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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 법정관리도 최순실 입김 불었을까?
한진해운 법정관리도 최순실 입김 불었을까?
  • 신관식 기자
  • 승인 2016.11.07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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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법한 원칙과 절차로 한진해운 처리 결정했다" 임종룡 인사청문회 기대
 

정계·재계·문화계·교육계·체육계 등을 망라하고 비선실세 판을 치고 다녔던 최순실 일가의 만행에 박근혜 대통령의 변명이나 사과가 더이상 국민들에게 먹히지 않고 있다. 주말에 20만명이 넘는 민중들이 광화문 광장으로 모여들었고 정치권에서도 대통령의 퇴진을 외치는 목소리가 높기만 하다.

박 대통령이 집권하자 최순실은 그야말로 물만난 고기처럼 호가호위하며 대한민국을 자기 손에 쥐고 흔들었다. 특히 내로라하는 재벌들에게 미르·K스포츠라는 재단을 만들어 공개적으로 돈을 요구하는 행태를 저질렀고 각종 이권에 개입하며 심지어는 대기업 경영권도 좌지우지했다.

한때 비선실세 최순실과 가까운 사이로 소문이 돌았던 이미경 CJ 부회장은 오히려 청와대로부터 경영권을 내놓고 물러나라는 압박을 받은 녹취록이 최근 공개되기도 했다. 또 손경식 CJ그룹 회장의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사퇴 등 CJ그룹이 현 정부에게 미운 털이 박혔다는 소문이지만 최순실의 국정농단으로 인한 피해를 본 국내 굴지의 기업들이 허다하다.

서민임대주택 사업으로 재계 서열 19위에 오른 부영 이중근 회장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으로부터 K스포츠재단에 대한 추가 기부를 요청받고 회사가 받고 있는 세무조사 무마를 부탁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런가하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지난 5월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사퇴에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압력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과정에 최 씨가 영향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져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조 회장이 미르재단의 출연금 요구를 거부하고 한진그룹 차원에서 낸 액수도 비교적 적어 청와대 비선실세로부터 눈 밖에 나 결국 한진해운 구조조정이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됐다는 것이다.

► 한진해운 법정관리...돌이켜보니 '미심쩍은'

지난 5월 구조조정 초기만 해도 한진해운의 회생 가능성은 현대상선보다 높게 점쳐졌던 게 사실이다.

현대상선·한진해운 두 회사 모두 유동성 문제가 심각했으나 선대 규모나 해운업계에서의 입지 등 면에서 한진해운이 우위를 보였었다. 당시 물동량 기준으로 한진해운은 세계 7위, 현대상선은 17위였다. 또 한진해운은 자율협약 개시 조건 중 하나인 해운동맹 가입을 먼저 완료한 상태였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이 펴낸 보고서에는 현대상선과 한진해운 중 하나를 살린다면 한진해운을 살리는 것이 유리하다는 내용도 담겨 있었다. 이 보고서는 양대 국적선사 중 한 곳이 살아남는다고 가정할 경우 한진해운이 생존하면 시장점유율이 1.9% 줄지만, 현대상선은 4.1%이나 감소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후 상황은 급변했고 한진해운에 불리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 지난 5월 조양호(67·한진그룹 회장)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및 장애인동계올림픽대회 조직위원회 위원장이 사퇴했다. 당시 공식적인 사퇴 이유는 한진해운 경영 위기 등 그룹 내부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현대상선은 현대증권을 고가에 매각하면서 재기 가능성을 보였다.

반면 한진해운은 운영자금 조달을 위한 자구안을 마련하고 정부에 3천억원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했으나 거부당했고 결국 8월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현대증권은 일본계 사모펀드에 6500억원에 매각하려던 것이 불발됐다가 갑자기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1조2500억원에 KB금융지주가 사들였다. 이어 6월 용선료 협상을 마무리한 데 이어 해운동맹 가입 사전단계인 공동운항 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자율협약 조건을 모두 이행했다.

정부가 3천억원 지원을 거부하자 한진해운은 걷잡을 수 없이 법정관리 수순에 돌입했다. 갑작스런 법정관리를 맞은 한진해운의 선박들은 바다위에서 미아 신세가 되고 '물류대란'이 벌어지자 정부는 뒤늦게 6조5천억원을 지원해 국내 해운업을 살리겠다고 대책을 내놓았다.

당초 이런 과정이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금융당국의 원칙론에 따른 어쩔 수 없는 결과라고 업계는 받아들였다. 그러나 최근 비선실세 논란이 불거지면서, 돌이켜 보면 이 과정마저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한진해운 노조는 현대증권이 고가에 매각된 것이 비정상적인 거래라고 보고 있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현대증권에서 사외이사로 일했다는 점까지 언급하며 모종의 영향력 행사가 있었을 거라고 주장한다. 또 현대상선이 해운동맹 본 가입에 성공하지 않았는데도 채권단이 자율협약조건 이행으로 간주한 것도 의도적으로 '현대상선 살리기'에 나섰다는 주장이다.

현재 안 전 수석은 '최순실 국정 농단 파문'과 관련해 6일 구속됐다. 최 씨와 공모해 대기업들로부터 거액의 기부를 강요한 혐의다. 

► 맥락, 올림픽위원장 사퇴와 닿아 있나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조양호 회장이 최 씨에게 밉보여 법정관리로 넘어갔다는 의혹에 대해 "큰일날 소리"라며 손을 저었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는 미리 정해둔 구조조정 원칙에 따라 결정된 것이라고 일축했다.

금융위원회는 용선료 조정, 사채권자 채무조정, 선박금융 유예, 채권은행 채무조정, 소유주 있는 회사의 자금부족은 자체 마련 등 지난해 말 이후 천명한 해운사 구조조정 원칙에 따라 한진해운을 처리했다고 밝혔다.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을 맡은 조 회장이 갑작스럽게 위원장 직을 사퇴한 것이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부터 자리에서 물러나라는 압력을 받았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한진해운의 '미운털' 의혹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조 회장이 미르재단에만 (다른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10억 원을 기부하고 K스포츠재단에는 기부를 거부해 평창 올림픽 조직위원장에서 해임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고 했다.

조 회장은 2014년 7월부터 평창올림픽 조직위원장을 맡아 국내외에서 활발히 활동했으나 1년 10개월만인 지난 5월 3일 갑작스럽게 사퇴를 발표했다.

당시 공식적인 사퇴 이유는 한진해운 경영 위기 등 그룹 내부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지면서 조 회장이 정부 압력으로 본인 의지와 무관하게 위원장직을 내려놓았다는 얘기가 조직위 안팎에서 나돌았다. 

최 씨가 실소유주인 더블루케이와 업무 제휴를 맺은 스위스 건설회사 '누슬리'에 평창 올림픽 사업을 맡기는 것에 조 회장이 이를 반대해 김 전 장관으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았다는 보도도 나왔다.

조 회장은 "기사에 나온 것이 90% 맞다"며 언론 보도를 사실상 인정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맥락에서 위원장 직을 내려놓은 것과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행이 무관치 않다는 시각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2일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으로 내정돼 금융위원회는 인사청문회를 준비하고 있다. 한진해운 법정관리 과정에 대한 집중포를 대비하기 위해 지난해 12월에 세운 구조조정 원칙에 따라 이뤄졌다는 것을 증명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 문제가 인사청문회에서 분명히 언급될 것으로 예상돼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라고만 입장을 밝혔다. 

적법한 원칙과 절차에 따라 한진해운 처리 방향을 결정했다는 금융당국의 주장대로 최 씨 손아귀에서 놀아나지 않은 부분이 조금이라도 있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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