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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이사도 분식회계로 인한 상장폐지에 책임있다"
"사외이사도 분식회계로 인한 상장폐지에 책임있다"
  • 일간NTN
  • 승인 2016.03.21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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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처음으로 본격 심리 인정…분식회계 피해 개미 투자자들 5년 소송끝에 결실

경기도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나준석(36) 씨는 2009년 4월 부인과 갓 태어난 아들 세 식구가 살 집을 마련하기 위해 주식투자를 결심했다. 그는 지인에게 재무구조가 제법 건실하다고 건네 들은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코어비트의 주식 2만주(약 5천770만원)를 사들였다. 저축했던 돈을 모두 쏟아 부은 과감한 투자였다.

하지만 나 씨의 꿈은 1년도 채 안 돼 산산이 부서졌다. 코어비트가 2008년도 회계에서 분식을 한 정황이 드러나 2010년 2월 코스닥 상장이 폐지됐기 때문이다. 전·현직 임원들의 횡령 범죄를 감추기 위해 회사 재무제표를 허위로 작성했던 것이다. 나 씨가 보유한 코어비트 주식 2만주는 하루아침에 휴지조각이 돼 버렸다.

피해자는 나 씨뿐만이 아니었다. 주식시장에서 이 회사의 평가가 좋았고, 주당 가격이 채 3천원을 넘지 않을 정도로 저렴했기 때문에 목돈 마련을 기대하는 서민 투자자들이 너도나도 코어비트의 주식을 사들였다.

피해를 입은 '개미투자자' 207명은 2011년 1월 분식회계에 가담하거나 책임이 있는 코어비트 경영진과 사외이사 등 11명을 상대로 법원에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다.

1심은 투자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대표이사 3명과 사외이사 A씨에게 분식회계로 인한 상장폐지에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이들 4명이 함께 투자자들의 손해를 배상하라고 판결했지만, 패소한 피고들은 항소했다.

항소심의 판단은 1심과 조금 달랐다. 대표이사 3인의 책임은 그대로 인정했지만 사외이사는 책임이 없다고 봤다. 사외이사에 불과한 A씨가 경영진이 일으킨 분식회계까지 책임질 필요는 없다는 것이었다.

비록 사외이사 한명의 책임이 부정된 것에 불과했지만 투자자들에게는 날벼락과 같은 판결이었다. 회사가 공중 분해되면서 대표이사 3명은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배상할 재력이 없었던 것이다. 그나마 강남의 유명 병원장이었던 A씨에게 손해배상의 희망을 걸었지만 항소심 판결로 그마저도 불가능하게 됐다.

이번에는 투자자들이 곧바로 상고했다. A씨가 분식회계를 전후로 이사회에 꾸준히 참석했던 점과 코어비트의 외부감사를 맡았던 회계법인에 평가적정성에 관한 확인서를 제출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대법원은 투자자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다시 심리하라'며 판결을 항소심으로 돌려 보냈다. 사외이사도 분식회계로 인한 상장폐지에 대해 책임이 있다고 대법원이 처음으로 인정한 판결이었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기쁨은 오래 가지 않았다. 파기환송심에서 A씨는 새로운 전략으로 나섰다. 그가 분식회계 발생 이전인 2009년 1월에 코어비트의 주식 72만2천주를 사들이면서 최대주주가 됐기 때문에 사외이사직을 상실했다는 주장이었다. 자본시장법은 투자자 보호를 위해 사외이사가 최대주주가 된 경우 사외이사직을 당연히 상실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파기환송심은 이 같은 주장에 따라 A씨가 분식회계 발생 전에 이미 사외이사직을 상실했으므로 분식회계로 인한 상장폐지에 책임이 없다고 판결했다. A씨는 불과 3개월 후에 사들였던 주식을 모두 매각해버렸지만, 이런 사정은 재판에서 제대로 다뤄지지않았다.

5년여를 끌어온 지루한 소송에 투자자들은 지쳐버렸다. 우여곡절 끝에 재상고를 했지만 소송에 참여한 투자자는 어느새 207명에서 65명으로 줄어들었다. 최근에는 A씨의 소송을 맡은 로펌이 대법관 출신 고문변호사를 소송대리인 명단에 포함시켰다는 얘기까지 들리면서 투자자들의 의욕을 꺾어 놓았다.

나 씨는 "투자자를 위해 만든 법이 결국은 투자자가 다시 일어설 기회를 빼앗아 가버린 꼴"이라며 "경영진과 사외이사 누구도 분식회계로 벌어진 이 사태를 책임지려 하지 않는 상황에서 서민들이 기대할 수 있는 건 법원의 판단밖에 없다"고 말했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1일 재상고심 사건을 접수해 두 달여 뒤인 1월 21일 박보영 대법관을 주심대법관으로 지정하고 본격적인 법리 검토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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