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11:57 (금)
[기획]올빼미 공시,살아 춤춘다?
[기획]올빼미 공시,살아 춤춘다?
  • 33
  • 승인 2006.11.20 11: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금감원 “작년 말에 폐지 됐다” 잘못 발표…“이번엔?”

폐지방침 거듭 발표…그사이 얌체공시건수 지속 증가
올 9월까지 상장기업이 증시가 마감된 밤이나 장이 안 열리는 주말에 올린 공시 내용 중 자사에 불리한 악재성 정보가 무려 868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호재성 정보의 무려 5배.

내용도 감자(減資)나 횡령사고, 벌금 부과, 영업 정지, 최대 주주거래 등 주가에 불리한 내용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이런 ‘얌체 공시’는 주로 금요일 오후 주식시장 마감 이후에 이뤄진다. 주식투자자들이 주5일제 근무 여파로 저마다 주말을 즐기러 갈 때쯤, 투자한 회사 주가를 위협하는 ‘나쁜 공시’가 나오는 것.

정부는 이런 ‘올빼미 공시’를 없애겠다고 한다. 한국은행도 “올빼미 공시는 해당 기업주가에 더 악영향”이라고 발표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런 얘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작년부터 별러 온 것인데, 이번엔 제대로 지켜질 지는 두고 볼 일이다.
<편집자 주>


이달들어 지난 10일. 금융감독원에 분기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 시한을 5일 앞둔 기업들은 금요일인 이날 오후 주식시장 마감 이후에 일제히 공시를 냈다. 3분기 실적이 주된 공시내용인데, 증시 개장시간 또는 다음 주 월요일에 하면 될 것을 왜 금요일, 그것도 장 마감이후에 공시한 것일까. 정답은 “잠재 투자자를 포함한 주주들로부터 도장을 받아와야 할 영업 성적표가 나빴기 때문”이다.

이날 올빼미 공시를 한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은 한진해운과 쌍용자동차, 한국화장품, 한솔제지, 동국제강, 이수화학, 남양유업 등 14개 회사다. 이날 장 마감시간 이후에 공시한 기업이 14곳으로 장중에 공시한 11곳보다 더 많았다.

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코스닥과 유가증권시장을 통틀어 이날 ‘올빼미 공시’를 한 기업은 모두 95사로, 평소보다 5배 이상 많았다. 또 별도 실적공시 없이 분기보고서만 내놓은 곳도 19사에 이른다.

이들 기업들은 “나쁜 성적표에 부모님 도장을 쉽게 받으려면 부모님이 술에 취했거나 지쳐서 잠들기 직전인 밤을 이용하라”는 ‘노하우’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올빼미 공시 폐지 당일 밤 공시 봇물>

경영 성적표가 나빴던 기업들이 이른 바 ‘올빼미 공시’를 한 날은 공교롭게도 금융감독 당국이 ‘올빼미 공시’ 자체를 아예 없애겠다고 발표한 날.

금융감독원은 지난 10일 “기업 편의를 위한 제도를 악용하는 경우가 많아 야간공시와 주말 공시 제도를 아예 폐지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금감원 전홍렬 부원장은 이날 모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전 세계에서 토요일 공시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고, 밤에 늦게까지 과잉 공시하는 나라는 없었다”며 “이런 점을 감안해 제도를 개선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야간 휴일공시제도가 폐지되면 현행 아침 7시부터 밤 9시까지로 돼 있는 기업 공시 시간이 저녁 6시까지만 가능해진다. 토요일 공시는 아예 없어진다. 금감원은 다만 기업 사정으로 불가피하게 저녁 6시에서 7시 사이에 제출되는 공시서류는 보관한 뒤 다음날 아침에 공시하도록 했다. 금감원은 이런 방안을 거래소와 상장회사 등 관련 업계와 협의한 뒤 내년 1월1일부터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이 지난 9월26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오후 6시 이후에 이뤄지는 야간공시와 주말공시는 2004년 3분기에 1001건, 2004년 4분기 1068건, 2005년 1분기 2528건, 2005년 2분기 1049건 등으로 갈수록 늘고 있다.

<한은, “올빼미, 주가에 되레 악영향”>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확인한 이른 바 ‘올빼미 공시’의 사전적 의미는 “주식 시장에서 주식거래가 모두 끝나고 난 뒤 밤늦은 시간에 중요한 내용을 은근슬쩍 공시하는 것.” 자사에게 불리하니까 언론의 주목이 뜸한 밤에 공시를 내면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악재가 슬그머니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속 데이터베이스 속에 묻힐지 모른다는 판단에서 실적이 나쁜 기업들이 자주 이용해 온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요즘 개인과 기관을 불문하고 요즘 주식투자자들이 그리 호락호락하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자사주 주가에 부정적인 내용을 장 마감 뒤 공시하는 ‘올빼미 공시’가 주가에는 되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조사돼 공식 발표됐기 때문.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이 지난 8월21일 발표한 ‘기업 공시의 시점과 주식시장의 반응’에 따르면, 장 마감 이후의 공시는 장중 공시보다 주가에 단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나쁜 실적을 감추기 위해 금요일 오후 주식시장 마감 시간에 집중된 기업실적 공시 역시 주가에 적잖은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에 “올빼미 죽었다”고 확정발표?>

금감원의 이번 발표는 그러나 앞서도 수차례 발표된 것으로, 과연 제대로 지켜질 지 의문이 들고 있다.

“최근 증시 환경의 변화와 국제적 추세에 맞춰 상장법인의 공시업무 운영 개선 방안을 마련, 지속 추진하고 있다. 특히 일부 상장기업이 투자자의 이목을 피하기 위해 야간이나 주말 시간대에 악재성 정보를 공시하는 소위 ‘올빼미’ 공시를 원천 차단했다.”
금융감독원 전홍렬 부원장의 말이다. 그러나 최근에 한 말이 아니다.

전 부위원장은 지난해 12월초 상장회사 최고경영자 및 재무담당 임원(CFO)을 대상으로 가진 ‘투명회계 정착을 위한 금융감독 정책방향’이란 제하의 특별조찬 세미나 주제발표에서 이같이 밝혔다.

“‘올빼미’ 공시를 원천 차단하겠다”도 아니고 “원천 차단했다”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 부위원장 얘기로는 ‘올빼미는 이미 역사 속에 묻혀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진행형이다. 금감원이 지난해 원천 차단한 ‘올빼미 공시’가 올해 11월 현재까지 버젓이 이뤄지고 있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금감원은 지난 9월26일에도 국회 정무위 제출 자료를 통해 “기업이 경영실적 악화 등 악재성 정보를 야간과 주말에 공시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근본적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작년 말에 죽은 올빼미를 부번 죽이는 계획이 올해 국정감사 때까지 논의되고 있는 진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 김동국 기자

<금감원 발표대로면 이미 투명해야>
“금감원, 회계투명성 제도개선 실적만 믿고 있나?”
회계오류 자체 시정 시한 임박…실질적 규제 시급

금융감독원 전홍렬 부원장이 최고경영자(CEO) 및 최고재무책임자(CFO)와 지난해 말 가진 조찬세미나에서 밝힌 내용대로라면, 이미 한국에서는 분식회계나 ‘거짓 공시’ ‘물 타기 공시’는 거의 없어졌어야 한다.

전 부원장은 세미나에서 “감독 당국(금감원)이 회계정보의 생산과 유통, 이용자 보호 등 회계와 공시 전반에 걸쳐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 왔다”고 운을 뗐다.

전 부원장은 이날 그동안의 회계투명성 관련 제도개선 실적을 줄줄이 읊으며, “기업들이 더 이상 잘못된 회계정보를 통해 단기적인 이해타산을 따지지 말라”는 취지의 말로 준엄하게 당부했다.

전 부원장 말대로 감독당국은 실제 국제기준에 부합되는 기업회계기준을 독립된 민간단체에서 만들도록 회계연구원을 설립했으며, 회계정보의 적시성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분기보고서’제도를 도입했다. 또 CEO와 CFO의 재무제표 및 유가증권 신고서 등에 대한 인증을 의무화 했으며, 주요 주주 및 이사에 대한 회사재산의 대여 및 담보제공을 금지했다.

외부감사의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6년 계속 감사인의 교체를 의무화 했으며, 이해상충 소지가 큰 비감사업무를 제한토록 했다.
이와 함께 ‘내부회계 관리제도’를 기업구조촉진법에서 ‘주식회사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으로 이관, 항구적 제도로 법제화 했다. 이밖에 증권분야에 대한 집단소송제도를 도입하는 등 회계투명성 강화를 위한 노력을 계속해왔다.

전 부원장은 아울러 “올빼미 공시를 없앴다”고 이날 확언했다.
전 부원장은 “기업의 회계투명성은 그 기업을 이끌고 경영해 나가는 오너 겸 최고경영자(CEO)의 경영철학과 도덕성에 전적으로 달려있다”며 “회계불투명이라는 오명이 씌워진 회사에 자금을 제공하는 바보가 있을 리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금감원은 지난 2004년 3월부터 향후 2년 간 기업이 스스로 과거의 회계처리 오류를 실질에 맞게 수정할 경우 감리를 면제하거나 대폭 감경하는 방안을 마련, 시행중이다.

올해부터는 상장대기업의 경우 내부통제제도가 의무화 됐다. 상장 중소기업 및 비상장기업은 내년 1월1일부터 적용대상이 된다. 자산총액 500억원 미만인 비상장 중소기업의 경우 내년 하반기 시행이 의무화 된다.
/ 김동국 기자


<성적 나쁜 ‘올빼미 공시’ 주요 고객들>
한진해운 등 15개 올빼미들, 장중 공시기업보다 많아 빈축

지난 10일 주식시장 마감 직후 3분기 실적을 공시한 한진해운은 3분기 영업이익이 431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4%나 감소했다. 당기순이익도 325억 원으로 81.6%가 줄어들었다.

쌍용자동차는 3분기 매출액이 6116억 원으로, 지난해 3분기보다 34.1% 줄었으며 당기순이익 기준 477억 원 적자를 냈다. 동국제강은 지난해보다 1.56% 줄어든 7821억 원의 3분기 매출액과 17.2% 감소한 498억 원의 영업이익을 보였다. 한국화장품은 3분기에 16억 원 영업 손실과 18억 원 당기순손실을 냈으며, 이수화학은 32억 원의 영업 손실과 22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봤다. 남양유업도 지난 3분기에 영업이익 94억원, 당기순이익 136억원으로 지난해와 비교 할 때 각각 35.6%와 67.1% 감소했다.

당초 ‘올빼미 공시’ 후보군에 올랐던 한솔제지는 의외로 장중에 분기보고서만 발표했다. 한솔제지는 3분기 영업이익이 166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28.7% 줄었고 당기순이익은 1216억 원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 10월27일 장 마감 직후 실적을 발표한 국순당은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67.6% 감소한 19억원, 매출액 역시 27.1% 줄어든 180억 원에 그쳤다.

같은 날 실적발표를 한 CJ CGV도 “3분기 영업이익은 99억원(전년동기 대비 28.9% 감소), 매출액 1% 감소(724억원)”이라고 ‘올빼미’ 공시했다. 동양백화점도 이날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1% 감소한 40억5000만원”이라고 공시했다. 한주 앞서 실적을 발표했던 금호종금도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대비 32.75% 감소했다”고 공시했다.

올 하반기초 KT&G의 경영권을 압박하던 칼 아이칸과 스틸 파트너스연합이 경영 관련 중요사항을 주로 금요일 오후 장 마감이후에 공시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2004년 피코소프트 인수 포기 공시를 낸 BET도 해당 공시를 낸 시각이 그해 10월22일 밤이다. 비슷한 시기 유상증자 취소를 밝힌 코리아텐더, 전 최대주주 겸 대표이사가 양도성예금증서(CD)를 횡령하고 공금을 유용해 특별손실이 발생했다는 엔써커뮤니티, 경상손실이 내부 결산치보다 3배가량 확대됐다고 한 자이링크 등이 ‘올빼미 공시’의 주역들이다.

당연히 당시에도 언론 등에서는 ‘올빼미 공시’의 폐해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한 경제신문은 2004년 10월 당시 “증권거래소와 금융감독원이 나름대로 올빼미 공시 대책을 마련해 시행해왔지만 별 실효성이 없었음을 입증한 셈”이라고 보도했다. 똑 같은 보도가 조만간 나올 지, 증시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임무혁 기자
  • 서울특별시 마포구 잔다리로3안길 46(서교동), 국세신문사
  • 대표전화 : 02-323-4145~9
  • 팩스 : 02-323-745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예름
  • 법인명 : (주)국세신문사
  • 제호 : 日刊 NTN(일간NTN)
  • 등록번호 : 서울 아 01606
  • 등록일 : 2011-05-03
  • 발행일 : 2006-01-20
  • 발행인 : 이한구
  • 편집인 : 이한구
  • 日刊 NTN(일간NTN)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日刊 NTN(일간NTN) .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tn@intn.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