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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 '검은 유착' 연이어 적발…"모럴 해저드 심각"
증권가 '검은 유착' 연이어 적발…"모럴 해저드 심각"
  • 日刊 NTN
  • 승인 2015.10.2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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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업계, 당혹·우려 교차…"자정 노력 강화"

주가조작 세력과 기관투자자의 결탁에 의한 증권가의 부정부패 사례가 연이어 드러나고 있다.

외국계 자산운용사, 증권사를 비롯한 국내외 금융기관 임원이 금품을 받고 불공정거래에 가담하는 등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다.

증권업계는 최근 적발된 일련의 사건들에 대해 당혹스러워하면서도 일부 사례가 업계의 구조적 비리로 비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 주가조작 세력·기관투자자, '검은 돈'으로 유착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22일 뒷돈을 받고 주식 매수에 개입하는 등의 비리에 연루된 외국계 금융기관 임직원 4명, 전 금융사 직원 등 브로커 5명 등 총 14명을 적발하고 그 중 11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금품수수 및 주가조작, 기관투자자 매수 알선, 내부 정보 이용 등 다양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작전 세력→브로커→증권사·자산운용사 임원→펀드매니저'로 이어지는 '검은 돈'의 고리가 존재함이 확인된 것이다.

골드만삭스자산운용 전 상무인 김 모 씨는 2011년 코스닥 상장사인 동양피엔에프 주가를 조작해 끌어올린 작전 세력으로부터 8천만원을 받고 또 다른 외국계 기관 두 곳에 이 주식을 매수하도록 알선했다. 그와 친분 있는 펀드매니저들이 이 회사 주식을 15만주 가량 매수했다.

김 씨는 자산운용사 근무 당시 알게 된 내부 정보를 이용해 거액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근무하던 회사에서 특정 종목을 대량 매수하기 직전에 차명 계좌로 미리 매수하는 방식으로 22개 종목에 투자해 15억원 상당의 시세차익을 올렸다는 것이다.

지난달에는 국내 한 증권사에서 법인영업팀장으로 근무하던 한 모 씨가 구속됐다.

그는 다이와증권 임원이었던 2010년 주가 조작 브로커로부터 코스닥 상장사 티플렉스 주식을 기관투자자나 외국계펀드에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 해달라는 청탁을 받았다. 그는 브로커로부터 받은 1억원 중 8천만원을 국내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에게 주고 이 회사 주식 12만주를 넘겼다.

두 사례 모두 브로커의 청탁을 받은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현직 임원이 다른 금융기관 펀드매니저에게 친분 관계나 금품을 이용해 해당 주식을 매수하게 함으로써 작전 세력의 차익실현을 도운 것이다.

주가 조작 세력, 브로커,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임원 및 펀드매니저의 탐욕스러운 공생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합수단은 국내 주요 기관투자자에도 칼날을 겨누고 있다.

검찰은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KDB대우증권과 KB투자증권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국내 기관 임직원도 블록딜 등 다양한 거래를 통해 범죄와 연루된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수억원대 뒷돈을 받고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주식을 대량으로 파는 데 개입한 혐의로 KB투자증권, KDB대우증권 팀장이 구속됐다.

또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증권업계를 충격에 빠뜨릴 비리가 더 드러날 소지도 배제할 수 없다.

◇ 증권업계 "당혹스럽다"

현직 임직원들이 비리에 연루돼 구속되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자 증권가는 당혹스러워하면서 업계에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검찰은 이번 사건에 대해 "기관 임직원들이 개인적 이익을 위해 돈을 받고 주식 거래를 알선하거나 직무상 취득한 정보를 주식매매에 이용하는 등 자본시장의 공정질서와 신뢰를 저해하는 구조적·고질적 비리"라고 규정했다.

증권가에서는 일부 '증권맨'들의 개인적인 탐욕에 의한 범죄가 업계에 만연한 구조적 비리로 확대해석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자성 분위기와 함께 재발방지책 마련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지만, 일부 구성원의 비리에 증권업계 전체가 부도덕한 집단으로 몰리는 것에 대한 불만도 나온다.

한 국내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발생한 사건들은 개인 비리일 뿐 업계에 만연한 조직적인 범죄가 아니다"라며 "물론 그들의 행동은 잘못됐지만 현실적으로 어느 집단에서나 이러한 개인 비리가 완전히 근절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내부 감시와 교육 강화 등을 통해 재발 방지 노력을 기울여야 하지만 아무리 철저히 내부 통제를 해도 탐욕에 눈먼 개인의 비리를 뿌리 뽑기는 어렵다는 항변이다.

한 외국계 증권사 임원은 "업계에서 이러한 사건이 발생해 당황스럽다"며 "개인이 작정하고 범죄를 저지른다면 막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더욱 시스템을 강화하고 재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모럴 해저드를 우려하면서 이에 대한 극복과 처벌 강화 등의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종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는 "개인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부정행위에 가담한 것으로 모럴 해저드를 넘어선 범죄"라며 "다만 이런 사건들로 인해 모든 블록딜이나 업계 종사자에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매도되거나 일반화될 사안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처벌 강화 등을 통해 불법 행위를 확실히 바로잡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국증권법학회 부회장인 양호승 변호사는 "모럴해저드와 결합된 금융시장에서의 범죄 행위는 자본주의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행위로 선진국처럼 더욱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며 "피해를 당한 줄도 모르고 지나간 많은 피해자들이 있을 텐데 앞으로는 더욱 확실히 감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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