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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촌 판례평석] 국세기본법 제14조 제3항의 실질과세원칙으로
당사자가 선택한 거래 관계를 함부로 부인할 수 없어
[율촌 판례평석] 국세기본법 제14조 제3항의 실질과세원칙으로
당사자가 선택한 거래 관계를 함부로 부인할 수 없어
  • 이종혁 변호사
  • 승인 2018.03.16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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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원 2017.12.22. 선고 2017 두57516 판결 -

피고는 이 사건 모회사 및 계열회사를 모두 도관회사에 불과하다고 간주
피고는 원고가 한 일련의 거래들을 결국 채무의 출자전환을 위한 것으로 판단
납세의무자는 경제활동을 할 때에 동일한 경제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여러 가지의 법률관계 중의 하나를 선택할 수 있어

1. 사건 개요

가. 이 사건 처분의 경위

원고는 네덜란드 소재 다국적 항공운송기업 A사의 국내 계열 법인으로서, 1998년 지주회사인 네덜란드 법인 B사(이하 ‘이 사건 모회사’)의 완전 자회사로 편입되었다. 원고는 2010.10.6. 및 2011.2.25. 두 차례에 걸쳐 유상증자를 실시했고(이하 ‘이 사건 유상증자’), 각 유상증자로 인해 발행된 신주는 모회사가 전부 인수했다.

원고는 2010.10.4. 두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아, 대출금을 그룹 계열사인 네덜란드 법인 D사에 지급해 원고의 장기차입금 채무를 상환하고, 위와 같이 2010.10.6.자 유상증자로 조달한 자금으로 대출금 채무를 상환했다. 또한, 2011.2.16. 추가로 은행들로부터 대출을 받아 2011.2.22. 그 대출금을 D사에 지급해 원고의 운송용역비 등 채무를 상환하였고, 이후 2011.2.25.자 유상증자로 조달한 자금 등으로 위 금융기관 대출금 채무를 상환했다. 즉, 원고는 기존에 D사에게 부담하던 채무를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아 상환하되, 이 대출금은 이 사건 유상증자를 통해 이 사건 모회사로부터 받은 신주인수대금으로써 상환한 것이다.

과세관청(피고)은 2012.12.26.부터 2013.4.22.까지 원고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 사건 모회사 및 D사는 A그룹사 내 재무부서, 기획부서에 불과한 명목상 법인으로 A그룹사의 최종 모회사인 네덜란드 법인 E사(이하 ‘이 사건 최종 모회사’)의 도관회사에 불과하다고 보았다.

이에 따라 피고는 원고의 ‘금융기관 대출, D사에 대한 채무 상환, 유상증자, 금융기관 대출금 상환’이라는 일련의 거래(이하 ‘이 사건 거래’)를 ‘채무의 출자전환’(이 사건 최종 모회사 E사가 원고에 대한 채권을 출자해 신주를 인수한 거래)으로 보아, 주식발행액면초과액 중 주식의 시가(0원, 당시 원고는 결손법인임)를 초과하는 금액 전부를 2010 사업연도 및 2011 사업연도 익금에 각 산입하고, 그에 따라 산출된 2010 사업연도 법인세 115억 2900만원 및 2011 사업연도 법인세 42억 4500만원을 2013.10.1. 원고에게 경정·고지했다(이하 ‘이 사건 처분’).

 

나. 원심 판결

원심은 이 사건 모회사와 D사는 독자적인 실체를 가지고 고유한 목적사업을 수행하는 그룹내 중간지주회사 내지는 금융회사로서, 세법상 그 실체나 형식을 부인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리고 원고는 항공운송사업을 영위하면서 발생한 D사 등에 대한 사업상 채무를 부담하고 있는 상태에서 이 사건 거래를 통해 유상증자로 조달한 자금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한 것이기 때문에 이는 뚜렷한 동기 내지는 목적이 있는 행위라고 평가할 수 있고, 이 사건 모회사는 위 사업상 채무의 채권자가 아니어서 채권의 출자전환이 불가능하며, 이 사건 거래로 인하여 어떠한 손해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았다.

또한 원고가 장기간에 걸쳐 법인세 회피 목적으로 채무를 계상해 왔다는 피고 주장 사실은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고, 이 사건 거래를 ‘이 사건 최종 모회사의 원고에 대한 채권 출자전환행위’와 그 경제적 실질이 같고 조세부담을 회피하기 위한 목적에서 비롯되었다고 본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2. 대상판결 (대법원 2017.12.22. 선고 2017두57516판결)

대법원은 국세기본법에서 제14조 제3항을 둔 취지는 과세대상이 되는 행위 또는 거래를 우회하거나 변형하여 여러 단계의 거래를 거침으로써 부당하게 조세를 감소시키는 조세회피행위에 대처하기 위해 그와 같은 여러 단계의 거래 형식을 부인하고 실질에 따라 과세대상인 하나의 행위 또는 거래로 보아 과세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서, 실질과세의 원칙의 적용 태양 중 하나를 규정해 조세공평을 도모하고자 한 것이라고 전제하였다. 그렇지만 한편 납세의무자는 경제활동을 할 때에 동일한 경제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여러 가지의 법률관계 중의 하나를 선택할 수 있고 과세관청으로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사자들이 선택한 법률관계를 존중해야 하며(대법원 2001.8.21. 선고2000두963 판결 등 참조), 또한 여러 단계의 거래를 거친 후의 결과에는 손실 등의 위험 부담에 대한 보상뿐 아니라 외부적인 요인이나 행위 등이 개입되어 있을 수 있으므로, 그 여러 단계의 거래를 거친 후의 결과만을 가지고 그 실질이 하나의 행위 또는 거래라고 쉽게 단정하여 과세대상으로 삼아서는 아니 된다고 판단하면서, 피고의 상고를 기각했다.

 

3. 평석

가. 국세기본법 제14조 제3항의 요건

국세기본법 제14조 제3항은 ‘제3자를 통한 간접적인 방법이나 둘 이상의 행위 또는 거래를 거치는 방법으로 이 법 또는 세법의 혜택을 부당하게 받기 위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경제적 실질 내용에 따라 당사자가 직접 거래를 한 것으로 보거나 연속된 하나의 행위 또는 거래를 한 것으로 보아 이 법 또는 세법을 적용한다’고 정하고 있다. 위 문언 해석만으로는 어떤 거래를 ‘이 법 또는 세법의 혜택을 부당하게 받기 위한 것’으로 보아 경제적 실질을 달리 볼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알 수 없기 때문에, 그 요건에 대한 확인이 요구된다.

먼저, 위 조항에서 규정하는 ‘제3자를 통한 간접적인 방법’이란 실제 거래당사자가 대외적으로 직접 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형식상 중간에 제3자를 개입시켜 간접적으로 거래하는 형태를 말하고, ‘둘 이상의 행위 또는 거래를 거치는 방법’이란 실제로는 경제적 실질상 더 단축된 경로의 거래가 충분히 이루어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합리적인 이유 없이 2개 이상의 행위 또는 거래를 거치는 것을 의미한다. 이 두 가지 방법은 모두 경제적 실질과는 다르게, 외관상 마치 여러 당사자 혹은 여러 개의 독립된 행위 또는 거래가 존재하는 것처럼 거래를 구성하는 것이라는 특징이 있다.

그리고 ‘경제적 실질 내용에 따라 당사자가 직접 거래를 한 것으로 보거나 연속된 하나의 행위 또는 거래를 한 것’이란 의미는 거래가 경제적 또는 사업상 아무런 의미도 없이 본래 의도하는 단일한 거래 또는 행위를 한 것과 경제적 실질이 동일한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요건 외에도 ‘세법상 혜택을 부당하게 받기 위한 것’으로 인정되어야 위 조항이 적용될 수 있는데, 이는 이와 같은 거래를 하게 된 경위나 목적, 그리고 제반사정에 비추어 경제적 합리성을 갖춘 것인지 여부, 각각의 거래가 개별 당사자의 사업목적상 적합한 것인지 등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나. 실질과세원칙을 근거로 당사자가 선택한 거래관계를 부인하는 것의 의미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국가가 사인이 자유롭게 구성한 거래관계를 ‘실질과세원칙’을 근거로 부인하여 과세할 수 있다는 시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실제로 이러한 시각의 과세에 대해서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거래의 중간에 개입된 법인을 도관으로 보고 거래관계를 재구성한 판례도 있었다(대법원 2012.1.19. 선고 2008두8499 전원합의체 판결 등).

 

과세관청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사자들이 선택한 법률관계를 존중해야

 

다만, 이러한 시각을 지나치게 확대해 해석하면 사인이 자유롭게 구성한 거래관계를 함부로 부인해 무리한 과세를 낳는 결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특히 명의신탁 증여의제를 규정한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서 일정한 사실관계 하에서 조세회피목적이 인정되는 경우에만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개별법에서 엄격한 요건을 설정하고 있는 경우와는 달리 국세기본법상의 일반조항을 개별 거래관계를 부인하는 근거로 삼는 것은 언제나 무리한 과세처분으로 이어질 위험을 내포한다.

최근 대법원은 수출입거래의 당사자는 그 명의로 계약을 체결한 자회사임에도 불구하고, 과세관청이 이를 부인하고 그 자회사를 판매관리인으로 본 사안에서, 납세의무자가 선택한 법적형식에 따른 법률관계를 부인하려면 그것이 가장행위라거나 조세회피 목적이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는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기도 했다(대법원 2017.4.7. 선고 2015두49320 판결). 이러한 유사 판결의 취지에 비추어 보아도 특별한 조세회피 목적이 발견되지 않는 경우에조차 납세자가 세법상 혜택을 부당하게 받으려고 하는 것으로 보아 국세기본법 제14조 제3항의 실질과세원칙을 내세워 거래관계를 재구성해 과세하려는 것은 다소 지나친 태도가 아니라고 할 수 없다.

 

4. 맺음말

대상판결에서는 이 사건 모회사와 D회사는 독자적인 실체를 가지고 고유한 목적사업을 수행하고 있음을 인정하고, 단지 이 사건 모회사의 도관에 불과하다는 피고의 주장을 배척했다. 나아가 원고가 D회사에 대한 사업상 채무를 부담하고 있는 상태에서 이 사건 거래를 통해 유상증자로 조달한 자금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한 것은 뚜렷한 동기가 있는 사익 추구 행위라고 평가할 수 있다고 했다.

위의 내용들을 종합하면 원고의 이 사건 거래는 실제 거래당사자가 대외적으로 직접 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형식상 중간에 제3자를 개입시켜 간접적으로 거래했지만, 이는 경제적 실질상 더 단축된 경로의 거래가 충분히 이루어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합리적인 이유 없이 2개 이상의 행위 또는 거래를 거친 것이라고 볼 수 없어, 결국 경제적 실질을 달리 하는 경우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위와 같이 국세기본법 제14조 제3항은 실질과세원칙을 규정하고 있지만 일반조항이라는 점, 이를 무분별하게 확대해 해석할 경우 사인이 자유롭게 구성한 거래관계가 함부로 부인되고 무리한 과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대상판결의 결론은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 법무법인 율촌 이종혁 변호사

•2012 : 미국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Law School 졸업(LL.M.)
•2011 :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원 법학박사 수료
•2006 :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원 법학석사 졸업
•2004 : 사법연수원 제33기 수료
•2001 :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2000 : 제42회 사법시험 합격

<주요경력>
•2007~현재 : 법무법인 율촌 조세그룹 조세쟁송팀
•2011~2012 : Steptoe & Johnson 워싱턴D.C.

<사무소 파견근무>
•2004~2007 : 공익 법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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