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환자실을 관리하는 '전담 의료진' 배치는 의무화됐지만, 병상당 인력 기준이 없어 환자와 의료진 모두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중환자의학회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중환자실 전담 의료진을 현 수준보다 훨씬 끌어올려 구축해야 한다고 24일 밝혔다.

    김동찬 대한중환자의학회 회장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등 의료 관련 국가적 재난이 닥칠 때마다 중환자 관리 시스템이 집중 조명되지만, 여전히 정책 마련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환자 관리에 대한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며 "의료기관에만 중환자 관리 수준을 끌어올리라고 요구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상급종합병원 지정 요건 중 하나로 '전담 의료진 상주'를 명시하는 등 중환자 관리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

    김 회장은 "전담 의료진만 있으면 된다는 식이기 때문에 병상당 의료진 배치 숫자는 당연히 낮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즉, 중환자실 병상 숫자가 30병상이든 50병상이든 1명이 관리해도 무방하므로 생존율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패혈증 치료의 경우 전담 의료진이 없으면 생존율이 40%에 불과하지만, 전담 의료진을 구축하면 20%까지 떨어진다는 대한중환자의학회 자체 조사 결과도 있다.

    또 중환자실 전담 간호사 1명당 4명, 3명, 2명의 환자를 돌보면 생존율이 각각 41.6%, 38.75%, 20%까지 낮아졌다.

    그런데도, 소수의 의료진이 다수의 중환자를 돌볼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양질의 의료 서비스 제공이 제한되고 있다.

    심지어 중환자실의 과도한 업무를 견디다 못해 아예 담당 의료진이 근무를 그만두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임채만 대한중환자의학회 차기 회장은 "중환자실 전담 의료진 배치 문제는 '인권 보장'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단순한 피부병에 걸려도 전문의를 찾을 정도로 국민의 의료 요구 수준은 높아졌지만, 정작 중환자실에서 전문의를 만나기 어렵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분석했다.

    임 회장은 "지난 3월 알파고로 인해 의료 분야에도 인공지능 활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중환자실만큼은 반드시 사람이 담당할 수밖에 없는 고귀한 영역"이라고 단언했다.

    서울과 지방의 중환자실 확보 비율 차이도 문제다. 학회에 따르면 전국에서 65%가 넘는 중환자실이 서울(37%)과 경기(28%) 지역에 집중돼 있었고, 경상(19%), 전라(6%), 충청(6%), 강원(4%) 순이었다.

    고윤석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지방에 사는 중환자가 서울과 경기 지역까지 오려면 엄청난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전국 각지에 분포한 의료기관의 중환자실 관리 및 치료 수준을 평균화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