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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27주년 특별기획] ③제주 국세공무원교육원을 가다
[창간 27주년 특별기획] ③제주 국세공무원교육원을 가다
  • 고승주 기자
  • 승인 2015.10.24 08: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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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의 혈맥이 뛴다…최고의 세법교육기관으로 거듭나는 국세공무원교육원

제주도로 떠난다고 하면 왠지 가슴이 설렌다. 비행기로 한 시간, 뱃길로 100여 킬로미터지만, 표를 예약하고 짐을 싸는 동안 알 수 없는 기대감에 휩싸인다. 제주 국세공무원교육원으로 행장을 말하는 국세공무원들에게서도 미묘하게 들뜬 기색이 엿보인다. 에메랄드 빛 바다, 따사로운 햇살, 살을 에워싸는 감미로운 해풍… 비록 공부하기 위해 가본 것이라고 해도 제주가 가진 매력은 그렇게 사람을 들뜨게 만든다. <국세신문>은 창간 27주년 기념, 제주도에 안긴 제주 국세공무원교육원을 속속들이 공개한다. 제주 국세공무원교육원 특집기사를 총 3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 주

조성훈 국세공무원교육원 교수과장

“교육방침과 총체적 운영은 원장님께서, 실제 교육실무는 교수진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우리의 목표는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정확한 지식을 전달하는 데 있죠.”

조성훈 교수과장은 조사와 법무, 조세심판원, 일선 세무서장 등 실무와 이론 양면을 두루 경험한 국세청 핵심 브레인이다. 그와 함께 일했던 동료들은 두뇌 회전과 명석함에 있어서는 단연 인재 중 인재라고 평하는 데 아낌이 없다.

교수과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요청하자 조성훈 교수과장은 소리없이 나직이 미소를 지었다.

국세공무원교육원에서 교수과의 책임은 막중하다. 법의 세계에선 단어 하나라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특히 세법의 세상에선 곧바로 국가 재정과 연결되기 때문에 작은 실수라도 용인해선 안 된다. 흔히 ‘총성없는 전장’이란 말이 사용되지만, 국세공무원만큼이나 치열한 시간을 보내는 직군도 드물다.

국세공무원의 요람이자 사관학교인 국세공무원교육원 교수과는 지난 66년의 교육원 역사 속에서 수십만 국세공무원을 배출했다. 세법교육의 전문성은 가히 국내 최고수준을 자부한다.

‘교육원생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입니까’하고 물으니 조성훈 교수과장은 ‘사기’라고 답한다. 전문지식은 개인차가 있지만, 그 개인차를 뒤집으려면 무엇보다도 사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제주도에 온 덕분에 교육생 사기가 크게 올랐죠. 물론 이곳에 온 신입, 경력직원 모두 우리 교육과정이 만만치 않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방에 앉아 공부하면 아무리 단단한 정신도 쉬이 지치게 됩니다. 이곳에는 교육에 방해될 것도 없고, 지친 몸과 마음을 새것처럼 회복할 수 있는 천혜의 자연경관이 있습니다. 옛 선비들은 공부를 위해 일부러 암자를 찾아가곤 했습니다. 국세공무원교육원은 교육환경으로서 더할 나위 없는 곳입니다.”

교육원 어디든지 나무가 있는 곳이라면 새들이 바삐 지저귄다. 뒤에는 고근산, 앞에는 서귀포 앞바다. 보는 것만으로 시원한 이곳의 경관을 보니 사기가 올랐다는 조성훈 교수과장의 말이 살갑게 와 닿는다.

최근의 어려운 점을 묻자 그는 역시 세법과 회계학의 선택과목전환을 꼽았다.

“우리가 운전에만 집중하려면 최소한 핸들과 가속기, 변속기 등이 뭔지는 몸에 익어야 합니다. 법도 마찬가지입니다. 법은 쉽게 바뀌는 것이 아니며, 하나하나의 단계가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회계학과 세법을 안다고 운전을 잘하는 건 아니지만, 이를 모른다면 운전대에 앉을 수 없습니다.” 

환경이 아무리 바뀌어도, 이곳은 국세공무원교육원이다. 회계학에 대해 모르더라도 이곳을 지나치는 사람은 누구나 국세공무원으로서의 거듭나야 한다.

교육과정은 6주에서 12주로 늘어났고, 개인별 진도에 따라 보강도 맞춤식으로 강화했다. 프로 중 프로인 교수진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조성훈 교수과장은 귀띔한다.

재직자 교육은 철저한 심화과정으로 이뤄진다.

쟁점에 대한 사례제출과 토론을 통해 실무역량을 늘린다. 재직자 과정은 임관한지 5년 미만, 5년 이상 과정으로 각각 나뉘어 있는데, 교육원생들은 이미 실무자이기 때문에 다루는 내용이 훨씬 까다롭다.

조성훈 교수과장은 그런 만큼 국세공무원교육원의 미래는 최신의 동향만이 아니라 과거 축적된 경험과 지식을 집대성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현재 각 국실에선 개별적인 교육과정과 지식공유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개인의 역량을 집단의 역량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이를 국세청 인트라넷과 결합시켜, 지식관리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자발적으로 공무원들의 지식과 경험을 공유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조성훈 과장은 무언가 생각하는 듯 시선을 위로 올렸다가 이내 차분한 태도로 전했다.

“법은 보수적인 겁니다. 하지만 실무는 간단하지 않습니다. 최고의 전문가가 되는 방법은 그 단계 하나하나를 정확하게 밟아 가는 겁니다. 국세공무원교육원은 전문가가 거칠 수 있는 최고의 계단입니다.”

 

추억으로 접어야 하는 전문 노하우

“교수요원으로 뽑혀 강의를 한다는 것 자체가 두려움입니다.”

교수직무를 수행한 적이 있는 국세공무원의 말이다.

간단한 책임이라고 해도 막상 짊어지면 멀리서 볼 때와 무게감이 다르다. 산전수전 공중전을 다 겪은 국세공무원이라고 해도 교수직무는 쉽지 않다.

“우리는 조사나 징수를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좋은 선수라고 해서 좋은 코치라고 할 수 없듯이 많은 교육생들을 앞에 두고 지식을 전하는 것이 쉽지 않죠.”

이들은 사범대학을 나온 것도 아니며, 교육심리나 전문적인 강의 방법을 공부한 것도 아니다. 세목별 장기근무자와 사무관 직전 겸임교수 신분으로 본청이나 지방청에서 실무강의를 하면서 노하우를 쌓은 인물이 선별돼 교육원의 교수로 부임된다.

“처음엔 두렵죠. 솔직히 말씀드려서 자진해서 나서기 어려운 자리입니다. 수십명이 나를 바라보는 데 떨리지 않을 수 있을까요? 쉽게 알려주려면 어렵게 공부를 해야 합니다. 3시간 수업하려면 3배의 준비가 필요하죠.”

<본지>는 이번 창간 특집기획의 마무리로 최대한 다수의 전현직 교수들을 만나며, 그들의 견해를 귀담아 들었다.

많은 사람들에게서 단 하나 공통된 것이 발견할 수 있었다. ‘아쉬움’이었다.

“하다보니 욕심이 났습니다. 비록 발령을 받아 오는 자리이고, 달갑게 여기지 않은 사람들도 간혹 있습니다만, 1~2년쯤 되면 생각이 반반씩 바뀌더라고요.”

“실무를 하다보면, 법인이면 산업, 양도면 부동산, 상증세면 주식 등 관련 분야에 대한 폭넓은 지식이 필요하죠. 이런 지식들이 더욱 정확한 세금을 만듭니다. 하지만 이를 전달하는 것, 이 경험을 발전시키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애써 키운 경험이 그저 추억으로 끝나는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이들의 목소리는 그저 단순한 소회라고 치부하기 어려웠다. 강단에 올라서서 분필을 쥐어 보지 않았다면, 알 수 없는 사명감이 그들로서 아쉬움을 말하게 한 것 같기 때문이다. 

“교수직은 선호하는 자리인가요?(기자)” 

“강의, 교재작성, 강의준비, 당직… 끝이 없습니다. 가르치면 가르칠수록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대부분 2년이면 끝이죠. 더 있다고 해서 알아주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모두 한번쯤은 이렇게 생각할 겁니다. 전문 교수직이 필요하다고요(교수업무를 보낸 바 있던 국세공무원).” 

조세연구기관으로 이미 조세재정연구원이 있기는 하지만, 국세공무원교육원 교수진들은 베테랑 실무요원으로서 좀 더 실무적인 측면이 크다.

학문으로서의 조세재정연구원, 실무로서의 국세공무원교육원 교수진, 이들이 함께 해 만드는 시너지 효과는 과연 예상할 수 없는 일일까. 국세공무원교육원 교수진에게 현재의 지식전달을 넘어서는 역할을 기대하면 안 되는 것일까.

교수직을 경험하지 못한 일반직원들의 생각은 크게 달랐다. 비록 그들을 교수라고 부르기는 하지만, 다수의 직원들은 교육원의 교수자리를 거쳐가는 자리, 승진실적을 위해 거치는 자리로만 여기는 풍조가 강했다.

“국세공무원교육원은 대학이 아닙니다.”

교수직을 경험하지 않은 직원들의 말이다.
다음은 교수직 경험자들의 말이다.

“일반 직원들이 볼 때는 강의만 하고 편하겠지 하겠지만, 수업시간이 너무 많고, 강의 교재연구를 혼자서 다 하니까 힘들죠. 그보다 힘든 것은 더 나은 교육방법과 연구가 필요하고 내가 그 일을 할 수 있는 데 환경이나 여건 때문에 못 하는 것?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교육기능의 강화는 교수진의 강화와 필수불가결합니다. 물론 국세공무원은 전문가이자 실무자로서 학생처럼 교육만 받을 수 있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교수들은 강의법과 최신의 판례와 실무상 쟁점을 취득해 지속적으로 발전시켜나갈 의무가 있죠. 이 직무를 한철 지나가는 것으로 보는 것이 옳은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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