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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砲音] 박근혜의 미국, 김무성의 미국
[세종砲音] 박근혜의 미국, 김무성의 미국
  • 일간NTN
  • 승인 2015.08.06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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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7박10일 동안의 미국 방문을 마치고 지난 4일 새벽 귀국했다. 유력한 여권 차기 대권주자의 방미 길은 큰 관심을 모았다. 출발 때부터 ‘미래권력’의 미국무대 데뷔전이란 말을 들었다. 특히 2009년 5월 당시 이명박정부에서 미래권력으로 꼽혔던 박근혜 국회의원의 미국 샌프란시스코 방문을 연상시켰다.

수행한 국회의원의 수는 김무성 방미단이 12명으로, 박근혜 방미단 8명보다 조금 많다. 동반취재에 나선 언론사 기자는 김무성 방미단이 30여명으로 박근혜 방미단 15명의 갑절이었다. 박근혜 방미단의 당시 일정은 요란하지 않았다. 전기자동차 제조업체 방문, 스탠퍼드대 특강, 실리콘밸리의 구글 본사 및 한국인 업체 방문, 교민간담회 등이었다.

국내언론에서 크게 주목할 일정은 없었다. 스탠퍼드대에서 ‘원칙이 선 자본주의’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고, 이는 사실상 대선 출마 선언이란 평가를 받은 정도였다. 그러나 박근혜 방미단은 ‘국내정치’로 인해 한순간에 국내언론의 집중 취재대상이 됐다.

박근혜 의원 부재 중에 박희태 대표가 이끌던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의 친이계 지도부에서 친박계 핵심이던 김무성 의원을 원내대표로 합의추대하기로 내부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 소식을 들은 박근혜 의원은 원내대표 경선을 규정한 당헌·당규에 위배된다며 즉각 반대했다. 그러자 김효재 대표 비서실장이 샌프란시스코까지 날아가 설득을 시도했으나, 박근혜 의원을 제대로 만나지도 못하고 빈손으로 돌아갔다. 박근혜 의원은 원칙과 소신의 정치인 이미지를 다시 각인시켰다.

그로부터 6년 후 당시 ‘원내대표 추대 파동’의 당사자인 김무성 대표가 미국을 찾았다. 김 대표의 미국 방문 길은 요란했다. 일정부터가 그랬다. 미국의 주요 정관계 인사 및 학자, 교민 등을 두루 만났고 뉴욕 컬럼비아대에서 한미관계 등을 주제로 특별강연을 가졌다.

이 과정에서 사고(?)도 쳤다. 6·25전쟁 참전용사들과 6·25전쟁에서 목숨을 잃은 윌튼 워커 중장의 묘비에 ‘큰절’을 했다. 여기다 “우리에겐 역시 중국보다 미국”이라고도 했다. 이런 언행에 대해선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린다. 부정적으로 보는 쪽에선 ‘과공비례(過恭非禮)’라며 공격했다. 집권여당의 대표가 한반도 평화에 결정적인 키를 쥐고 있는 중국을 무시하는 발언을 미국에서 한 것은 외교의 ABC도 모르는 처사라는 비판도 나왔다.

반면, 한반도 평화를 위해 희생한 사람에게 한국식으로 예를 표하는 게 무슨 문제냐는 반박도 있다. 또 미국에서 한미동맹 중요성을 강조한 발언을 놓고 ‘중국 무시’라고 폄훼하는 건 또 다른 사대주의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필자는 2009년 박근혜 방미단 취재기자의 일원으로 5박6일 동안의 샌프란시스코 일정을 취재했다. 당시 원내대표 합의추대 시도라는 국내 발(發) 이슈가 없었다면 그다지 기삿거리가 없을 정도로 차분하고 절제된 미국 나들이였다. 한마디로 현장학습을 하는 분위기였다. 박근혜 의원이 미국에서 존재감을 과시하려고도 하지 않았다.

스탠퍼드대 강연에선 북핵 문제와 한반도 정세, 한미 우호증진 방안 등을 담담하게 토로했다. 미국에 대해서도 “우리에게 대단히 중요한 나라”라는 정도의 의미만 부여했다. 반면, 김무성 대표는 이번 미국 순방길을 ‘보수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는 기회로 삼으려 한 것 같다.

미국 정·관계 인사들과의 면담 일정을 무리하게 추진했다가 불발되기도 했다. 최근 들어 ‘대통령 프렌들리’에 나선 김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의 과거 차분하고 절제된 대권행보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영남일보 송국건 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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