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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세자 승소사례 중심 대법원 세무판례 紙上 세미나 <上>
납세자 승소사례 중심 대법원 세무판례 紙上 세미나 <上>
  • 日刊 NTN
  • 승인 2016.02.1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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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법정을 뜨겁게 달구었던 조세불복사건들'
쟁점과제 및 과세당국의 패인은 뭔지 집중 분석

 한국공인회계사회는 지난 18일 납세자 승소사례를 중심으로 ‘2015년 세무판례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발표된 3주제는 지난해 법정을 뜨겁게 달구었던 조세불복 사건들로서 공인회계사회 대강당이 비좁을 정도로 공인회계사·세무사 등 500여명이 참석해 영하 13도의 한파를 녹였다. 제1주제 ‘증여세 완전포괄주의 규정의 적용과 한계’, 제2주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 적용요건’은 강석규 인천지방법원 판사(공인회계사)가, 제3주제 ‘위법한 중복세무조사의 판단기준, 신주고가인수에 대한 부당행위계산 부인적용’은 김현진 법무법인 세종변호사(공인회계사)가 발표했다. 세미나 주제자료를 통해 쟁점과제는 무엇이며, ‘과세당국이 왜 대법원에서 패소했는지’, ‘세법의 미비 및 무리한 과세였는지’ 등을 집중 분석해 본다. / 편집자 주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 적용요건
부당과소신고가산세의 주관적 요건
 
 1. 서언

 국세기본법은 제47조의2와 제47조의3에서 무신고가산세와 과소신고가산세를 규정하면서, 나아가 부정한 방법으로 무신고하거나 과소신고하는 경우에 대하여는 일반적인 무신고가산세와 과소신고가산세보다 가산세율을 높여 중과하는 중가산세제도를 규정하고 있다. 일반 가산세의 세율은 보통 10~20% 정도인데 비하여 중가산세의 세율은 40%로서 납세자에게 큰 부담을 안겨준다. 그래서 부당무신고가산세나 부당과소신고가산세와 같은 중가산세의 요건에 관하여 다툼이 많다. 그 요건의 핵심은 부당한 방법 또는 부정행위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중가산세에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국세의 부과제척기간을 10년으로 연장하는 요건으로도 사용되며 나아가 조세범처벌법에서도 조세포탈범의 구성요건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이들 세 영역에 사용되는 용어들은 그 취지가 비슷할 것임에도 용처에 따라 표현상의 미세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래서 이들 용어를 같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도 다툼이 있다.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부당행위나 부정행위에 주관적 요건으로서 인식이 필요한지, 인식이 필요하다면 그 인식의 범위를 어디까지인지이다. 이 점에 관하여 대법원 2015.1.15. 선고 2014두11618 판결을 전후하여 선고된 일련의 판결들이 정리된 답을 제시하고 있다.

 이하 위 세 영역에서 사용하고 있는 부당한 방법 또는 부정행위의 개념과 그 입법상의 변천과정을 살펴보고, 이를 토대로 그 개념들을 둘러싼 논란, 특히 그 주관적 요건인 인식의 요부와 범위에 관한 논란을 분석해 본 다음, 이에 대한 대법원 판결들의 입장을 정리하고 그 당부를 진단해 본다.

  2. 부당한 방법과 부정행위에 관한 규정의 변천과정

 가. 구법 시대의 규정
 구 국세기본법(2011.12.31. 개정되기 전, 이하 같다)은 제47조의2 제2항에서 부당무신고 가산세에 관하여 규정하면서 ‘부당한 방법’을 요건으로 삼았다. ‘부당한 방법’의 개념에 대하여는 괄호를 붙여 ‘납세자가 국세의 과세표준 또는 세액 계산의 기초가 되는 사실의 전부 또는 일부를 은폐하거나 가장한 것에 기초하여 국세의 과세표준 또는 세액 신고의무를 위반하는 것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방법을 말한다’라고 규정하였다. 그 위임에 의한 구 국세기본법 시행령 제27조 제2항은 부당한 방법의 유형으로 ‘이중장부의 작성 등 장부의 거짓 기록’(제1호), ‘거짓 증명 또는 거짓 문서(거짓 증명 등이라 한다)의 작성’(제2호), ‘거짓 증명 등의 수취(거짓임을 알고 수취한 경우만 해당한다)’(제3호), ‘장부와 기록의 파기’(제4호), ‘재산의 은닉이나 소득·수익·행위·거래의 조작 또는 은폐’(제5호), ‘그 밖에 국세를 포탈하거나 환급·공제받기 위한 사기, 그 밖의 부정한 행위’(제6호)를 규정하고 있었다. 이러한 ‘부당한 방법’은 제47조의3 제2항에서 부당과소신고 가산세의 요건으로도 사용하고 있다.

 한편, 구 국세기본법 제26조의2 제1항 제1호는 국세부과제척기간에 관하여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로 국세를 포탈하거나 환급·공제받은 경우에는 그 국세를 부과할 수 있는 날부터 10년간이라고 규정하였다. 그러나 여기서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에 관한 정의규정을 별도로 두고 있지 않았다. 그리고 구 조세범처벌법(2010.1. 1. 개정되기 전, 이하 같다) 제9조 제1항은 조세포탈범의 처벌에 관하여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써 조세를 포탈하거나 조세의 환급·공제를 받은 자는 그 각호에 의하여 처벌한다고 규정하였다. 여기서도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관한 정의규정을 별도로 두지 않았다. 그래서 그 행위의 세부유형에 관하여는 법률해석과 구체적 사실관계에 관한 판례의 축적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위 규정들을 살펴보면, 구 국세기본법 제26조의2 제1항 제1호의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와 구 조세범처벌법 제9조 제1항의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는 그 표현이나 의미가 동일함을 알 수 있다. 그에 대한 정의규정을 두지 않고 있는 점도 같다. 여기서의 핵심은 ‘부정한 행위’이고 ‘사기’는 ‘부정한 행위’의 대표적 예시에 해당한다. 그에 비하여 구 국세기본법 제47조의2 제2항의 ‘부당한 방법’은 그 표현이 다소 다르고 별도의 정의규정도 두고 있다. 그래서 이를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와 동일하게 해석할 수 있는지가 문제되었다. 하지만 그 시행령 제27조 제2항은 제1호 내지 제5호에서 ‘부당한 방법’의 구체적 유형을 열거하면서 마지막 제6호에서 유형적 포괄주의 규정을 둠으로써 제1호 내지 제5호를 제6호의 예시적 규정으로 만들었는데 제6호의 핵심은 결국 ‘사기, 그 밖의 부정한 행위’이므로 결국 구 국세기본법 제47조의2 제2항에서 말하는 ‘부당한 방법’의 의미는 구 국세기본법 제26조의2 제1항 제1호의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나 구 조세범처벌법 제9조 제1항의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의 의미와 다를 바 없다고 하겠다.

 이와 같이 사실상 동일한 취지의 용어를 조금씩 다르게 표현하고 있는 것은 혼란과 비효율만 부추길 뿐 바람직한 입법태도가 아니다. 그래서 그 입법취지가 서로 다르지 않다면 그 용어를 통일할 필요가 있다는 비판이 있었다. 어쨌든 이러한 구법 시대에는 부당한 방법 내지 부정한 행위의 구체적 태양에 관하여는 그 정의규정을 두고 있는 구 국세기본법 제47조의2 제2항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었고, 그동안 누적되어 온 판례를 통해서도 그 유형을 짐작해 볼 수 있었다.

 

 나. 신법 시대의 규정
 먼저 조세범처벌법이 2010.1.1. 전부 개정되면서 제3조 제1항에서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로써 조세를 포탈하거나 조세의 환급·공제를 받은 자’를 조세포탈 등의 죄로 처벌하도록 규정하였다. 그리고 구법시대와는 달리 그 제6항에서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에 대한 정의규정을 별도로 두었는데,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로서 조세의 부과와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적극적 행위를 말한다’고 하면서, ‘이중장부의 작성 등 장부의 거짓 기장’(제1호), ‘거짓 증빙 또는 거짓 문서의 작성 및 수취’(제2호), ‘장부와 기록의 파기’(제3호), ‘재산의 은닉, 소득·수익·행위·거래의 조작 또는 은폐’(제4호), ‘고의적으로 장부를 작성하지 아니하거나 비치하지 아니하는 행위 또는 계산서, 세금계산서 또는 계산서합계표, 세금계산서합계표의 조작’ (제5호), ‘전사적 기업자원관리설비의 조작 또는 전자세금계산서의 조작’(제6호)를 열거한 다음, 마지막으로 유형적 포괄주의 규정인 ‘그 밖에 위계에 의한 행위 또는 부정한 행위’(제7호)를 두었다. 이는 구법시대의 구 국세기본법 시행령 제27조 제2항 각호의 규정과 흡사함을 알 수 있다. 단지 제6호가 추가되었을 따름이다. 위 입법은 그동안 대법원 판례에 나타난 사안들과 법리를 유형화하여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조세범처벌법의 정비에 발맞추어 국세기본법에서도 정비작업이 있었다.

 국세기본법이 2011. 12. 31. 개정되면서 제26조의2 제1항 제1호가 국세부과제척기간에 관하여 “납세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이하 ‘부정행위’라 한다)로 국세를 포탈하거나 환급·공제받은 경우”에는 그 국세를 부과할 수 있는 날부터 10년간이라고 규정하였다. 구법시대와는 달리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를 ‘부정행위’라고 통칭하면서 그 구체적 유형을 시행령에서 규정하도록 위임하였다. 이에 따라 2012. 2. 2. 신설된 국세기본법 시행령 제12조의2 제1항은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란 조세범처벌법 제3조 제6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말한다’라고 규정하였다.

 그리고 위와 같이 개정된 국세기본법은 제47조의2 제2항에서 ‘부정행위로 과세표준 신고를 하지 아니한 경우’를 부당무신고 가산세의 부과요건으로 규정하였고, 제47조의3 제2항 제1호도 ‘부정행위로 과세표준을 과소신고한 경우’를 부당 과소신고 가산세의 부과요건으로 규정하였다. 여기서의 부정행위란 국세기본법 제26조의2 제1항 제1호의 부정행위를 말한다.

 이와 같이 현행의 신법에서는 조세범처벌법에서 먼저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그에 대한 정의규정을 두고, 국세기본법에서는 부과제척기간에 관한 규정과 중가산세에 관한 규정에서 조세범처벌법상의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라는 용어를 그대로 차용함으로써 이들 각 규정의 요건에 통일을 기하게 되었다. 이로써 구법시대에 구 국세기본법 제47조의2와 제47조의3에서 사용하던 ‘부당한 방법’이라는 용어는 사라졌다.

 하지만 신법에서도 국세기본법과 조세범처벌법 사이에는 미세한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조세범처벌법 제3조 제6항에서는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를 그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로서 조세의 부과나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적극적 행위’라고 정의함으로써 그 문언만 놓고 보면 그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 나아가 ‘조세의 부과나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적극적 행위’에도 해당하여야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는데, 국세기본법 시행령 제12조의2 제1항에서는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란 ‘조세범처벌법 제3조 제6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말한다라고만 규정함으로써 ‘조세의 부과나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적극적 행위’는 그 요건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차이가 빚어진 것이 입법자의 의도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입법자의 단순한 실수인지는 확실하지 않으나 이 때문에 국세기본법과 조세범처벌법에서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의 개념을 달리 해석하여야 하는지에 관하여 견해가 나뉠 수 있게 되었다.

 다. 대법원의 해석
 위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구법시대에는 중가산세와 장기부과제척기간, 조세포탈범의 세 영역에서 그 요건이 되는 부정행위에 관한 표현방법이 조금씩 달랐다. 그럼에도 대법원은 이들을 서로 다른 의미로 해석하지 않았다.
대법원 2003.2.14. 선고 2001도3797 판결 등은 구 조세범처벌법 제9조 제1항에서 정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관하여 ‘조세의 부과와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위계 기타 부정한 적극적인 행위를 말한다’라고 판시하여 왔고, 대법원 2013.12.12. 선고 2013두7667 판결 등은 장기부과제척기기간에 관한 구 국세기본법 제26조의2 제1항 제1호의 ‘사기 그 밖의 부정한 행위’도 같은 내용으로 해석한 바 있다. 그리고 대법원 2013.11.28. 선고 2013두12362 판결 등은 부당과소신고가산세에 관한 구 국세기본법 제47조의3 제2항 제1호의 ‘부당한 방법으로 한 과세표준의 과소신고’에 관하여 ‘국세에 관한 과세요건사실의 발견을 곤란하게 하거나 허위의 사실을 작출하는 등의 부정한 적극적인 행위에 의하여 과세표준을 과소신고하는 경우로서 그 과소신고가 누진세율의 회피, 이월결손금 규정의 적용 등과 같은 조세포탈의 목적에서 비롯된 것을 의미한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이 판시의 취지는 앞서 본 두 판결의 취지와 별로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구법시대에는 중가산세와 장기부과제척기간, 조세포탈범의 세 영역에 있어서 제재 정도가 서로 다르고 그 요건들의 표현에 있어서도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대법원은 그 요건들의 문언이 앞서 살펴 본 바와 같이 사실상 같은 내용이라는 점을 중시하여 문언에 대한 엄격해석의 원칙을 유지하고 예측 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하여 그 요건들을 같은 취지로 해석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대법원의 태도에 비추어 볼 때 신법시대에 와서는 그 요건들의 표현까지 통일시켰으므로 이들을 더욱 같은 의미로 해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다음 항에서 살펴보는 바와 같이 위 세 영역의 요건에 관하여 일본에서는 그 제재의 정도와 입법취지를 고려하여 주관적 요건 즉, ‘인식’의 측면에서 이를 달리 해석하고자 하는 입장들이 많다. 이 점에서 우리나라와 대비된다고 할 수 있다.

  3. 부정행위에서 인식의 필요성과 정도

 가. 인식의 필요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국세기본법상의 ‘부정행위’와 조세범처벌법상의 ‘부정행위’는 사실상 같은 내용이다. 그런데 이러한 부정행위에 주관적 요건으로서의 ‘인식’이 필요한지 그리고 그 인식의 범위가 어디까지 미쳐야 하는지에 관하여 논란이 있다. 인식이 불필요하다는 견해와 인식이 필요하지만 부정행위 자체에 대한 인식으로 족하다는 견해, 부정행위 자체에 대한 인식만으로는 부족하고 적극적으로 조세를 면탈한다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는 견해로 나뉜다. 먼저 인식이 불필요하다는 입장은 일본 하급심 판결들에서 나타나는데 부정행위에 해당하는 객관적인 행위태양만 있으면 족하고 거기에 어떠한 인식이나 고의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나 그 내면을 들여다 보면 부정행위의 속성상 그 자체에 인식이나 고의가 내포되어 있기 때문에 별도로 인식이나 고의에 관한 입증이 불필요하다는 입장으로 이해된다. 그래서 과실에 의한 부정행위를 인정하여야 한다고까지 보고 있지는 않는 것 같다. 그렇다면 이 입장은 인식이 필요하지만 부정행위 자체에 대한 인식으로 족하고 조세면탈의 인식이나 의도까지는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과 실질적인 차이가 별로 없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관련규정들을 살펴보면 부정행위의 개념 자체에 적어도 부정행위에 대한 인식이 내포되어 있다고 볼 여지가 많다. 먼저 구법시대의 구 국세기본법 제47조의2 제2항을 보면, ‘부당한 방법’에 관하여 정의를 하고 있는데, 거기서 ‘납세자가 국세의 과세표준 또는 세액 계산의 기초가 되는 사실의 전부 또는 일부를 은폐하거나 가장한 것에 기초하여 국세의 과세표준 또는 세액 신고의무를 위반하는 것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방법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은폐’나 ‘가장’이라는 것은 그 용어 자체에 어떠한 목적이나 의도가 내포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실수로 무엇인가를 ‘은폐’한다거나 다른 것으로 ‘가장’한다는 것은 상정하기 어렵다. 더군다나 위 문언에 의하면 그와 같은 행위가 신고의무를 위반하는 결과로 연결되어야 하므로 적어도 그와 같은 행위에 대한 인식조차 없이 과실에 의하여 그와 같은 행위가 초래된 경우는 상정하기 어렵다. 그리고 구 국세기본법 시행령 제27조 제2항의 각호에서 열거하고 있는 행위유형들도 대부분 ‘거짓’을 작출하거나 은폐, 파기 등으로서 그 속성상 행위자의 인식이 전제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구 국세기본법 시행령 제27조 제2항 제3호 규정인 ‘거짓 증명 등의 수취(거짓임을 알고 수취한 경우만 해당한다)’는 거짓 증명을 작출한 주체가 상대방이어서 이를 수령하는 입장에서는 거짓에 대한 인식이 없는 경우가 있을 수 있으므로 그 괄호규정에서 ‘거짓임을 알고 수취한 경우만 해당한다’고 함으로써 거짓에 대한 인식이 없거나 과실에 의한 경우를 배제하였다. 이 규정을 보더라도 ‘부당한 방법’에는 적어도 그와 같은 행위에 대한 인식이 전제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사기 그 밖의 부정한 행위’에서 대표적 예시행위인 사기도 편취의사를 가지고 하는 기망행위이므로 인식이 없는 사기를 상정하기 어렵고, 특히 조세범처벌법상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의한 조세포탈죄에 대하여 과실범을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따라서 적어도 부정행위에 대한 인식은 전제가 되어야 하고 보통의 경우 이러한 인식은 그와 같은 부정행위에 내포되어 있다고 할 수 있으므로 부정행위의 태양에 대한 증명이 있으면 족하다고 할 것이고, 구 국세기본법 시행령 제27조 제2항 제3호와 같은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그에 대한 인식이 있었음을 별도로 증명할 필요는 없다고 하겠다.

 

 나. 조세면탈에 대한 인식의 요부
(1) 일본에서의 논의
 정작 다툼이 많은 문제는 부정행위의 주관적 요건으로서 조세면탈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고 볼 것인지 여부이다. 이 점에 관하여 부정행위가 조세포탈범의 구성요건인 경우와 국세기본법상 장기부과제척기간이나 중가산세의 요건인 경우에 서로 달리 접근하는 입장과 같이 접근하는 입장이 있다. 우리나라보다 중가산세 제도를 먼저 도입한 일본에서 이 점에 관하여 활발한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서도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중가산세, 장기부과제척기간, 조세포탈의 세영역에 부정행위가 그 요건의 하나가 된다. 중가산세에 있어서는 ‘납세자가 국세의 과세표준 등 또는 세액 등의 계산 기초가 되는 사실의 전부 또는 일부를 은폐 또는 가장하는 것’을 요건으로 한다. 그리고 장기부과제척기간의 경우에는 ‘허위 기타 부정한 행위’가 그 핵심요건이다. 조세포탈죄의 핵심 요건은 ‘허위 기타 부정한 행위’이다. 전반적인 모습이 우리나라 구법시대의 규정과 비슷함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구법시대의 규정들이 일본법 규정을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 최고재판소는 기본적으로 가장 중한 형사상 처벌이 가해지는 조세포탈죄의 경우에는 부정행위의 고의에 조세포탈의 의도나 목적이 필요하다고 보고, 그보다 가볍게 행정상의 제재가 가해지는 데 그치는 중가산세의 경우에는 부정행위의 주관적 요건으로 조세면탈에 대한 인식까지는 필요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조세포탈죄에서의 부정행위에 관하여 일본 최고재판소 소화 42년 11월 8일 판결에서는 ‘탈세의도를 가지고 그 수단으로 세금의 부과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하게 곤란하게 하는 어떠한 위계 기타 공작’이라고 판시하였다. 여기서 알 수 있듯이 조세포탈죄에 있어서는 그 주관적 요건으로 조세포탈의 의도가 수반되어야 한다.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한 증명이 필요하다.

 반면에 중가산세의 요건에 있어서는 일본 최고재판소 소화 62년 5월 8일 판결은 ‘중가산세는 각종의 가산세를 부과하여 납세의무위반사실이 은폐 또는 가장 등의 부정한 방법에 따라 행하여졌을 경우 위반자에 대하여 부과되는 행정상의 조치이며 고의로 납세의무를 위반한 것에 대한 제재는 아니므로, 중가산세를 부과하기 위해서는 납세의무자가 고의로 과세표준 또는 세액 등의 계산의 기초가 되는 사실을 은폐 또는 가장하거나 그 은폐 또는 가장행위를 원인으로 과소신고의 결과가 발생한 것이라면 충분하고, 더 나아가 납세자가 과소신고를 행하는 것의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까지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 하였다. 여기서 과소신고에 대한 인식이 없이 사실의 은폐나 가장 등의 부정행위를 한다는 것이 어떤 경우인가에 관하여 보면 조세면탈의 목적이 아닌 전혀 다른 목적에서 그와 행위를 하는 경우도 상정해 볼 수 있으나 현실성이 떨어진다. 그보다는 위 판결의 상고이유서에서도 나타나는 바와 같이 이익과 손실이 교차하는 반복적 주식매매의 경우에는 일정한 과세기간이 종료되었을 때 반드시 이익이 난다는 보장이 없으므로 그 주식거래를 가공인 명의로 함으로써 이를 은폐하거나 가장하는 등의 부정행위를 하더라도 그 당시로서는 소득의 과소신고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고 할 수 있으므로 과소신고에 대한 인식이 없이 부정행위를 한 경우에 해당할 수 있다. 그래서 납세자가 이 점을 상고이유로 주장하였으나 일본 최고재판소는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그와 같은 인식이 없더라도 종국적으로 이익이 있었다면 중가산세가 적용될 수 있다는 취지에서 상고를 기각하였다. 위 판결은 행정상의 제재와 형사처벌의 차이에 주목하여 그 인식의 내용을 다르게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위 최고재판소 판결의 하급심에서는 최고재판소와 같이 과소신고의 인식이 필요 없다고까지 판시하지는 아니하고, 당해 과세기간에 종국적으로 이익이 생길 것인지 그 이익이 얼마나 될 것인지에 대한 인식이 없는 경우에도 이익이 생긴다면 그 이익을 은폐하겠다는 미필적 의사로 가공인 명의의 주식거래를 하여 실제로 이익이 생긴 경우에는 중가산세 요건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 상고이유서에서도 위 하급심 판결의 취지가 분명하지 않다고 지적하였듯 이 정확한 취지를 알기는 어려우나 과소신고의 인식은 필요하되 그 인식이 미필적 인식으로 족하다는 취지로 이해할 수 있다.

 일본 학계에서는 조세포탈범에 있어서는 조세면탈의 인식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하여 별 다툼이 없으나, 중가산세나 장기부가제척기간에 있어서는 조세면탈의 인식이 필요한지에 관하여 의견이 분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가산세 부과와 같은 행정사건에서는 다수의 사안에 대하여 공정성과 신속성이 요구되는 동시에 집행의 균형성을 담보하기 위해 획일적 처리가 가능하도록 객관적이고 명확한 부과요건이 요청된다는 점에서 조세를 면할 인식까지는 불필요하다는 것이 불필요설의 주요 논거이고, 중가산세는 형사처벌 못지 않은 중대한 제재이므로 그와 같은 인식이 필요하다는 것이 필요설의 주요 논거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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