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8 21:05 (일)
세무대리인 세무조정 ‘독점권 金脈’ 직격탄
세무대리인 세무조정 ‘독점권 金脈’ 직격탄
  • 정영철 기자
  • 승인 2015.09.01 08:50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법원 “시행규칙의 강제규정 모법위임 범위 벗어나 무효”
年1조원대 세무조정 시장 로펌에 문열어줘 세무업계 비상
세무사회 집행부 연일 대책회의…최후의 보루 백운찬 회장

세무사-회계사의 ‘독점권’ 세무조정업무가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로 인해 한국세무사회는 초비상 사태다. 세무사회 집행부는 대책회의를 잇달아 열고 있지만 대법원의 판결이 곧 법이라는 관점에서 당장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백운찬 한국세무사회장은 회원 전원에게 공문을 통해 “위기는 기회다. 현재 시행령과 시행규칙에 명시된 외부 세무조정제도를 법률로 규정하는 입법화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세무사업계는 기장업무는 돈이 안 되고 그나마 세무조정에서 짭짤한 수익을 올려 세무사사무실을 운영하는 형국인데 “세무조종 계산서 작성, 변호사와 법무법인도 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은 청천벽력 같은 충격이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로 변호사와 법무법인들이 2011년부터 할 수 없게 된 세무조정계산서 작성업무를 다시 할 수 있는 길이 열림에 따라 전문자격사 간 직역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지난 6월 당선된 백운찬 회장은 기획재정부 세제실장 출신이다. 1만2천여 회원은 회장의 지혜와 뚝심을 믿고 있다. 혼란과 미궁 속으로 빠져든 세무조정제도가 어떻게 조율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 편집자 주

 

대법원, ‘독점권 취소소송’ 원고승소 왜?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지난 20일 일정수익의 법인과 개인사업자들이 매년 과세표준과 세금을 신고할 때 제출하는 세무조정계산서 작성을 반드시 외부의 세무사, 회계사들에게만 맡기도록 규정한 법인세법과 소득세법 시행규칙이 무효라고 판결했다. 따라서 변호사와 법무법인들이 2011년부터 할 수 없게된 세무조정계산서 작성 업무를 다시 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매년 세무조정계산서를 의무적으로 내야 하는 대상자는 2013년을 기준으로 개인사업자만 100만명에 이르고 기업은 48만개사에 달해 관련 서비스 시장은 대략 1조원대로 추산되고 있다. 세무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거나 전문성을 가진 변호사나 로펌은 이번 판결을 크게 반기고 있다.

이번 소송사건은 대구에 있는 A법무법인이 대구지방국세청장을 상대로 “법무법인을 세무조정반으로 지정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인세법·소득세법 시행규칙은 헌법상 평등원칙을 위반해 무효"라며 낸 세무조정반 지정거부처분 취소소송 상고심(2012두23808)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대법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확정했다.

세무조정이란?

기업 회계상 당기순이익을 국세청이 세금을 부과하는 기초지표가 되는 과세소득으로 산정하는 작업을 말한다. 기업 회계에서는 재무상 비용으로 처리되지 않지만 세법에선 비용으로 인정되는 항목을 더하거나 빼서 산출하는데, 법인세법은 정확한 과세소득 산정을 위해 일정 규모 이상의 수입을 올린 개인사업자와 법인으로 하여금 세무조정계산서를 작성할 때 의무적으로 세무사와 공인회계사, 변호사 등 전문 조력가의 도움을 받도록 하는 ‘외부세무조정제도'를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2010년 개정된 구 법인세법 시행규칙 제50조의3 제1항은 세무조정계산서를 작성할 수 있는 세무사로 지방국세청장의 지정을 받은 조정반에 소속된 세무사로 하고, 제2항에서는 이 조정반은 2명 이상의 세무사, 세무법인 또는 회계법인으로 한정해 변호사와 법무법인을 제외했다. A법무법인은 그동안 조정반 지정을 받아왔으나 국세청이 2011년 이 시행규칙을 이유로 조정반 지정취소를 통보하면서 이후 세무사 업무를 할 수 없게 강제 당했다.

“세무조정 시행규칙 모법범위 벗어나”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모법인 법인세법 등 관련규정을 보면 납세의무자가 제출해야 하는 서류들 중 하나로 세무조정계산서를 규정하고 있을 뿐이고, 이 세무조정계산서는 성질상 납세의무자 본인이 작성할 수 없는 것이라고는 볼 수 없는데도 하위법령인 시행령과 시행규칙은 세무조정계산서를 납세자 자신이 직접 작성하는 것을 금지하면서 외부의 세무 전문가에게 그 작성을 의뢰하도록 강제하는 ‘외부세무조정 세무사강제주의’를 채택하고 있다”며 “외부세무조정제도를 강제하게 되면 납세의무자는 외부전문가에게 세무조정계산서의 작성을 의뢰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수임료 부담을 안게 되고 세무조정계산서 작성대상자의 범위도 매우 넓어 이 제도로 인한 국민의 재산권 제한의 정도가 적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판결문은 “외부세무조정제도를 도입하는 경우에는 필연적으로 세무조정계산서의 작성을 전담하게 될 전문가의 범위를 정해야 하는데, 현행법상 세무 관련 전문지식을 가지고 세무대리 업무를 할 수 있는 직역은 세무사 이외에도 공인회계사와 변호사 등이 있어 전문 직역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충돌·대립할 가능성이 크고 그 범위 결정 여하에 따라 국민이 세무조정계산서 작성과 관련해 부담하게 되는 비용의 수준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며 “이같은 사안은 사전에 관련 당사자들의 비판과 참여 가능성이 보장된 입법부에서의 공개적 토론과정을 통해 상충하는 이익간의 공정하고 투명한 조정 과정을 거쳐 법률로 형성돼야 할 필요성이 큰데도 이 사건 시행규칙 등은 모법의 범위를 벗어나 외부세무조정제도를 강제해 무효이며 무효인 시행규칙 등에 근거해 이뤄진 조정반 지정취소 처분도 위법하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외부세무조정제도처럼 국민의 기본의무를 확장하거나 기본권을 제한하려면 반드시 법률에 뚜렷한 근거가 있어야 함을 선언해 법률상 명확한 근거 없이 국민의 권익을 제한하는 세무행정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이번 판결로 향후 국회에서 외부세무조정제도의 도입 여부 및 변호사와 세무사 등 각 전문직역의 이해관계 충돌 문제 등이 심도 있게 논의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법률시장 불황, 로펌들 세무조정 관심높아 

이번 판결로 납세의무자는 세무조정계산서를 자신이 직접 작성해도 되지만 변호사나 로펌에 맡기는 것도 허용된다. 특히 향후 입법 내용에 따라 세무사나 회계사를 고용한 법무법인이나 세무 전문 지식을 갖춘 변호사들까지 추가로 세무조정 업무를 할 수 있는 자격을 얻을 가능성도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K로펌의 조세전문 변호사는 “현재 변호사들 가운데 실제 세무 업무를 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아 당장에 큰 변화는 없겠지만 변호사 공급 폭증과 법률서비스 시장의 장기 불황을 감안할 때 수임부진의 타개책으로 세무조정업무에 관심을 갖는 변호사들이 많아질 것"이라며 “변호사들은 뛰어난 법률적 소양과 학습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관심을 갖고 노력한다면 세무조정 업무수행을 잘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모든 변호사들이 세무조정업무를 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지난 2003년 개정된 세무사법은 세무사 등록대상을 ‘세무사 자격시험에 합격한 자’로 한정하면서 부칙에서 법 시행 당시 변호사 자격이 있는 자와 제36기 사법연수원생까지만 세무사 등록 대상으로 해 그 이후 배출된 법조인들은 세무사 시험에 합격하지 않는 이상 세무사로 등록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향후 입법 과정에서 청년변호사들도 세무조정 업무를 할 수 있도록 자격 대상에 포함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세무사회 어떻게 대처하나? 

지난 2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내린 ‘세무대리인 외부세무조정제도 무효판결’은 세무사업계에 충격파 그 자체였다. 이번 판결로 인한 최대 피해자는 세무사들이다. 세무사들의 사무실 운영실상을 보면 기장업무에서는 덤핑사례가 많아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그나마 세무조정업무에서 적자를 보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세무사회는 백운찬 회장을 비롯한 집행부가 대책마련을 위한 긴급회의를 속개하는 등 발 빠른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현행 시행령과 시행규칙에 머물고 있는 세무조정제도를 법률로 명문화 하는 작업을 기획재정부 세제실에 건의하는 한편, 국세청에도 협조를 요청했다.  

또한 백운찬 회장은 전 회원들에게 미비한 세무조정제도를 입법화하는 추진의지를 밝힌 공문을 보내 동요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세무업계 반응 비교적 ‘담담’

종로구 K세무사는 “대법원 판결 그 지체는 충격이지만 당장 외부세무조정제도가 없어질 수 있는 상항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변호사들이 세무조정업무에 뛰어들면 나중에는 기장시장까지 넘보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뜩이나 세무시장이 어려운 상황인데…”라며 극도로 불안하다고 털어 놓았다.

강남구 P세무사는 “이번 대법원 판결의 골자는 법무법인의 조정반 신청을 거부해서는 안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 진다”며 “세무조정업무 자체가 잘못이라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판결의 파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렇게 분석이 조금씩 엇갈리는 가운데, 많은 세무사들은 이번 대법원의 판결에서 현행 외부조정계산서제도는 “모법의 위임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서 ‘무효’”라는 부분에 더 무게를 두고 자칫 세무조정제도가 없어지는 것 아니냐면서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또 일부에서는 “‘위기는 기회다’라는 말처럼 세제실장 출신 백 회장을 믿기 때문에 보완대책이 곧 나올 것”이라며 위안을 삼기도 했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잔다리로3안길 46(서교동), 국세신문사
  • 대표전화 : 02-323-4145~9
  • 팩스 : 02-323-745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예름
  • 법인명 : (주)국세신문사
  • 제호 : 日刊 NTN(일간NTN)
  • 등록번호 : 서울 아 01606
  • 등록일 : 2011-05-03
  • 발행일 : 2006-01-20
  • 발행인 : 이한구
  • 편집인 : 이한구
  • 日刊 NTN(일간NTN)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日刊 NTN(일간NTN) .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tn@intn.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