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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법인의 ‘해외담합 지출비용’에 과세 강화한다
국세청, 법인의 ‘해외담합 지출비용’에 과세 강화한다
  • 고승주 기자
  • 승인 2015.10.18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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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법적 사업소득 위해 지출한 비용도 손금불산입…세계적 추세 반영

담합, 횡령 등 사회질서에 반해 법인이 지출한 위법비용에 대해 국세청이 과세를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5일 국세청 등에 따르면, 국세청은 ‘독점금지법 위반 관련 자료제출 안내’란 문건을 국내 수출대기업에 보냈다.

2010년 1월 1일부터 올해 9월 30일까지 외국에서 저지른 담합 내역과 이로 인해 지출한 과징금, 손해배상금, 소송비용을 국세청에 제출하라는 것이다. 리니언시로 과징금을 면제받은 경우라도 제출해야 한다.

그간 기업들은 해외에서 적발된 담합 과징금이나 벌금에 대해선 비용으로 처리하지 않았지만, 변호사 비용과 손해배상금 등은 비용으로 처리해왔다.

그런데 과세관청이 최근 관련 자료를 요구하자 재계에선 국세청이 이 비용들에 대해서 과세를 하겠다는 것이 아니냐며 비상이 걸렸다.

특히 기업에선 요구목적을 ‘위법비용이 비용에 해당하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라고 걸었다는 점과 대상기간이 국세를 최대한도로 부과할 수 있는 기간인 5년으로 집어서 요구했다는 점에서 과세의도가 거의 확실하다고 파악하고 있다.

목적 아니라 수단도 과세대상되나 

쟁점은 이 비용의 ‘통상성’이다.

법인세법 개정 이전의 구 법인세법에선 ‘기업회계우선의 원칙’에 따라 별도의 부인규정이 없는 한, 지출을 모두 손금으로 처리를 해주었다.

뇌물, 담합 등 위법소득을 얻기 위하여 지출한 비용이라고 해도 기업경영을 위해서 썼고, 사회질서에 ‘심히’ 반하지 않다면, 손금으로 인정해줬다. 따라서 법 개정 이전의 관련 재판에서 쟁점은 반사회적 행위가 얼마나 ‘심했느냐’로 집중이 됐다.

하지만 1998년 법이 개정, 1999년에 적용되면서 판도가 바뀌었다. 법인세법 제19조 제2항에서 ‘사업관련성’과 ‘통상성(ordinary)’을 충족해야만 비용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다고 명시해두었기 때문이다.

‘통상성’이란 법인이 통상적으로 지출하는 비용으로 국내외 판례의 취지에 따라 알기 쉽게 말을 바꾸자면, ‘합법적인 영업행위를 위해 쓰인 비용’을 말한다.

비용의 사유 외에도 금액이나 효과 등을 객관적으로 따져야 하긴 하지만, 반사회적 사업소득을 위해 지출한 비용은 통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 현 법인세법상 취지이며, 미국과 EU 등 세계적 추세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실제로 미국 내국세법 제162조에 따르면, “사업을 수행함에 있어 당해 연도에 지급되었거나 발생한 통상적(ordinary)이고 필요한(necessary) 비용은 과세소득의 계산상 공제가 허용된다”라고 돼 있어 법인의 비용으로 처리할 수 없는 요건을 규정해두고 있다.

미국과 EU 등의 경우 담합은 그 자체로 위법이고, 해외에서 담합을 했더라도 국내 소비자에 피해를 전가하기 때문에 사회질서에 반하는 행위라 볼 수 있고, 과징금 등 담합행위로 얻은 소득만이 아니라 담합행위를 위해 사용한 소송비용, 담합행위로 인해 물게 된 손해배상금도 '통상성'을 벗어난 위법행위라고 보고 있다.

이들 국가들은 자국에서 벌어진 담합이 아니라하더라도 적극적으로 민사상 손해배상과 세법상 비용처리 부인 등을 통해 행정처분을 가하고 있다.

국내도 대법원 판례를 통해 법인의 위법소득에 대한 손금성을 강화하고 있는 추세이므로 국세청은 법제와 판례, 그리고 해외 선진국의 제도 등 과세방침을 검토할만한 충분한 법리적 토대는 있는 셈이다.

실제로 올해초 국세청은 히타치LG데이터스토리지코리아가 미국에서 담합에 대한 민사 합의금으로 지출한 120억원에 대해 비용으로 인정하지 않고 50억원의 세금을 물렸다. 히타치LG데이터스토리지코리아는 김앤장을 법률대리인으로 선임해 불복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선 국세청이 과세방침 결정을 위해선, 두 가지 고개를 넘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첫 번째는 법을 적용하려면 대상자가 그 법을 인식해야 하는데, 그간 국세청은 담합 과징금 부분만 비용으로 인정하지 않았고, 담합으로 인해 지출한 소송비용, 손해배상금은 비용으로 인정해주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만일 지금와서 과세로 전환한다면 법집행의 일관성에서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될 수 있다.

두 번째는 법인세법 제19조 제2항에 명시된 통상성이 목적(위법행위로 인한 소득)만이 아니라 수단(위법소득을 올리기 위해 쓴 돈, 또는 위법소득으로 인해 야기되는 추가적 비용)에도 적용될 수 있느냐이다.  

재계 관계자는 “국세청이 과세를 하기로 방침을 돌리기는 했지만, 이에 대해 기업들이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며 “그간 과세하지 않았다가 갑자기 과세하는 것은 부당한 처분이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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