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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대국> "이세돌이 이겼다…인간의 무한한 가능성 확인"
<세기의 대국> "이세돌이 이겼다…인간의 무한한 가능성 확인"
  • 일간NTN
  • 승인 2016.03.13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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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팬들 "인류 대표한 이세돌 승리에 통쾌"…"5국도 이겨주기를"
"와아~! 알파고(AlphaGo)가 돌을 던졌다! 이세돌 9단이 이겼다!"

13일 오후 5시45분께 인공지능(AI) 알파고가 '인류대표' 이세돌 9단에게 패배를 인정하며 두 개의 흑돌을 던지는 장면이 중계 화면에 잡히자 한국기원 2층에서 대국을 지켜보던 바둑팬들은 일제히 환호를 지르며 기뻐했다.

바둑팬들은 3연패를 당한 뒤에도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승부를 펼친 이 9단에게 "인간승리를 이뤄냈다"며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성동구 홍익동 한국기원 2층에 마련된 공개해설장에는 오후 1시부터 10여명의 바둑팬이 나와 이세돌 9단의 설욕전을 지켜봤다. 이미 5판 3패로 전체 대결의 승패가 갈린 뒤여서인지 60여개의 의자는 빈 곳이 더 많았고, 분위기는 무거웠다.

바둑팬들은 "이세돌 9단이 한판이라도 알파고를 꺾어 인간의 자존심을 세워주길 바란다"고 말하면서도 쉽게 이 9단의 승리를 확신하진 못했다.

대국 직전 바둑 애호가 김수현(28)씨는 "이세돌 9단이 전혀 알려지지 않은 알파고라는 상대와 대결해 3연패를 당했지만, 이제 승패가 갈린 만큼 승패 부담에서 벗어나 평소 스타일대로 묘수를 찾아주길 바란다"고 응원했다.

바둑팬 강건늘(39)씨도 "이 9단이 1∼3국까지 평소 이세돌 스타일대로 두지 않은 것 같다"면서 "오늘 대국 초반까지는 이 9단이 초반에 안정적으로 잘 두는 것 같다"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한국기원에서 이날 대국을 공개해설한 김영환 9단은 대국 초반, 알파고에 대해 "집 계산은 워낙 확실하게 계산해내 집 바둑으로 가면 거기에 맞춰두고, 전투가 벌어지면 전투에도 대응을 잘한다"며 "상대와 내용에 따라 계속 맞춰가는 알파고를 정말 모르겠다"며 쉽지 않은 상대임을 강조했다.

이세돌 9단이 대표사범으로 있는 성동구 행당동 '이세돌 바둑연구소'에도 이날 바둑 꿈나무들이 나와 '사범님'의 승리를 간절히 응원했다.

바둑 연구생 소명재(17)군은 "알파고에는 컴퓨터 1천200여대가 연결돼 있다고 들었다. 애초에 불리한 싸움이 아니었나 싶다"며 이 9단의 3연패를 아쉬워하면서도 이날 대국에 대한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김경은(13)양은 "1∼3국 기보를 뽑아 분석하고 감상문을 써오는 게 숙제였다"면서 "분석해보니 알파고가 계산이 정말 강할 뿐만 아니라 형세 판단도 잘하더라. 오늘은 사범님이 꼭 이겼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한국기원에서는 대국이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이세돌 9단이 유리하지 않은 형세가 펼쳐졌다는 해설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그러나 곧 어려운 형국에서 이 9단에 바둑판 중앙에 끼워넣기로 흰 돌을 두며 '흔들기'를 시도하자 여기저기서 "이 수가 묘수 같다"며 흥분된 목소리가 나왔다.

이어 알파고가 상식적으로 생각하기 어려운 자리에 흑돌을 연거푸 두자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의 흔들기에 당황한 것 같다"며 성급한 승리를 점치는 바둑팬도 나왔다.

오후 4시30분께 이날 대국이 흑돌을 쥔 이세돌 9단에게 유리한 형국으로 돌아간다는 해설이 나오자 심각한 표정으로 대국을 지켜보던 바둑팬들의 얼굴에 비로소 화색이 돌았다.

오후 5시40분께 김영환 9단도 "이 바둑은 제가 둬도 이길 바둑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며 이 9단의 승리를 확신했다. 5분 뒤 알파고가 흑색 돌 2개를 바둑판 하단에 놓는 모습이 브라운관에 잡히자 "이겼다"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초등학교 방과후 학교와 유치원에서 바둑을 지도한다는 이광순(49·여)씨는 "그동안 많이 기대했는데, 통쾌하다"며 "열심히 싸워준 이세돌 9단에게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고 활짝 웃었다.

바둑 아마추어 5단이라는 김선옥(47·여)씨는 "감격스런 승리"라면서 "혼자 인류를 대표해 고군분투하는 걸 보며 안타까웠는데, 보란 듯이 이겨서 굉장히 기쁘다"고 말했다.

전북대 로스쿨 교수로 바둑 아마 4단이라는 김용섭(57)씨는 "인공지능의 가공할만한 도전 앞에 3연패를 당해 무력감을 느꼈는데, 오늘 인간의 무한한 가능성을 확인한 것 같아 기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강건늘씨도 "정말 최선을 다한 이세돌 선수에게 통쾌한 승리"라며 "마지막 5국도 이겨서 기계보다 사람이 뛰어나다는 것을 증명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기원에 나와 대국 중반을 지켜본 정수현 명지대 교수(바둑학과·프로기사 9단)는 "오늘 바둑도 만만치 않았다"면서 "이 9단이 어려웠던 접전 중반 중앙에서 끼워넣는 절묘한 수를 내며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정 교수는 "후반 상황에서 알파고는 불리한 상황이 되자 상식적으로 생각하기 어려운 속칭 '떡 수'를 두기도 했다"며 "알파고 실력이 이 정도였나라는 생각마저 들었다"고 말했다.

집에서 마음을 졸이며 대국을 지켜본 시민들도 이세돌 9단의 승리에 기뻐했다.

회사원 이상연(34)씨는 "막판에 알파고가 이해가 안 되는 수를 몇 차례 던졌는데 그게 지난번처럼 또 결과적으로는 묘수가 되는 게 아닌가 싶어서 조마조마했다"며 "알파고 뇌가 1천200개 된다는데 그걸 이겨낸 이세돌이 정말 존경스럽다"고 했다.

이씨는 승부가 결정되는 순간 전율을 느꼈다면서 "승리 뒤 환호하지도 않고 덤덤히 복기하는 모습에서 일반인이 가늠할 수 없는 깊이를 느꼈다. 이세돌이 이번 승리를 기반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을 거라고 믿는다"고 응원했다.

아마추어 5급이라는 임모(62)씨는 "4국째가 되니 이 9단도 알파고의 바둑 스타일에 대략 감을 잡고 과감하게 대응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3국을 내리 패했을 때는 기존의 정석이나 논리 등을 바둑계가 원천 재검토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었는데 한 판이라도 이기니 조금은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오랜 바둑팬인 장병훈(53)씨는 "세 번째 대국에서 알파고가 패싸움까지 할수 있다는 걸 보고 승리는 포기했다. 중반 이후 이세돌 9단이 승기를 잡아갈 때 이번에는 이길 수 있을까 기대를 했는데 알파고를 이기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다"며 "기계를 상대로 너무 잘 싸워줬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집에서 이날 대국을 지켜 본 김진섭(28)씨도 "인간이 무기력하게 지지는 않았다는 생각에 안도감이 들었다"며 "압박감이 엄청났을 이 9단도 한시름 놓았을 것 같다. 같은 한국인으로서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바둑팬 직장인 김모(57)씨는 "인공지능이 아무리 발달했어도 아직은 사람이 인공지능을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주변 사람들과도 그런 얘기를 나누며 기뻐했다"며 "오늘 대국도 긴장감을 갖고 지켜봤는데 이세돌이 비장한 각오로 1승이라고 하겠다고 했는데 결과적으로 그렇게 돼서 다행"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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