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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 안내인가, 신고 간섭인가"
"신고 안내인가, 신고 간섭인가"
  • jcy
  • 승인 2007.06.18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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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정칼럼] 심재형, 본지 주필
   
 
  ▲ 沈載亨(本社 主筆)  
 
‘나는 네가 지난해 한일을 알고 있다’― 어느 영화 제목처럼 국세당국이 납세자들의 동태(動態)를 손금 보듯 하고 있다. 이제 대(大)납세자는 물론이려니와 소규모 사업자들도 국세청 전산망의 위력을 실감하기에 이르고 있다. 지난달 종소세 기간 중 납세자들이 받아 본 ‘신고 안내문’에 그 해답이 나와 있다.

지나친 신고 권장 역효과 우려
사업자들의 ‘동선’(動線))을 한눈에 꿰뚫지 않고서는 이런 문건(文件)이 작성될 수 없기 때문이다. 각 사업자별 골프 회원권과 고급 승용차 소유 여부는 기본 중 기본이다. 해외여행 횟수까지 일목요연하게 나타나 있다.

최근 5년간 개인별 신고소득률도 전국 평균률과 대비되어 한눈에 비교 할 수 있도록 적혀 있다.

당신의 씀씀이는 이런데 ‘세금은 과연 낼 만큼 냈느냐?’는 무언의 메시지 같기도 하다. 어찌 보면 남의 제사 상(床)에 감 놔라 대추 놔라 하는 간섭 같기도 하지만 섬뜩하리만큼 사업자들의 내면을 속속들이 들여다보고 있다.

성실신고를 유도하기 위해서라지만 납세자에 가하는 심리적 압박 효과가 더 클 것이라는 느낌이 든다.

이번 종소세 자납세수가 크게 늘어난 원인도 이러한 분위기와 무관치 않은 것 같다. 종합소득세신고 업무로 지난 한 달을 부산하게 보낸 세무대리인들도 똑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도대체 얼마를 신고해야 합격입니까”― 이 기간 중에 안내 쪽지 들고 세무사 사무실을 찾아오는 납세자들로 인해 큰 홍역을 치렀다는 그들이다.

사실 이번 신고기간 중 불출이 아닌 바에야 세무서로부터 ‘안내문’ 한 장 못 받아본 사업자는 거의 없을 정도다. 한마디로 ‘너무나 자상한(?) 국세행정’에 납세자나 세무대리인 모두가 질렸을 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온 납세권(圈)이 국세청 전산망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야말로 ‘성실신고가 최고의 절세방법’이라는 말이 실감 나는 오늘이기도 하다.

모든 사업자를 혐의자로 봐서야

그러나 이러한 내부 파일을 무작정 밖으로 쏟아내는데 문제가 있어 보인다. 국세청 ‘센서’에 포착되는 ‘수상한(?) 사업자’를 걸러내어 족집게 응징을 하기 보다는 다수의 납세자에 대해 일단 ‘검문’부터 하고 보자는 식으로 비춰지기 때문이다.

“당국이 너무나 우리를 깔보는 것 아니냐”는 납세자들의 직설적인 불만도 이래서 나오는 것 같다. 신고서를 받아 보기도 전에 모든 납세자를 싸잡아 불성실자로 보는듯한 행정 방향에 대한 반감이기도 하다. 이른바 국세당국이 추정하는 소득금액 조절 혐의자 유형을 보자.

세무대리인 수임업체 중 최근 5년간 신고소득률이 전국 평균과 유사한 귀속년도가 2개 이상인 경우 일단 소득금액을 인위적으로 조절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물론 행정 내부적으로는 납세자별 성실도(度)를 측정하는데 매우 유용한 자료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이런 유형에 들었다는 이유만으로 불특정 납세자 모두에게 ‘소득 조절 혐의 운운…’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지나친 처사가 아닌가 싶다. 단순 요인은 될지언정 충분조건과는 거리가 먼 사안을 아무에게나 들이 대는 것은 다수의 성실납세자에게 본의 아닌 실례를 범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전산체계는 바람직스러울 만큼 완벽한데 그 운영이 너무 편의적으로 흐르는 것 같다. 더구나 납세자 개인 정보는 어떤 형태이든 정제(精製) 과정을 거쳐 신중성 있게 쓰여 져야 한다. 어느 법인 CEO는 자료상이라는 ‘꼬리표’가 계속 따라 붙어 본의 아닌 곤욕을 치루고 있다.

수년전 대표이사로 근무하던 한 회사가 자료상으로 판명된 사실이 있다하여 지금까지도 사장 개인명의가 국세청 리스트에 자료상으로 등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국세청이 주요납기 때 마다 ‘요(要) 주의’인물로 안내문을 보내는 통에 거래처로부터 본의 아닌 불신을 받고 있는 케이스다.

소득세행정도 ‘선택과 집중’을…

이처럼 세수행정에 실익(實益)만을 염두에 둔 나머지 개인정보를 마구 활용하는 것은 오만(傲慢)한 세정이라는 오해를 낳을 수도 있다. 더구나 주문이 지나치다 보면 신고 간섭이 되어 오히려 인위적 소득조절을 유도하는 역기능을 부를 수도 있다.

5년 치 신고소득률이 이러니저러니 하며 이것저것 제시하다 보면 납세자들은 맑은 정신으로 신고하기가 어렵게 된다. 모름지기 기장사업자들이라면 있는 사실 그대로 신고하는 풍토를 만들어 줘야 한다. 소득세 자진신고납세제가 도입 된지도 어언 10여년.

― 아직도 타율이 존재하고 있기엔 그 세월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자율적인 신고 분위기를 권장하고 보호해 줄 만한 시기가 도래했다고 봐야 한다. 불성실 납세자 잡겠다고 언제까지 다수의 성실계층을 부정적 시각으로 다스릴 수는 없는 일이다.

납세자들도 자신들의 정직성을 당국이 알아 줄 때 비로써 성실납세를 해야겠다는 마음이 싹트는 것이며 개운한 마음으로 세금을 내게 되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소득세행정 분야도 하루속히 ‘선택과 집중’이 이뤄져야 한다. 당장은 밑지는 장사(?)가 될지 몰라도 미래 세정을 위해서는 이것이 정도(正道)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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