합병발목 가처분 소송’‘삼성家 부의 세습’…승자는?
[삼성물산ㆍ제일모직 합병 파장]
‘합병발목 가처분 소송’‘삼성家 부의 세습’…승자는?
  • 日刊 NTN
  • 승인 2015.06.11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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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임시주총 법정 소송 등 장기전 돌입…우호지분 결집·외국인 연대 등 ‘변수’
삼성그룹 이재용 승계 ‘빨간불’…재벌그룹 지배구조 개선 등 ‘제도 개선’ 목소리도

자산규모 260억 달러의 세계최대 미국계 헤지펀드중의 하나인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지난 9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을 의결하려는 주주총회 결의 금지 등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는 등 전면적인 합병 반대에 나서면서 향후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양사의 합병은 ‘이건희에서 이재용’으로 이어지는 삼성가(家)의 ‘부(富)의 세습’을 이루기 위한 필연적 수순이라는 측면에서 삼성그룹 차원에선 그야말로 결코 물러설 수 없는 ‘외통수’인 셈이다. 반면 ‘계란으로 바위치기’인 줄 뻔히 알면서도 법정소송 등에 나선 엘리엇 입장에선 장기전 돌입에 따른 사상 초유의 ‘쩐(錢)의 전쟁’이 한바탕 벌어짐으로써 최대한 실리(?)를 챙기게 돼 그야말로 ‘꽃놀이패’라는 지적이다. 개미들은 물론 국내외 기관투자가들의 뜨거운 참여와 관심 속에 펼쳐질 양측간의 치밀한 ‘수싸움’과 향후 시나리오 등을 진단해 본다. /편집자 주

 

 

삼성물산 주총결의 금지 가처분 소송 제기

삼성그룹과 삼성물산 경영권 참여를 선언한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내달 17일 열릴 예정인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 합병은 삼성물산 주주들의 이익에 반하는 불법적 행위라며 삼성물산과 이사진들에 대한 주주총회 결의 금지 등 가처분 소송을 지난 9일 서울중앙지법에 전격적으로 냈다. 이는 삼성물산 합병을 의결하는 임시주총에서 의결권 행사를 위해 우호 지분확보를 위한 치열한 매수전쟁이 펼쳐지는 마지막 날에 전격적으로 이뤄져 ‘이재용 승계작업’에 순항중이던 삼성그룹에 기습적으로 한방을 날렸다는 평가와 함께 향후 주요 주주들 사이의 복잡한 이합집산 등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반대의 근본적 이유는 이번 합병안이 주가가 고점에 있는 제일모직에 유리하고 주가가 저점에 있던 삼성물산에 불리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말 현재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 8조6119억원(3.51%) 등 총 13조434억원의 상장 계열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물산의 시가총액은 보유 주식 가액에도 훨씬 못 미치는 9조4280억원에 불과했다. 삼성그룹이 내세우는 양사의 시너지 효과 극대화라는 표면적인 합병 명분과는 달리 시장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차원에서 이번 합병이 기획·추진됐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일각에서 삼성물산 경영진이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의무’를 저버렸다는 비판마저 제기되는 상황이다.

재계 및 전문가들은 “두 회사 주가가 극도의 불균형을 유지하는 상황이 오래 지속됐음에도 삼성그룹이 삼성물산의 저평가 문제를 개선하려는 어떠한 노력도 기울이지 않아 결국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의 기습공격을 자초했다”면서 “엘리엇이 합병비율을 문제삼으면서 가처분 소송이라는 강수를 들고 나온 것은 일단 우호지분 확보를 위한 시간끌기 전략”으로 분석한다.

특히 양사간 합병비율 산정 시 삼성물산이 보유한 계열사·투자회사 지분 가치가 절반 수준으로 축소됐다는 점이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현재 삼성전자와 삼성증권, 제일기획, 삼성정밀화학 등 장부상 16조720억원에 달하는 계열사·투자회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중 삼성전자 지분 가치는 8조6119억원 규모로 가장 큼에도 불구하고 삼성그룹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주가만을 기준으로 합병비율을 정한 것은 불합리할 뿐만아니라 미국과 유럽 등 해외에서도 자산가치를 합병비율 산정의 기본으로 삼고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일부 외국인 투자자들이 엘리엇의 주장에 동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삼성물산 “미래불확실성이 합병근거” 반박

반면 삼성물산을 비롯해 재계의 견해는 이와 다르다. 한국은 상장사 주가를 기본으로 합병비율을 정하는 데 각사의 합병 결의 직전 최근 1개월 평균종가와 1주일 평균종가, 최근일 종가를 기계적으로 산술 평균해 정해지도록 법규가 정비됐다. 삼성물산은 10일 자사의 주가가 낮은 시점을 고의로 선택해 합병 비율을 불리하게 결정했다는 엘리엇 측의 공격과 관련해 대형 건설업계의 공통된 미래 불확실성이 합병 판단의 근거로 작용했다는 내용의 구체적 입증 데이터를 처음으로 제시했다. 다음 달 17일 양사 합병에 관한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우호세력을 규합하기 위한 지분 대결이 치열해지는 양상에서 삼성물산이 본격적인 반격에 나섰다는 점에서 주목되는 행보다.

삼성물산 측은 “PBR(주가순자산비율)이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은 지난 수년간의 건설 경기 침체와 업황 회복에 대한 부정적 시각에 따른 주가 하락에 원인이 있었다”고 반박했다. 삼성물산에 따르면 2015년 1분기 기준 국내 대형건설사들의 PBR은 삼성물산이 0.67배이고 GS건설 0.61배, 현대건설 0.81배, 대림산업 0.50배, LG 0.85배, CJ 0.56배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즉, 대형건설사 대다수가 PBR이 1에 미치지 못하는 극도의 업황 부진 상황에 빠져있다는 데이터다.

삼성물산은 “이같은 미래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가능한 이른 시일 내에 합병을 통해 사업 시너지를 내고 효율을 제고해 회사 가치를 높이는 것이 주주들을 위해 더 바람직한 것이라고 판단해 합병을 결정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심상찮은 주주들의 ‘합종연횡’ 움직임

삼성물산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 등 국내 연기금과 자산운용사들이 삼성그룹 편에, 외국인 주주들은 엘리엇의 우호 세력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일반적이지만 양쪽으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주요 주주들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이후 가치, 합병 무산에 따른 주가 하락 가능성 등을 두루 고려하면서 다양한 합종연횡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삼성물산 지분 9.98%를 보유한 최대주주 국민연금은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를 열어 이 문제에 대한 행동 방침을 정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기금운용본부 차원에서 1차 검토를 하겠지만 필요한 경우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를 열어 최종 결론을 내리게 될 것”이라며 “아직 주총 안건이 확정 통보되지는 않은 상태여서 기금운용본부 차원의 투자위원회 개최 일정도 아직은 잡히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삼성물산 지분 2%를 보유한 일성신약 윤석근 대표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조건이 주주들의 이익에 크게 반한다”고 잘못을 지적하면서도 합병 반대 여부 및 엘리엇 매니지먼트와 연대 가능성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반면에 삼성물산과 합병하는 제일모직 지분 10.18%를 갖고 있는 2대 주주 KCC는 지난 10일 삼성물산  지분 5.79%를 확보했다고 공시함으로써 ‘백기사’로 관심을 모았다. 이 밖에도 공시 의무가 없는 5% 이하의 수준에서 삼성물산 지분을 대량 보유한 외국인 기관 투자가들이 주총장에 등장해 ‘복병’으로 등장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하기 어렵다. 이런 가운데 국내의 일부 개미 투자자들은 엘리엇을 지지하며 “계란으로도 바위가 깨진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며 지난 5일 인터넷에 ‘삼성물산 소액주주 연대’(http://cafe-.naver.com/black26uz3) 카페가 개설돼 이틀만에 67만주를 위임 결의하는 등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양측간의 ‘치밀한 수싸움’ 전개”

적극적 행동주의 헤지펀드인 엘리엇 진영이 주총 표 대결에서 질 경우 ‘합병 비율이 불합리하다’며 한국이나 영국 법원에 소송을 다시 제기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즉, 정상적인 국내법에 따라 합병 비율이 산정된 만큼 엘리엇이 재판에서 이기는 것이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이번 가처분을 시작으로 주총무효 확인 소송과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 등 다양한 카드를 구사하면서 이번 사태를 장기전으로 끌고 갈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는 것. 아울러 재계는 “기업이나 국가상대 소송을 전문으로 하는 엘리엇이 주특기인 소송전을 시작한 점과 현재까지 일련의 과정을 볼 때 삼성물산과의 분쟁이 장기화될 것”이라며 주총을 통해 합병이 결정된 이후에도 자국인 미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근거 등으로 활용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시각이다. 엘리엇은 앞서 2003년 미국의 P&G가 독일의 웰라를 인수할 때에도 반기를 들어 1년여간 주총 표 대결과 소송전을 벌인 끝에 주식 매각 가격을 12%가량 끌어올린 바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삼성이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경우 삼성물산이 보유한 자사주 5.76%를 우호세력이나 계열사에 매각해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하는 ‘비장의 카드’를 쓸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레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소송을 비롯해 엘리엇의 하루하루 행보들을 보면 준비된 시나리오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며 “합병이 예정대로 진행되더라도 엘리엇이 ISD 등 소송전을 계속해 삼성에 대한 경영 간섭 혹은 지분 가치를 최대한 높인뒤 주가 흐름을 봐가며 차익을 챙기고 발을 빼는 수순을 선택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하기 힘들다”라고 분석했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엘리엇이 냉각기간(지분 매입 공시 이후 5일간 추가 매입 금지, 6월11일까지)이 지난 다음 추가로 지분을 사들이거나 우호세력의 지분 매입 가능성에 주목했다. 이때 매입한 주식은 7월17일 열리는 합병 결의 주총에서는 의결권이 없다. 하지만 엘리엇이 추가로 임시주총을 소집하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윤 연구원은 “만약 엘리엇이 삼성과 버금가는 지분을 취득한 후 주총에서 ▶이사 해임안 ▶중간 배당 ▶자산 양수도(삼성전자, 삼성SDS 지분 매각) 등을 제시하고 합병 주총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한다면 주총 결과와 상관없이 삼성에는 큰 시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엘리엇의 ‘길목 지키기’ 혹은 ‘노림수’에 대해 정부의 재벌그룹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자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대 박상인 교수는 “재벌그룹들이 2세, 3세에게 부를 세습하기 위해서 출자구조나 M&A를 임의로 바꾸거나 부당하게 ‘일감 몰아주기’를 위한 편법적 상장 등을 할 수 있는 그런 환경이나 관행이 허용되는 우리나라 제도가 더 큰 문제”라면서 “제도 개선을 통해서 경제력 집중을 완화하고 지배구조를 더 투명하게 만드는 노력들이 병행될 때 엘리엇 매니지먼트 같은 회사들이 재벌그룹 승계에 따른 약점이나 기회를 포착해서 지금처럼 국민경제를 위협하는 일들이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박 교수는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은 가입자들이 국민들인 만큼 단순히 미국 헤지펀드 편을 들어준다는 차원이 아니라 장기적인 기업가치와 주추가치를 위해서 적극적인 문제제기를 해야 당연하며 만일 삼성그룹 승계 프리미엄이 꺼졌을 때 궁극적으로 돌아오는 주주들의 손실에 대해서는 마땅히 책임진다는 자세로 이번 합병안에 임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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