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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준의 LG전자 '오너경영 5년'…명암 살펴보니
구본준의 LG전자 '오너경영 5년'…명암 살펴보니
  • 日刊 NTN
  • 승인 2015.09.29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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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0년 LG전자는 폭풍에 휘말린 돛단배와 같았다. 불과 1년 전인 2009년 2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던 LG전자는 2010년 들어 날개 없는 추락을 시작했다.

피처폰(일반 휴대전화) 시대 승승장구했던 휴대전화 사업이 스마트폰 등장이라는 시류를 읽지 못해 뒤처지기 시작한 것이 결정타였다.

연구·개발(R&D) 등 기업의 내실보다는 외형이나 포장에만 집중했던 당시 경영진의 판단 미스도 더해졌다.

경영위기가 심각해지자 LG는 구본무 그룹 회장의 동생으로 오너가 일원인 구본준 부회장을 구원투수로 투입했다. 임기 중 대표이사를 바꾸는 전례가 거의 없는 LG그룹의 전통을 생각하면 이례적이었다.

그만큼 당시 LG전자가 처한 위기의 심각성을 반영하는 사례로 해석된다.

오는 10월 1일이면 구 부회장이 LG전자를 이끌기 시작한 지 5년이 된다. 구 부회장은 '실점' 상황을 무사히 넘기고 세이브에 성공할까.

◇ 오너가 특유의 뚝심…체질개선·미래 먹거리 창출 주력

2010년 10월 1일 LG전자 새 사령탑으로 임명된 구 부회장은 취임 일성으로 "LG전자의 명예를 되찾겠다"고 대내외에 선포했다.

구 부회장은 "다시 도전하자. 기본부터 다시 시작하자"며 "잘못된 것은 빨리 고치고 잘하는 것은 발전시켜 우리 손으로 LG전자의 명예를 반드시 되찾자"고 임직원들에게 당부했다.

"뭐든 조금 더 독해지고, 세게 해야 한다. 악착같이 일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른바 '독한 경영'의 시작이었다.

당시 구 부회장에 대한 LG 안팎의 기대는 무엇보다도 구 부회장이 오너가의 일원이라는데 있었다.

LG전자의 경쟁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당장의 실적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큰 그림을 그리고 신속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구 부회장이 적임자라는 평가였다.

여기에 LG전자와 LG반도체, LG디스플레이 등을 두루 거치면서 정보기술(IT) 산업에 밝다는 점도 기대감을 높였다.

구 부회장 취임 이후 가장 큰 변화는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 확대다.

그는 어려운 경영여건 속에서도 R&D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취임 당시인 2010년 2조7천억원 수준이던 연간 R&D 투자액은 2012년 3조원을 넘어섰고 지난해에는 3조6천600억원까지 늘어났다. 4년간 37%가 증액된 것이다.

매출액에서 R&D 투자비용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0년 4.6%, 2011년 5.1%, 2012년 5.8%, 2013년 6.2%, 2014년 6.2%로 상승세를 이어왔다.

당장의 이익보다 미래 시장 선점을 위한 LG전자의 각종 행보도 구 부회장의 의해 뒷받침됐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올레드) TV에 대한 투자가 대표적이다.

LG전자는 지난 2013년 세계 최초로 올레드 TV를 내놓고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야심을 밝혔다.

기존 액정표시장치(LCD) TV에 머물러서는 세계 1위인 삼성전자를 따라잡기는 커녕 일본과 중국업체에 추격을 허용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

올레드 TV는 초기 낮은 디스플레이 패널 수율로 인한 비싼 가격 등으로 시장 안착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후발주자인 중국업체 등의 가세로 올레드 TV 시장이 본격적 개화 조짐을 보이면서 LG전자의 '뚝심'이 서서히 빛을 발하고 있다.

연간 수천억원의 손실을 보면서도 올레드 TV를 밀고 나갈 수 있었던 것은 시장 선도형 제품에 대한 구 부회장의 믿음과 확신 때문이었다는 평가다.

구 부회장은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해 기존 기업 소비자 간 거래(B2C) 기업이었던 LG전자를 기업 간 거래(B2B) 기업으로의 체질 변화도 시도하고 있다.

TV와 냉장고, 세탁기, 휴대전화 등 주력사업이 격화되는 경쟁과 시장 포화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새로운 수익원 발굴에 나선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자동차 부품과 에너지 사업이다.

LG전자는 글로벌 자동차부품 사업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관련 조직을 통합해 지난 2013년 7월 VC(Vehicle Components)사업본부를 신설했다. 이에 맞춰 자동차부품 연구개발 핵심기지인 LG전자 인천캠퍼스를 준공했다.

지난해 말 조직개편에서는 전사 B2B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B2B부문과 신사업 발굴 및 전개를 위한 이노베이션사업센터를 신설했다. 태양광과 조명,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에너지 관련 사업을 전담하는 에너지사업센터 조직도 새로 만들었다.

기업의 체질개선과 미래 준비는 과감한 결단과 꾸준한 투자에 성공 여부가 달려있다. 이 부분에서만큼은 구 부회장이 LG전자의 개혁과 변화를 몰고 왔다는데 별다른 이견이 없다.

◇ 실적 부진·낮은 대우에 사기 저하

문제는 실적이다. 기업의 존재 이유는 돈을 버는데 있다. 미래에 대한 충실한 대비가 현재의 수익성 악화에 대한 변명은 될 수 없다.

LG전자의 영업이익은 구 부회장이 취임한 2010년 1천764억원에서 2011년 2천803억원, 2012년 1조1천360억원, 2013년 1조2천847억원, 지난해 1조8천286억원으로 증가했다.

수익성의 지속적인 개선을 이루고 있지만 2009년 수준에 도달하지는 못했다.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5천493억원에 불과해 다시 전년도의 반토막에 그칠 가능성이 커졌다.

G시리즈 등으로 예전의 명성을 회복하는듯 했던 휴대전화 사업이 다시 부진에 빠졌고 세계 정상을 놓고 다투는 세탁기와 에어컨, 냉장고 등의 판매는 정체 상태다.

TV 사업 역시 패널 가격 하락 및 환율 변동성 증가 등으로 큰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취임 직후 '사업부 중심의 완결형 체제 구축'을 내걸고 사업경쟁력 강화를 시도했지만 '돈을 버는' 사업부보다 이를 지원하는 본사 인력만 비대해졌다.

2010년 말 기준 LG전자 본사 인력은 7천600여명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말에는 2만명 규모로 확대됐다.

반면 휴대전화 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MC(Mobile Communication)사업본부 인력은 같은 기간 9천800명에서 8천명으로 감소했다.

구 부회장 취임 이후 최고운영책임자(COO) 산하에 각종 조직이 신설되면서 오히려 사업부서보다 본사가 비대해진 결과다.

떨어진 직원들의 사기도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LG전자 직원의 1인당 평균급여는 2010년 6천400만원에서 지난해 6천800만원으로 6% 가량 늘어나는게 그쳤다. 물가 상승률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삼성전자 직원들의 급여는 같은 기간 8640만원에서 1억200만원으로 18% 늘어났다. 절대금액 자체가 삼성전자가 더 많음에도 불구하고 상승률 역시 높아 격차가 더 벌어지는 양상이다.

이에 따라 직원 사기 저하는 물론이고 인력 이탈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LG 내부에서는 서초동 R&D 캠퍼스에는 '부장과 사원만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한창 일해야 할 차장과 과장, 대리급 연구원들이 낮은 급여 등에 실망하고 경쟁사로 잇따라 이탈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 부회장 취임 이후 R&D 투자를 확대하고 있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알맹이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구 부회장은 '성과가 있는 곳에 보상한다'는 원칙 하에 인재를 과감히 발탁하는 성과주의 인사를 체질개선 수단으로 삼겠다고 했지만 LG전자 안팎의 반응은 차갑다.

LG전자 실적 하락세의 원인을 제공했던 스마트폰 대응 실패 책임이 있는 인사가 여전히 경영진의 일원으로 남아있는 등 '신상필벌'의 원칙보다는 '인화'로 포장된 온정주의가 여전하다는 평가다.

회사의 기업가치는 물론 시장의 신뢰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LG전자의 주가는 한때 10만원에 육박했지만 현재는 5만원 밑으로 떨어졌다. LG전자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구 부회장의 LG전자가 다시 전열을 재정비하고 비상할 수 있을지, 천장을 뚫지 못하고 다시 주저앉을지 주목되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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