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16:02 (금)
[율촌 판례평석] LP의 ELW 처분손익 귀속시기는 장외옵션에도 불구하고 ELW를 시장에 매도한 때
[율촌 판례평석] LP의 ELW 처분손익 귀속시기는 장외옵션에도 불구하고 ELW를 시장에 매도한 때
  • 율촌 전영준 변호사
  • 승인 2017.04.14 08: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대법원 2017. 3. 22. 선고 2016두51511 판결 -

반대 포지션의 장외옵션 체결됐더라도 ‘ELW 처분손익’ 가공의 손익에 해당 안돼

조세회피 목적 없는 이상 파생상품 반대거래에 대해서도 법적 형식 존중해야

 

1. 사실관계

가. 과세의 배경 및 기초 사실

주식워런트증권(ELW;Equity linked warrant)은 옵션처럼 특정 주식 종목이나 코스피 200 지수 등의 주가지수를 만기에 정해진 가격으로 사거나 팔 수 있는 권리가 있는 파생결합증권으로 한국거래소에 상장돼 주식처럼 거래될 수 있다. ELW 시장에서 유동성공급자(LP;Liquidity provider)는 발행사(국내 증권사)로부터 ELW를 인수해 보유하고 있다가 증권시장 내 ELW 투자자의 매수, 매도 주문에 대응해 매도, 매수함으로써 유동성을 공급하고 시장을 조성하는 역할을 한다. 다만 발행사가 LP요건을 갖추는 경우 LP를 별도로 두지 않고 스스로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할 수도 있다.

과세당국은 2013년경 외국계 증권사들에 대한 기획 세무조사를 실시했다. 이에 따라 원고를 비롯한 외국계 증권회사 국내지점이 ELW 시장에서 LP로 활동한 것에 대해 실질적으로는 발행사의 지위와 동일하다고 보아 법인세를 과세했다. 즉, 이 사건에서 문제되는 거래구조는 발행사가 별도의 LP를 두는 경우이다.

나. 거래구조

먼저, 원고를 포함한 LP는 발행사로부터 ELW를 인수해 보유하다가 일반 투자자의 매매 주문에 대응해 ELW를 매도, 매수했다. 다만 한국거래소는 ELW가 지나치게 낮은 가격으로 발행될 경우 투기가 성행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종목형 850원(2013년부터 200원으로 인하), 지수형 500원으로 최저 발행가를 규제했다. 최저 발행가 이하로 상장예비심사청구를 제출할 경우에는 상장을 불허했다. 이에 따라 종목형의 경우 실제 시장에서는 2~300원에 거래되더라도, 최초 발행가액은 대체로 하한가액인 850원으로 결정됐고, LP는 그 가격에 인수했다.

한편 LP와 해당 발행사는 ELW 증권과 거의 동일한 조건의 장외(OTC; Over-the-counter) 옵션계약을 반대 포지션으로 체결함으로써 서로의 가격변동 위험을 헤지(hedge)했다.

예컨대 만기가 다음 해에 도래하는 ELW의 발행가액이 850원이고, 그 후 시가가 200원선에서 유지되다가 만기가 도래했다고 가정하자. ELW를 발행사로부터 850원에 인수해 시장에서 곧바로 200원에 매도하는 경우 ELW 거래에서는 650원의 손실이 발생하지만 장외옵션 거래로 인해 이익이 650원 발생함으로써 손익이 상쇄된다.

다만, ELW는 인수해서 시장에 내다 파는 시점에 거래손실이 발생하지만 장외옵션은 그 만기 시에 이익이 실현돼 이익의 실현시점이 서로 일치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만기가 다음 해에 도래하는 경우 LP의 손익구조는 첫 해에는 ELW에서 거래손실이 다음 해에는 장외옵션에서 이익이 발생하는 구조가 됐다.

 

다. 원고의 회계 및 세무처리

기업회계기준상 단기매매유가증권과 파생상품은 시가평가를 해야 하고, 그 평가손익은 회계상 당기손익으로 반영된다. 이에 따라 원고는 앞의 사례에서 첫 해에 ELW에 관해 650원의 회계상 처분손실을 인식하고 장외옵션에 관해서는 650원의 평가이익을 인식했다. 그리고 다음 해에는 시가 변동이 없었으므로 추가로 인식한 회계상 손익은 없다.

한편 법인세법상으로는 장외옵션의 경우 그 평가손익이 인정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첫 해에는 ELW에 관해서만 세무상 650원의 손실을 인식했고 다음 해에 장외옵션이 만기 청산될 때 650원의 정산이익을 인식했다.

 

라. 국세청의 과세논리

ELW 거래에 대해 국세청이 과세하게 된 것은 기본적으로 LP가 ELW의 처분손실을 조기에 인식하고 이후 사업연도에 장외옵션의 정산이익을 인식함으로써 세금을 늦게 냈다고 본 데에 있다. 구체적으로는 두 가지 과세논리를 들었다. 하나가 실질과세원칙이고 다른 하나가 손익귀속시기이다.(다만 필자의 견해로는 손익귀속시기에 대한 과세논리 역시 실질과세원칙에 기대는 것으로 생각된다.) 먼저 LP의 경제적 실질이 발행사와 동일하므로 세무상으로도 LP가 ELW를 발행한 것과 동일하게 취급, 실질과세원칙에 따라 거래를 재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ELW가 발행된 해에 만기가 도래하지 않는 경우 수익은 만기 시점이 돼서야 확정되므로 1차연도의 ELW 처분손실은 일종의 ‘가공의 손익’에 해당한다는 것이었다.

 

2. 대상판결의 요지

대법원은 법인세법이 권리의무확정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것은 과세소득을 획일적으로 파악해 법적 안정성을 도모하고 과세의 공평을 기하며 납세자의 자의를 배제하기 위함임을 다시 한 번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원고가 ELW를 투자자들에게 매도할 때 ELW의 인수가격에서 매도가격을 뺀 금액만큼의 손실이 실현, 확정되므로 매도 시점이 속한 사업연도의 손금에 산입한 것은 권리의무확정주의에 따른 것으로 정당하다고 보았다.

또한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사정을 들어 원고가 대규모의 손실을 조기에 인식해 조세의 부담을 회피할 목적으로 실질과 괴리되는 비합리적인 형식이나 외관을 취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실질과세원칙에 근거한 과세처분이 위법하다고 보았던 원심 판단을 지지했다.

① 원고는 외국계 증권사로서 직접 ELW를 발행할 수 없어 LP로서 영업한 점

② 해당 거래를 통해 기초자산 가격 등락에 따른 이익은 LP인 원고에게 귀속되지만 발행사는 ELW 발행에 따른 확정 수수료를 받게 되므로 비합리적인 거래로 보기 어려운 점

③ 발행가액 규제로 인해 시장참여자들이 발행가액을 임의로 결정할 수 없었던 점

④ 원고가 ELW를 인수, 매도한 사업연도에는 처분손실만 반영되고 장외옵션에 대한 평가손익은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세법 규정에 따른 것으로서 위법, 부당하다고 볼 수 없는 점

 

3. 평석

앞서 간단히 언급했듯 이 사건의 주된 쟁점은 결국 실질과세원칙이다. 손익귀속시기가 잘못됐다는 주장도 결국은 실질과세원칙에 따른 거래 재구성의 결과로 별개의 계약에 의해 체결되는 ELW 거래와 장외옵션 거래를 전체적으로 하나의 거래로 보았을 때에만 ‘가공의 손익’이라는 주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 사건을 통해 실질과세원칙 및 그 한계 설정에 대한 대법원의 입장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는 판결의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대상판결로 인해 납세자가 조세회피를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납세를 이연한 결과가 되는 경우 실질과세원칙을 적용할 수 없음이 보다 분명해졌다고 보인다. 다만 대법원은 종전의 법리를 그대로 이 사건 사실관계에 적용해 판단했을 뿐 파생상품등을 통한 반대 거래가 있는 사안에서의 실질과세원칙의 적용 한계에 대해 기존 판결에서 더 나아간 일반적 법리를 밝히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법인세법 규정만 놓고 보면, 상품 등 외의 자산 양도로 인한 손익귀속시기는 ‘그 대금을 청산한 날’이므로 ELW의 처분손실은 해당 증권을 투자자에게 매도한 때에 귀속되는 것이 너무나 명백하다. 문제는 ELW와 정반대의 포지션을 가지면서 그 만기를 달리하는 장외옵션의 존재이다. 이 경우에도 일반적으로 각 계약에 따른 손익을 별개로 보아야 할 것인가? 대상판결의 결론을 일반화하자면, 특별히 조세회피목적이 있지 않은 이상 답은 ‘그렇다’가 된다.

세무상 이러한 취급은 타당한 것인가? 입법론을 제쳐두면 현재 법령하에서는 타당하다. 다른 방식으로 거래를 재구성 했을 때 세부담이 늘어난다고 해서 거래당사자들이 조세와는 아무런 관련 없이 순전히 사업 목적상 형성한 법률관계를 부인하는 것은 납세자의 예측가능성이나 법적 안정성을 훼손하는 것으로 위법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실질과세원칙의 적용 한계이다. 그러나 입법론 측면에서는 파생상품이 주로 헤지거래에 이용됨을 감안할 때 세무상으로도 회계와 마찬가지로 파생상품의 시가평가를 인정해 손익이 왜곡되는 것을 막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라고 생각된다.

 

결국 근본적으로 이 사건 ELW 거래에서 세무상 손익이 왜곡되게 된 것은 납세자의 잘못이 아니라 한국거래소의 최저발행가액 규제와 파생상품에 대한 시가평가를 인정하지 않는 현행 법 규정으로 인한 것이다. 즉 과세관청은 현행 법령의 내용에 근거하지 아니한 채 입법돼야만 입론이 가능한 과세논리를 실질과세원칙이라는 미명 하에 과세했으나 사법부는 이를 부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외국계 증권사들로서는 국내 금융규제와 세법 내용에 따른 납세의무를 이행했음에도 거액의 세금을 부과받으니 이들이 크게 반발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심지어 이 사건의 경우 전체적으로 과세표준 증감은 ‘0’이고, 본세 기준으로는 세율 인하에 따른 약간의 추징세액이 발생할 뿐임에도 가산세로 인해 전체 과세규모는 환급을 고려하고도 수백억 원에 달했고 다른 외국계 증권사들도 비슷했다. 그 결과 외국계 증권사 LP들은 대부분 국내 시장에서 철수했다. 이는 명백히 금융당국의 규제에 더해 과세당국의 예측가능성에 반하는 무리한 과세로 인한 결과다. 본건은 과세관청의 무리한 과세가 부정적으로 시장에까지 미친 전형적 사례인데 종국적으로는 오히려 세수감소의 결과가 초래됐을 수도 있다.

실질과세원칙의 한계에 대해 현재까지도 깊은 울림을 주는 이회창 전 대법관의 경구로 대신하며 글을 마친다.

“진실의 열매가 저 너머에 보이더라도 개인의 기본권 보장이라는 담장을 짓밟고 넘어가야만 따올 수 있는 것이라면 차리리 그 열매를 포기하려는 것이 적법절차주의의 기본정신이고, 이것은 조세법률주의의 기본정신과도 상통하는 것이다. 조세공평의 추구를 조세법률주의의 권리보장적 기능을 다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허용하려는 것은 조세공평의 원칙을 경시해서가 아니라 그 남용을 예방하기 위해서인 것이다.”

 

전영준 변호사

 

 

 

 

 

 


•1998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2001 사법연수원 제30기 수료
•2004 서울남부지방법원 판사
•2006 서울중앙지방법원 판사
•2010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원 법학석사 (행정법)
•2011~2012 미국 플로리다대학교 법학대학원 국제조세분야 법학석사
•2008~2017 한국세법학회, 특별소송실무연구회 회원
•2008~2017 중소기업중앙회 가업승계지원센터, 매경 가업승계 센터 강사 등
•2007~2017 법무법인(유) 율촌

주요 논문·저서
•2008 차명주식에 관한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의 운용현황 및 개선방안에 대한 소고, 조세연구
•2010 행정행위에 부가된 ‘부담계약’의 법적 문제에 관한 연구, 서울대학교
•2011 소득세법상 ‘집합투자기구로부터의 이익’에 대한 과세의 법적 문제에 관한 소고, 특별법연구(제9권), 특별소송실무연구회
•2013 조세환급금 청구와 당사자 소송, 변호사, 서울지방변호사회, 44집
•2014 부담금 환급거부처분의 처분성 및 구체적 환급절차(조세와의 비교), 변호사, 서울지방변호사회, 46집
•2014 조사대상 선정사유 없이 이루어진 세무조사에 근거한 과세처분의 위법성, 변호사, 서울지방변호사회, 47집
•2015 소득세법 및 조세조약에 따른 거주자 판정기준, 판례연구, 서울지방변호사회, 29집
•2015 비영리법인의 주요 조세문제, ‘비영리법인(복지법인 포함)’ 특별연수, 대한변호사협회

 

 


율촌 전영준 변호사
율촌 전영준 변호사 kukse219@naver.com 다른기사 보기
  • 서울특별시 마포구 잔다리로3안길 46(서교동), 국세신문사
  • 대표전화 : 02-323-4145~9
  • 팩스 : 02-323-745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예름
  • 법인명 : (주)국세신문사
  • 제호 : 日刊 NTN(일간NTN)
  • 등록번호 : 서울 아 01606
  • 등록일 : 2011-05-03
  • 발행일 : 2006-01-20
  • 발행인 : 이한구
  • 편집인 : 이한구
  • 日刊 NTN(일간NTN)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日刊 NTN(일간NTN) .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tn@intn.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