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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대한민국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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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12.11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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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정칼럼] 정창영 (NTN 편집국장)
   
 
 


2006년을 마감하는 12월은 종합부동산세(종부세)로 시작됐다. 올 한 해 토론의 단골 주제였던 종부세는 ‘세금 폭탄’에서 ‘나눔의 미학’까지 극에서 극으로 오락가락했다.

최종 바통은 법대로 신고납부 임무를 완수해야 하는 국세청에 떨어졌고, 이 험난한 세상에 그래도 국세청이 흔들림 없는 스타트를 진행시켰다. 시위에 청원에 종부세 반대 목소리가 고성으로 들리지만 기본적인 한계가 있는 제도를 이처럼 치밀하게 집행한다는 것이 요즘 상황논리로는 쉽게 설명하기가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다.

국세청 자체 판단으로는 이번 신고의 성공적 완수를 확신하는 분위기다. 국세청 입장에서는 종부세 신고를 정면 거부하거나 집단적 실력행사가 발생하는 것이 가장 우려되는 대목이다.

이런 현상이 발생하면 종부세는 단지 세금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쟁점으로 부각될 확률이 아주 높고, 불확실성이 극에 달한 안개 정국이 이를 어디로 끌고 갈지 모르기 때문이다.

종부세는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의 대표성을 띄고 있다. 이 때문에 강화된 종부세 첫 신고가 도래하는 12월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셀 수도 없는 가상 시나리오가 써 지기도 했다. 종부세를 매개로 소위 가진 계층의 불만이 유도되고, 이를 계기로 다수의 가지지 못한 자와 편 가르기를 할 것이라는 소문도 등장했다.

종부세가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아주 극단적인 예상이다. 만약 이런 상상이 가능하다면 상대적으로 국세청이나 국세행정이 받는 상처는 설명이 어려울 정도로 치명적일 것이다. 따라서 숙명적으로 종부세 실무를 담당해야하는 국세청은 연초부터 아주 치밀한 준비를 해 왔다.

조직과 인력 시스템을 바꾸고, 몇 차례에 걸쳐 직원들 시험도 치르고, 이밖에도 국세청 특유의 기능과 능력과 정보를 총 동원해...등등. 강남지역의 한 일선세무서 종부세 담당 과장 말대로 “할 수 있는 것은 다했다”로 대변된다.



국세청 수뇌부는 종부세 언론보도에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이면서 보도내용에는 섭섭한 눈치다. 이번 주 전군표 국세청장이 주재한 전국 세무관서장 화상회의가 끝난 뒤 언론이 한목소리로 ‘종부세 거부 엄정 대응’ 보도를 내자 국세청 수뇌부는 한숨과 함께 상당히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아닌데’라는 의미였다.

실제로 전 청장은 이날 회의에서 종부세가 조세로서 갖는 의미와 기능에 대해 상당한 시간을 할애해 재삼 설명했고 종부세 과세대상 납세자들을 한껏 추켜세우며 ‘대한민국에서 성공한 1%’에 든 이들이 자부심을 갖고 납세대열에 동참할 수 있도록 각별한 신경을 쓸 것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2년 이하의 징역 또는...’이라든가 ‘조세범처벌법을 엄격 적용’ 등등 표현으로 납세자를 자극할 이유가 전혀 없고 이번 신고를 ‘성공한 소수가 가슴으로 나누는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실천’으로 밑그림을 그린 국세청이다.

가뜩이나 힘들이고 공들여가며 간신히 납세자를 이해시키고 있는데 갑자기 살벌한 ‘징역’ 이야기가 나오고 ‘엄단’ 표현이 난무하는 상황이 국세청으로서는 결코 반가울 리 없다.

따라서 국세청 고위 관계자는 “우리 직원들은 종부세 납세자에 대한 고마운 마음이 가득한데 언론이 선담(善談)은 외면하고 악담(惡談)에만 관심이 있는 것 같다”고 불편한 심기를 털어 놨다.



이번 종부세 신고는 우리 국세행정 저변에 흐르고 있는 세정의 개념에 큰 변혁을 주고 있다. 그동안 세정이 견지한 방향이 획일적 평등에 기초했었다면 이번 종부세 신고는 적어도 그 틀에 변화를 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종부세가 ‘가진 자’들이 내는 세금인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최상위 납세자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갖고 세정을 전개한다는 것은 확실히 큰 변화다. 그동안 우리 세정의 정서는 ‘가진 계층은 곧 탈세 가능성이 높은 계층’으로 인식한 면이 강했다. 아니 세정의 정서 뿐 아니라 우리사회의 대부분 정서가 그러했다.

이 때문에 가진 계층에서는 기분 좋게 세금 낼 분위기가 아니었고, 가지지 못한 계층에서는 이를 빌미삼아 형성된 부(富)를 죄악시하는 극단적 ‘갈림현상’ 마저 존재하고 있다.

이번 종부세 신고 관련 홍보물에는 유독 납세자에게 고마운 마음을 갖는 문구가 많다. 당연한 일이고 이것이 신기해 보이는 일이 오히려 어색한 일이다. 종부세의 어려가지 논쟁을 뒤로 하고 이 대목에 마음이 쏠리는 이유는 언젠가는 꼭 풀어야 할 세정의 근본이고 문화적 기반이기 때문이다. 편 가르기에 신물 난 국민들에게 세금으로나마 화합된 분위기를 선물할 수 있다는 발상은 아주 무리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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