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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물갈이' 감상법
'호남 물갈이' 감상법
  • 日刊 NTN
  • 승인 2015.07.07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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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솔리니의 파시스트 법원은 이탈리아 공산당 지도자이자 사상가인 안토니오 그람시의 두뇌활동을 20년간 정지시키려 했으나, 그는 옥중에서 '헤게모니'라는 개념을 내놓았다.

그람시의 헤게모니론은 강력한 정치사상 이론 중 하나로 지금도 통용된다.

우리 정가에도 때만 되면 등장하는 구호가 있으니, 바로 '호남 물갈이'다.

이 표현은 14대총선을 1년 앞둔 1991년 세상에 처음 나왔다.

당시 민주당 전남도지부 대변인이었던 박광태와 정치부 기자들이 대화를 나누다 우연히 튀어나온 이 말을 전남일보 김정현이 활자화 한 것이다.

단어 하나의 위력은 컸다.

'호남 물갈이'는 1992년 대선을 겨냥한 DJ의 총선 구상과 맞물리며 상당한 소구력을 발휘했고, 24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살아 숨쉬는 선거용어로 기능중이다.

# 물갈이는 영호남 '지역구도'가 낳은 사생아이자 필요악이다.

단 세표 차이로 떨어지고(경기도 광주 문학진) 재검표 끝에 당선자가 뒤바뀌는(서울 노원 임채정) 등 수십여 곳이 밤새 엎치락뒤치락하는 수도권에 비해 영호남 지역 개표는 상대적으로 단조롭다.

만약 중앙당이 개입하지 않으면 대부분의 현역이 이른바 '상향식'에 의해 재공천 될 수 밖에 없는 영호남.

적절한 물갈이는 헤게모니 정당의 세대교체를 위해서도 불가피하다.

그래서 여당이건 야당이건 수도권은 '이기는 후보'를 내세우기 위해 고심하고, 영호남은 물갈이를 통해 '쇄신' 이미지를 발신하려 애쓰는 것이다.

이는 충장로의 김 선생과 대구 동성로의 이 선생도 알고있는 '상식'이다.

'왜 우리만 갖고 그러느냐, 당의 주인인 호남을 무시하는 거냐'는 일부 정치인들의 볼멘소리는 자다가 봉창을 두드리거나, 밤새 울다 '누가 죽었냐'고 묻는 격이다.

그 분들이 정말 몰라서 그러겠는가. 현재의 호남 현역 상당수는 물갈이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바로 그 곳에서 배출된 의원들이다.

지난 총선에서 새누리당도 대구지역 12개 지역구에서 7명을 교체(58%)하는 피바람을 일으키며 새인물을 수혈했다. 이처럼 '영남 물갈이' 역시 꾸준히 반복된다.

매사가 그렇지만 역시 문제는 '제대로 된' 물갈이다.

지역의 정치적 미래와 소속 정당의 총선 승리를 위해서도 여론의 정밀한 분석은 필수다. 물갈이의 폭과 방향은 영호남 헤게모니 정당의 지도부 역량에 달렸다.

그들이 민심을 잘 못 헤아리거나 공천 아닌 사천을 했을 경우의 폐해는 지역은 물론 결국 자신들마저 고사시킨다.

유권자들의 누적된 불만은 언젠가는 표출된다.

이번 광주서을 선거결과는 그 메카니즘의 극적 표현이다.

# 새정치연합은 내년 총선에서 민심과 부합하는 '물갈이'를 해낼 수 있을까. 쉽지 않을 것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친노-비노 구도를 친노-호남 구도로 단순화 시키려 노력중이다.

열린우리당 창당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친노에 대한 호남 유권자들의 반감, 이를 방패로 물갈이 예봉을 약화시키려는 의도다.

여기에 당내의 신당론과 당밖의 천정배의 존재는 상황을 더 어렵게 한다.

최근 호남 의원들의 궐기(?)를 부추키는 듯한 보수언론의 때이른 '호남 물갈이' 보도는 물갈이의 어려움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내분 폭발→신당창당→야권분열'이라는 여권의 희망과 '여차하면 탈당하겠다'는 비노 일각의 기류가 상승작용을 하면서 '호남 물갈이'에 대한 강력한 저지선이 구축된 모양새다.

이른바 '비노신당'의 전제조건은 유력 대권주자의 존재와 호남의원 과반수 탈당이기 때문이다.

상황은 이처럼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러나 '호남 물갈이'는 수도권 전략지의 새인물 영입과 함께 제1야당이 총선승리를 위해선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이다.

이를 위해선 문재인 대표가 먼저 자신의 팔다리를 내놓아야 한다. 다른 방법이 있는가?

당 안팎의 도전과 적당히 타협하면 내년 선거도 무난히 패배할 가능성이 높다.

<김대원 무등일보 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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