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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목숨 유지키로…다음 정부로 '폭탄' 돌리나?
대우조선 목숨 유지키로…다음 정부로 '폭탄' 돌리나?
  • 신관식 기자
  • 승인 2016.10.31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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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하는 대우조선, 심기 불편한 현대·삼성重 불만 토로
▲ 31일 정부가 발표한 조선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에서 대우조선해양의 '목숨'을 유지키로 가닥을 잡으면서 사실상 현정부에서의 조선업계 '빅3 → 빅2' 개편은 이뤄지지 않게 됐다.

국내 조선산업의 심각한 위기 상황 타개책을 고민하고 있는 정부가 31일 대우조선해양의 생존을 포함한 '빅3 체제'를 유지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안도하는 대우조선과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의 표정이 사뭇 다르다. 

정부가 발표한 조선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에서 업계의 최대 관심사였던 대우조선해양의 '운명'이 사실상 현행유지로 결론나면서 '빅3'체제에서 '빅2' 개편은 현 정부에서는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는 31일 서울청사에서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의 조선·해운산업 경쟁력 강화방안, 조선밀집지역 경제활성화 방안을 확정했다.

정부는 조선산업 경쟁력 강화방안과 관련해 조선사별로 경쟁력 있는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도록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을 촉진키로 했다. 관심을 모았던 대우조선해양은 상선 등 경쟁력 있는 부문을 중심으로 효율화하고 중장기적으로는 매각을 통해 책임경영을 유도하기로 했다.

► 정부의 조선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은?

대우조선은 이미 진행 중인 자구계획과 일치하는 방향으로 결론이 나자 안도하는 분위기였지만,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조선업 위기의 근본 원인인 공급 과잉 해결 방안이 전혀 담기지 않은 원론적인 대책에 그쳤다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2달이나 연기된 끝에 이날 정부가 발표한 내용이 여태까지 조선 3사가 추진해오던 자구안을 요약 정리한 수준에 그치면서 새로운 내용이 전혀 없는 '맹탕 정책'에 그쳤다는 비판도 업계에서 나왔다.

정부는 이날 발표에서 "채권단 관리하에 있는 대우조선은 상선 등 경쟁력 있는 부문을 중심으로 효율화하고, 중장기적으로 '주인 찾기'를 통해 전문성 있고 능력 있는 대주주 등의 책임경영을 유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선 3사가 회사별로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을 통해 경쟁력 있는 분야에 핵심 역량을 집중하고, 유망 신산업을 발굴토록 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 31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 정만기 산업부 차관, 윤학배 해양수산부 차관, 정은보 금융위 부위원장이 조선·해운산업 경쟁력 강화방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6월부터 대우조선해양·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 등 '빅3'를 포함한 조선산업 전체 구조조정의 밑그림을 그리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그러나 정부가 4개월간의 논의 끝에 발표한 '조선업 경쟁력 강화 방안'은 지난 6월 8일 내놓은 '조선산업 구조조정 추진 체계 개편 방안'을 미세 조정한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결국 '빅3' 중 대우조선의 독자생존이 어렵다는 내용을 담았던 맥킨지의 컨설팅 보고서는 '참고자료'로 활용되는 데 그친 것이다. 정부의 제안으로 시작된 맥킨지 컨설팅에는 빅3가 각각 수억원의 비용을 부담했으나 결과적으로 '비용과 시간 낭비'만 한 셈이 됐다.

정부는 조선 빅3 체제를 유지하면서 장기적으로 각 사의 강점에 맞춰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겠다는 원론적 방안을 재차 밝혔다.

► 업계, 정부 발표에 대놓고 불만 토로

이날 발표에 대해 대우조선은 일단 안도하면서, 다음주 확정될 예정인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 등의 자본확충 방안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반면 반면 다른 두 회사는 드러내놓고 크게 반발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대우조선을 일단 정상화한 뒤 주인을 찾아줘서 팔겠다는 정부 발표는 다시말해 지금 위기를 어떻게든 버텨 넘겨보겠다는 것으로 구조조정은 결국 다음 정부의 몫으로 돌아간 것"이라며 "대우조선이 원하는 방향대로 됐다"고 말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맥킨지 컨설팅은 왜 한 건지 모르겠다"며 "메스 댈 곳에 약처방만 하고 치료를 제대로 못하면 장기적으로 더 마이너스의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우조선을 살려야 한다는 명분 중 하나가 고용문제였는데 결국 대우조선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나머지 회사들에서 대우조선 숫자만큼 인력을 줄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1년 반 전에 서별관회의에서 대우조선에 4조2천억원을 쏟아부은 것도 회의적인 결론이 났는데, 이번 처방도 얼마 지나지 않아 그렇게 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며 "대우조선 때문에 3사가 다 어려워지는 결과가 생길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체적인 정부 발표 내용에 대해서는 '새롭거나 특별한 내용이 없다'는 게 공통된 반응이었다. 

▲ 정부의 조선산업 구조개편 및 경쟁력 강화 방안 발표 <자료-기획재정부>

2018년까지 조선 3사의 도크 수를 23% 축소(31개→24개)하고, 직영인력 규모를 32% 축소(6만2천명→4만2천명)한다는 계획은 기존에 3사 자구안에 이미 포함된 내용이라는 것이다.

이중 대우조선의 직영인력을 2018년까지 5500여명(41%) 감축하겠다는 계획은 연내 희망퇴직과 분사를 통해 3천명이 줄어드는 것과 향후 3년간 정년퇴직 인원 1500명, 특수선 사업부 분할 시 약 1천명의 인원을 합한 숫자로 추정된다.

조선사별로 비핵심사업과 비생산 자산의 매각 또는 분사, 자회사 매각, 유상증자 등을 추진한다는 내용도 이미 자구안에 포함된 것들을 다시 한 번 정리한 데 그쳤다는 지적이다.

또 조선 3사 부실의 최대 원인으로 지목받아 온 해양플랜트와 관련해서도 "사업 규모를 축소하고 수익성 평가를 대폭 강화해 과잉·저가 수주를 방지한다"는 원론적인 대책에 그쳤다. 대우조선의 해양플랜트 사업에 대해서는 '철수'가 아니라 '점진적 축소'로 결론 내렸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현 정부에서 구조조정은 끝났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고 말했다.

정부가 현 수주절벽에 대응하기 위해 2020년까지 11조원 규모, 250척 이상의 선박 발주를 추진한다고 발표한 것을 두고는 '땜질식 처방'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대해 업체 관계자는 "우리나라 조선산업이 강했던 이유는 매출의 90% 이상이 해외에서 발생하는 '수출 기업'이었기 때문"이라며 "결국 대우조선 살리기를 위해 없는 선박까지 다 끌어와서 단기적으로 발주하면 이마저도 조선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 계획이 발표되자 조선업계에서 '맹탕 대책'이라는 비판이 들끓는 가운데 정치권도 즉각 반응했다.

국민의당 채이배·박지원 의원, 정의당 노회찬 의원 등 '조선산업 발전 국회의원 모임'은 "단순히 설비와 인력을 줄이는 정도로 박근혜 정부의 임기를 버틴 후 근본적인 대책 마련은 차기 정권으로 떠넘겨 그야말로 '폭탄 돌리기'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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