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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런 富者, 저런 富者
[칼럼] 이런 富者, 저런 富者
  • lmh
  • 승인 2007.05.14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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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정칼럼] 김진웅 (NTN 논설위원)
   
 
 
서민 속의 갑부

백발이 성성한 76세의 노인이 중고차에서 내려서 서민풍 집으로 들어간다. 그는 이 집에 50년 전부터 살고 있다. 중산층 거주지역에 있는 그 집은 다른 집들과 별반 차이가 없는 소박한 시골도시 주택이다.

으리으리한 담장 값만으로도 서민주택 한 채 값이라는 한국의 부자들 저택과는 거리가 멀다. 시가 8억원 수준의 집이다. 그는 화려한 외부 활동도 없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그를 만나고 싶어한다.

이 노인과 대화를 나누고 싶은 사람들에게 점심식사 기회를 경매에 내놓았다더니 무려 3억6천만원에 낙찰됐다. 그는 극빈자들을 위하여 이런 일을 하고 그 수익금을 모두 기부해왔다. 그는 이제 은퇴하려고 한다.

그를 어릴 때부터 알던 많은 동네 사람들은 그가 투자하는 종목의 주식을 따라서 사다 보니 상당수가 거부가 되었다고 한다. 이는 무려 41조원의 재산을 보유한 세계 2위의 부자이자 오마하의 賢人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의 이야기이다.

버핏은 얼마 전에 자기 재산의 85%인 36조원을 빌 & 멜린다 게이츠 재단 등 5개 자선단체에 기부하겠다고 발표하였다.

기부금으로는 사상 최대의 규모이다. 물론 버핏도 자식들이 있다. 그러나 재산을 자식에게 물려주면 자식을 망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부자의 처신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교과서적으로 보여준다.

미국의 부자들은 워런 버핏과 빌 게이츠가 아니더라도 존 록펠러, 엔드류 카네기, 헨리 포드 등 많은 이들이 자선사업을 하였다. 물론 회사 돈이 아니라 개인 재산에서 기부한다. 이들은 자선활동만 하는 것이 아니라 세금 더 내기 운동도 하고 있다.

상속세를 폐지하려고 하는 미국 정부를 상대로 상속세를 없애지 말라고 압박하고 있다. 부자들이 기꺼이 세금을 낼 또 한번의 기회를 남겨 놓으라는 것이다.

한국의 부자들

어떤 기업인은 자녀에게 비상장법인 주식을 주고 그룹이 그 법인에 일감을 몰아주어 그 주식이 급등하였다.

평소에 존경 받았던 어느 기업인 역시 형제간 다툼으로 조사를 받다 보니 기업에서 수백억을 인출하여 그 기업인과 가족들의 개인 용도에 써왔음이 밝혀졌다.

최근에는 야밤에 어느 기업의 회장이 경호원들을 대동한 채 시내 유흥업소에 나타나서는 금쪽 같은 아들을 때린 술집 종업원 색출 소동을 벌이고, 일행들은 보복폭행을 가하였다는 보도이다.

조폭 두목이 개입되었다고도 하며, 관할 경찰서장은 진작에 이런 사건을 인지하고 있었다고도 한다. 문제의 기업에는 전직 경찰청장이 있고 관할 경찰서장과는 학교 선후배라는 이야기도 시중에 회자한다.

재미로 보는 드라마에서나 나올 저급한 요소는 모두 갖추고 있다. 아직도 재벌이 재력을 앞세워 私刑을 가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우리 사회에 어수룩한 구석이 많은 모양이다.

그 회장은 평소에 자식 사랑이 끔찍했다고 한다. 사실 우리네 부자들의 공통점은 자식 사랑이 유별나다는 점이다. 그래서인지 한국의 부자들은 자신의 부를 자녀에게 물려주기에 골몰한다.

한국의 부자들은 사회에서 얻은 부를 놓고 사회환원보다는 상속을 먼저 생각한다. 때로는 편법을 동원하다가 문제가 되면 재산의 일부를 내놓기도 한다. 점잖은 부자들을 위하여 경제단체들은 틈만 나면 상속세가 과도하다고 강변한다.

稅金의 패러독스

사실 상속세는 지탄을 받는다. ‘근면과 절약’에 매기는 세금이기 때문이다. 또한 세율이 과도하여 두어 번 상속되면 기업의 존속이 어려울 정도라는 일리 있는 비판도 받고 있다.

근면한 사람이 열심히 일하여 돈을 벌면 소득세를 낸다. 그러나 세금 낸 다음에 남는 돈에 대하여는 더 이상 ‘추적과세(!)’를 하면 곤란하다는 의견이 많다.

그 돈을 소비하지 않고 절약하여 모아두었다가 이 세상을 떴는데 거기에 상속세를 또 한번 매기면 일하지 않고 열심히 써버린 사람보다 불리한 차별을 하는 셈이다.

많이 번 사람들은 그만큼 적극적인 경제활동을 통하여 사회에 기여하였으니 우대는 못해줄망정 차별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연유로 적지 않은 나라에서 상속세 제도를 두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런 논리는 건강한 기업풍토 속의 미국에서나 타당한 이야기이다. 한국의 경우는 사뭇 다르다. 한국의 부자들은 많은 경우 건강한 경쟁을 통하여 부를 축적하지 않았다는 비난을 받는다.

비자금을 조성하여 정치자금을 대고 그 대가로 특혜를 받아 재벌로 컸는가 하면, 경제개발 과정에서 부자들은 땅 투기를 하여 불로소득의 단 맛을 즐겼기 때문이다.

게다가 불로소득에 제대로 과세가 이루어지지를 않았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경제개발 덕택에 부동산 폭등이 수십 년간 지속되었지만 시가의 20~30%에 불과한 기준시가로 부동산 양도소득에 과세를 하였기 때문에 부자들은 더 큰 부자가 될 수 있었으나 그들이 낸 세금은 코끼리 비스켙에 불과하였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제대로 과세 안된 富에 대하여 상속세나 제대로 내라는 성토가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한국판 워런 버핏을 기다리며

몇 일 전에 오마하에서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총이 열렸다. 주총은 시골 도시의 축제가 되었다. 버핏을 보러 온 수 많은 사람들이 맥주를 마시고 함께 음악 연주를 즐겼다. 마치 공연장 같은 분위기였다.

버핏이 무대에 올라 하와이 현악기인 ‘우쿨렐레’를 연주하며 노래를 불렀다. 사람들은 그런 그를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 하였다. “워런 버핏(Buffett)은 우리에게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보여주는 인생 교과서이지요. 옆에서 지켜보니 친절하고 소탈한 보통사람일 뿐이에요.

버핏은 다른 사람을 먼저 사랑하고 그 사랑하는 사람이 다시 나를 사랑하면 성공한 삶이라는 신념을 갖고 있어요.” 3년째 버핏을 측근에서 보좌하며 비서 일을 맡고 있는 한인 2세 임효진(미국명 마거릿 임)씨의 증언이다. 물론 우리도 기억나는 분이 있다. 유한양행의 유일한 박사이다. 그러나 그분이 ‘유일한’ 전례이어서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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