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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월드타워 면세점 가보니…고객 대신 직원만 넘쳐
롯데월드타워 면세점 가보니…고객 대신 직원만 넘쳐
  • 유명환 기자
  • 승인 2016.06.1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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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고용승계 한다더니…“이행 의지 전혀 없어”

롯데면세점 노동조합 조합원들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졸속 밀실행정으로 관련 산업 노동자 고용 불안이 심각한 상태에 빠져있다”면서 “면세산업 질적 향상과 5년 불량 면세점법 개정을 통한 산업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롯데 측이 고용승계 약속을 하고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어 다른 곳에 이력서를 넣고 있다. 월드타워 면세점 사업자 탈락 이후 협력업체뿐만 아니라 용역·도급 직원들 역시 100%로 고용승계를 약속했지만 이를 이행할 의지가 전혀 없어 보인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협력직원 김 모 씨는 이 같이 토로했다.

3일 본지 기자가 면세점 사업권 만료를 서울 잠실에 위치한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을 찾았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은 지난해 6112억원의 매출을 올린 면세점으로 업계 최상위권에 속한다. 하지만 이날 오전 11시 기자가 본 면세점 내부 모습은 한적하기 짝이 없을 정도로 매장 곳곳이 활력을 잃어버린 곳으로 변했다.

고가 명품이 위치한 7층의 복도와 매장 내부는 구경하는 중국인 관광객조차 찾기 힘들었다. 이날 중국인 관광객은 “굳이 왜 여기에 왔는지 모르겠다”며 “여행사 일정에 의해 왔지만 구매할 만한 상품이 전혀 없어 쇼핑을 포기한 채 소파에서 쉬고 있다”고 말했다.

7층 매장에 입장하고 있는 고급 브랜드인 에르메스·샤넬·루이비통 등 이른바 ‘3대 명품’ 매장은 관광객 대신 매장 직원들만 자리를 지키고 있다. 반면 명품 매장 앞에 고객들이 쉴 수 있는 장소에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삼삼오오 모여 쇼핑을 하지 않은 채 앉아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이날 기자와 함께 동행 한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평소에 7층 매장을 찾는 고객들 대부분 쉬기 위해 찾는다”며 “평일과 주말에도 이런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3일 오전 11시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8층. 고객들이 가장 많은 시각에도 불구하고 면세점 내부는 한가한 분위기다.

관광객보다 매장 직원만 넘쳐

고객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화장품 매장이 밀집된 8층도 손님이 없어 빈 매장을 지키고 있는 직원들이 면세품을 쇼핑하는 외국 관광객보다 많은 듯 했다.

중국 관광객들이 주로 몰린 몇몇 인기 화장품 매장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다. 고객들이 많아 줄지어 계산하거나, 바삐 움직이는 직원들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면세점 사업권 만료가 얼마 남지 않은 면세점의 불안한 분위기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매장 직원들도 면세점 폐점과 관련해 유난히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특히 소형가전제품 매장 고객들의 발길이 끊겼다.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국산 화장품매장만 살펴볼 뿐 밥솥과 소형 가전제품 판매하는 매장엔 좀처럼 관광객들을 찾아볼 수 없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자국에서 판매하는 가격과 면세점에서 판매하는 가격이 큰 차이가 없어 관광객들이 찾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롯데측 설명과 달리 경쟁 면세점의 경우 매출이 3배나 증가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3·4월에 신규면세점인 한화갤러리아면세점63과 신라아이파크면세점의 쿠쿠밥솥 매출이 평소 대비 각각 333%, 40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로 수출되는 밥솥제품의 가격과 면세점에서 판매하는 가격이 약 10~20% 차이가 난다”면서 “롯데 측이 말하는 가격은 어떤 기준으로 잡혀 있는지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철수 전 재고 털기 위해 ‘안달’

지난해 12월 관세청은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에 대해 영업기한을 지난해 말에서 올해 6월 말까지로 연장해 줬다.

이 같은 결정은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이 지난해 제2롯데월드로 확장 이전하면서 리모델링, 인프라 구축 등에 총 3000억원을 무리하게 투자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1000억원대가 넘는 재고 물량도 문제다. 면세점은 물건을 직접 사서 파는 구매 방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재고에 대한 부담은 면세점 책임이다. 또한, 면세 상품은 관세법상 외국인 등 관광객을 제외한 일반인에게 판매할 수 없다. 특히 콧대 높은 명품 업체들은 브랜드 정책상 반품이나 할인 판매를 허용하지 않아 면세점이 문을 닫게 되면 고스란히 해당 업체에서 재고를 떠안아야 하는 구조다.

하지만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은 이달 26일 ‘감사 세일’도 열고 수입화장품, 시계·보석·액세서리, 선글라스 등에 대해 30~60% 할인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면세점 문을 닫기 직전인 6월 말까지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이 50% 이상의 폭탄 세일 행사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재고 털기 바쁜 롯데…고용승계 뒷전

현재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에는 본사직원 150여 명과 용역·도급 150여 명, 각 입점 브랜드에 소속된 1000여 명의 판매사원 등 130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본사 직원은 분산배치, 교육 등을 통해 고용이 보장되지만, 용역·도급·판매사원 등은 자신들의 고용승계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주장하고 있다.

A 협력업체 직원은 “롯데 측이 100% 고용승계를 할 것처럼 이야기해 놓고 이렇다 하는 조치 상항을 내놓지 않고 있어 일부 매장 직원들이 이직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11월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 사장단은 잠실 롯데월드타워 회의실에서 면세점 재승인 실패와 관련된 긴급 대책회의를 가졌다.

당시 대책회의에서 이홍균 롯데면세점 대표를 포함해 노병용 롯데물산 대표, 송용덕 호텔롯데 대표, 이원준 롯데백화점 대표 등이 면세점 재승인 실패에 따른 후속대책을 논의했다.

회의에서 계열사 대표들은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에 근무 중인 1300여 명의 직원들을 전부 고용 승계하기로 했다. 면세점에서 근무하고 있는 직원들은 기존 롯데 면세점에 분산 수용하고 추가로 월드몰 그룹 운영사(백화점, 마트, 하이마트, 쇼핑몰 등)에 전원 고용을 유지해 나가기로 했다.

무엇보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운영 중단으로 인해 협력업체에서 납품 및 발주 받은 상품 등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로 했다.

하지만 용역·도급직원 및 판매사원은 롯데 측의 고용승계 방침에 대해 못 믿겠다는 반응이다. 한 용역업체 직원은 “갈 곳이 없다. 롯데측이 각종 언론을 통해 100% 고용승계 할 것처럼 이야기해 놓고는 현재까지 아무런 이야기가 없다”며 “이러다 우리 모두 길바닥에 나앉게 될지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각 업체에서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고용승계와 관련해 별도로 지시사항을 받은 바 없다”며 멋쩍은 웃음으로 답했다.

 

“면세점 사업자 획득 하지 않았으며”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 4월 관세청은 관광서비스 산업 활성화와 신규 투자·고용 촉진을 위해 서울 지역에 4개 시내 면세점을 추가 설치할 뜻을 밝혔다.

문제는 지난해 탈락한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SK네트웍스 SK워커힐면세점이 선정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5월과 6월 각각 특허 만료를 앞둔 SK와 롯데는 약 6개월간 문을 닫고 다시 특허를 받는 절차를 밟을 전망이다.

롯데와 SK에 특혜가 아니냐는 지적에 이명구 관세청 통관지원국장은 “그동안 다양한 우려와 의견을 들었다”며 “추가 특허는 기존 면세 사업자를 포함해 모든 기업에 동일하게 신청 기회 제공하는 만큼 특정 업체에 혜택을 주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소식을 접한 일부 매장 직원과 협력업체 직원들은 “차라리 다른 업체가 사업자로 선정됐으면 한다”면서 “매번 말뿐인 롯데보단 다른 곳이 신규 사업자로 선정될 경우 그곳으로 가겠다”고 말했다.

/유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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