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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부-론스타 '5조원대 소송' 쟁점과 전망
한국정부-론스타 '5조원대 소송' 쟁점과 전망
  • 日刊 NTN
  • 승인 2015.05.14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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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스타, 금융위기 당시 외환은행 매각 승인 지연 문제 삼아
한국정부 "그럴만한 사정 있는 합당한 조치"

미국에서 15일(현지시간) 법정공방이 시작되는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 한국정부 간의 소송은 다시 한 번 쓰라린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론스타는 외환은행 인수·운영·매각 과정에서 챙긴 총수익이 4조7천억원으로 추산될 정도로 '먹튀' 외국자본의 대명사였기에 그렇다.

이번 소송가액도 46억7900만 달러(5조1천억원)나 되는 매머드급 송사다.

론스타는 외환은행 인수과정에서의 로비의혹을 시작으로 주가조작 및 고배당 논란을 거쳐 외환은행을 팔고 나가면서까지 먹튀 논란으로 얼룩졌다.

그런데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외환은행 매각과정에서 한국 금융당국의 승인 지연 등으로 손해를 봤다며 한국 정부를 상대로 어마어마한 규모의 송사를 건 것이다.

이 송사는 한국 정부가 당한 사실상의 첫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만에 하나 패소하게 될 경우 물어줘야 할 천문학적인 금액도 큰 부담이지만 유사 소송을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오기 때문이다.

이번 소송 결과에 따라 나라곳간이 축나고 국익은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

그래서 우리 정부는 '국부를 지킨다'는 비장한 각오로 소송 준비에 임하고 있다.

◇ 사건번호 'ARB/12/37' 첫 법정 맞대면…'창과 방패'로 유명 로펌 참여

론스타가 세계은행 산하 중재기구인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한국 정부를 상대로 한 중재를 신청한 것은 2012년 11월 21일이다.

ICSID 자료에는 신청인(원고)은 LSF-KEB홀딩스, 스타홀딩스 등 8곳으로 나와 있다. 법인 근거지는 룩셈부르크가 하나, 나머지는 벨기에다.

사건번호는 'ARB/12/37'. 2012년에 제기된 37번째 중재사건을 뜻한다.

론스타가 내세운 신청 이유는 우리 정부 탓에 외환은행 매각이 늦어져 손해를 봤고, 부당한 세금을 물었다는 것이다. 청구금액은 당초 43억 달러였다가 환율 변동 등을 이유로 46억7천900만 달러로 증액된 것으로 알려졌다.

ISD(Investor-State Dispute)는 해외 투자자가 투자국가의 법령이나 정책 등에 따라 피해를 봤을 때 국제중재를 통해 손해배상을 받도록 하는 제도다.

우리 정부가 ICSID에 제소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미국의 무기제조사 콜트가 1984년 제기한 우리나라 관련 첫 사건은 M16 소총의 로열티가 쟁점이었으므로 ISD가 아니라 상사분쟁에 가까운 사례였다.

ICSID는 2012년 12월 10일 론스타 제기 사건을 등록했고 이듬해 5월 10일 3명의 중재 재판부 구성을 마쳤다. V.V. 비더(67·영국)가 재판장, 론스타과 우리 측이 각각 선정한 찰스 브라우어(79·미국), 브리짓 스턴(73·여·프랑스)이 중재인이다.

우리 측이 선정한 스턴은 파리1대학 명예교수로, 그간 50건이 넘는 중재사건을 경험한 원로다. 국제사법재판소 재판관인 브라우어 역시 경력이 화려하다. 미국 로펌 화이트 앤드 케이스에서 잔뼈가 굵고 미 국무부 법률자문관으로 일하기도 했다.

국내 로펌 세종과 미국의 시들리 오스틴이 론스타를, 태평양과 아널드 앤드 포터가 우리 정부를 각각 돕고 있다. 아널드 앤드 포터는 과거 콜트와의 소송 때 우리 정부를 대리한 인연이 있다.

재판부는 2013년 6월 중순 전화회의를 첫 일정으로 잡아 절차 문제를 상의했다.

정부 관계자는 그간의 경과에 대해 "론스타와 우리 측 간에 크게 두 차례의 서면 공방이 오갔다"고 전했다.

◇ 1차 심리 열흘간 '마라톤 공방' 예상…쟁점은 매각승인 지연 여부와 과세

15일부터 열흘간 미국 워싱턴 ICSID에서 열리는 이번 심리는 첫 법정 맞대면이다. 2차 심리는 6월29일부터 열흘간 열릴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심리는 영어로 진행된다. 양측 대리인 외에 일반인은 참관할 수 없는 비공개 심리다.

초기 구두심문은 재판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양측이 총력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증인 심문도 이뤄진다. 증인으로는 당시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팔려고 할 때 승인권을 갖고 있던 금융당국이나 경제부처 수장들인 한덕수 전 부총리, 전광우·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이 거론된다.

최우선 쟁점은 소송 성립 여부를 다투는 관할권 문제다.

앞선 서면공방에서도 관할권이 핵심 쟁점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론스타가 이번 소송의 근거로 내세운 '한-벨기에·룩셈부르크 투자협정(BIT)'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를 따지는 문제다.

론스타는 벨기에에 만든 자회사들(원고)을 통해 외환은행, 강남 스타타워 빌딩, 극동건설 등에 투자했다.

론스타는 이 때문에 이들 자회사가 투자협정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아가 투자협정에는 페이퍼컴퍼니를 배제한다는 명시조항이 없다는 점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우리 정부는 자회사들이 실체가 없으므로 투자협정으로 보호할 대상이라 아니라는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이 쟁점은 론스타에 대한 과세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론스타가 스타타워와 외환은행 등에 대해 투자했다가 매각 차익을 올린 데 대해 과세한 것도 투자협정과는 무관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004년 말 론스타가 스타타워빌딩을 팔아 수천억원의 양도차익을 올린 데 대해 세금을 물렸을 때도 벨기에 법인인 스타홀딩스가 정상적인 사업활동 없이 조세회피 목적으로 만든 '도관회사(導管會社·Conduit Company)'로 봤다.

또 하나의 쟁점은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 승인 지연 문제다. 해당 청구금액은 세금 관련 부분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론스타는 2003년 10월 외환은행을 1조3834억원에 사들인 뒤 2006년부터 되팔기 위해 국민은행, HSBC와 차례로 매각협상을 벌였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결국 2010년 11월 계약을 거쳐 2012년에야 보유지분 51.02%를 3조9157억원에 하나금융지주에 넘겼다.

결과적으로 엄청난 차익을 봤지만 론스타는 2007년 9월 HSBC에 5조9376억원을 받고 외환은행 지분을 팔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했다면서 더 큰 이익을 챙기지 못한 것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한국 정부에 묻고 나선 것이다.

당시 HSBC의 지분 인수 승인신청에 대한 판단을 한국 정부가 미룬 탓에 2008년 9월 HSBC가 인수를 포기했고, 때마침 세계 금융위기가 터져 하나금융에 2조원가량 손해 보고 팔게 됐다는 것이 론스타 주장의 뼈대다.

사실 HSBC가 외환은행 인수를 포기한 것은 당시 리먼 브라더스 파산 등으로 촉발된 세계 금융위기의 영향이 컸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당시 절차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와 관련해 헐값 매각 의혹에 대한 배임 사건과 외환은행-카드 합병 관련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사법절차가 진행 중인 상황이어서 섣불리 승인해 줄 수 없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던 만큼 주권국가의 정부로서 당연한 조치를 취했을 뿐이라는 얘기인 셈이다.

◇ 빨라야 내년 이후 결론 날 듯…'밀실 대응'에 비판론

이번 구두심리가 끝난 뒤에도 한 차례 정도 서면을 주고받는 과정이 있을 것이라는 게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서면을 주고받는 일도 올해에 이뤄질지 장담하기 어렵다"며 "구두심리 후에는 재판부가 오랜 기간에 걸쳐 판단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빨라야 내년은 돼야 결론이 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상식적인 법률분쟁과 달리 이번 사건은 항소, 상고 같은 불복 기회가 없다.

재판부의 단 한 차례 결정으로 끝이 난다.

그래서 정부는 론스타가 중재 신청 움직임을 보일 때부터 미리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대응해 왔다. 현재 참여하는 곳도 국무조정실, 기획재정부, 외교부, 법무부, 금융위원회, 국세청 등 유관기관이 망라돼 있다.

현재 정부의 기류를 봐서는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재판부의 결정 전에 당사자 간에 중도 합의할 수도 있다.

론스타가 협상안을 제시했다는 관측도 나왔다.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국회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지난해 9월쯤 론스타가 소송가액보다 낮은 두 가지 협상안을 비공개로 제안했다고 한다"고 했다.

과거 콜트와의 분쟁도 합의로 종결됐다.

이번 사건에 대응하는 정부 태도를 놓고도 뒷말이 나오고 있다.

비공개 원칙을 철저하게 고수하고 있어서다.

정부에선 심리 일정은 물론 정부 대표단의 출국일정까지도 함구하고 있다.

나중에 재판부의 결정 내용도 제대로 공개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당사자 간 합의에 따른 것이고 아울러 불필요한 논란으로 소송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된 조치로 보인다.

그러나 수조원의 세금을 외국 자본에 빼앗길 수 있는 소송에서 적절한 정보공개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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