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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상책임에 입증의무까지 “부담되네”
배상책임에 입증의무까지 “부담되네”
  • jcy
  • 승인 2007.06.25 1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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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사업계, "FTA 발효 즉시 회계법인 배상폭격(?)"
SK그룹 분식·대우 몰락으로 배상 현실화
재경위 금융소위 ‘감사인 보호 입법안’ 상정
손해보험업계, 회계사배상책임보험 상품화


한국의 공인회계사들이 궁지로 내몰리고 있다. OECD국가 중에서도 지나치게 회계사들에게 부과된 부실감사책임이 크다. 중견 회계법인들조차 기업의 감사업무를 회피하고 있다. 일부 코스닥 업체의 감사는 아예 쳐다보지도 않는다.

FTA 이후 본격화된 해외 선진로펌은 지금 채비를 단단히 조여매고 회계사들에 대한 공세를 준비하고 있다. 꺽여진 한국기업의 감사시스템을 위해 관련법제도의 불균형해소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편집자 주>

중형급 규모 소속의 한 중진 회계사가 기자에게 ‘거침없이’ 고민을 털어놨다. 요지는 “불안해 죽겠다”는 것. 간추려 보면 다음과 같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한국의 금융감리제도를 없애야 합니다.

집단소송이 가능한 상태에서 금감원의 감리규제는 오히려 악용될 소지가 있습니다. 금감원이 감리 규정을 적용하면 당연히 집단소송이 뒤따릅니다. 집단소송이 우선한 경우에는 감리를 하지 못하게 되어있습니다. 감리 후 결과가 어찌되든 당연 집단소송으로 몰아갑니다.

부실을 제어하는 감리의 본 기능이 순수 취지와 어긋나게 집단소송의 빌미를 제공하는 단초가 되고 있습니다. 배상한도에 있어서도 문제입니다. 현재는 피감사 기업의 임원과 동등한 배상의 의무를 가지게 되어있습니다. 만일 기업이 부도 나면 기업이 소멸한 상태에서 감사한 회계법인과 회계사들만 피해보상을 해야 합니다.

거의 무한대의 피해 보상의무가 회계사에게 부과됩니다. 또한 과실에 대한 입증책임을 가져야 합니다. 유통 시장 내 정보는 일반화되어 있습니다. 입증할 수 있는 능력도 증거물도 실제 없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손해배상책임보험으로 커버할 수 있지도 않습니다. 한국공인회계사회 내부에 공제형태의 기금이 축적되어있습니다만 사용의 한계가 있습니다.

손해보험 상품은 국내상품이 아닌 해외 재보험 프론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요율이 지나치게 높습니다. 그나마 국내 대형 회계법인들만 일부 가입한 상태여서 감사반의 개별회계사나 중견 법인의 경우에는 고액의 보험료가 부담되어 가입이 어려운 현실입니다. 유능한 회계사들은 감사업무를 기피하고 회계법인을 떠나기 시작했습니다.

자연히 감사의 질이 떨어지고 사고의 개연성은 더 커지고 있습니다. 부메랑처럼 우리 스스로에게 그 영향이 되돌아 올 것입니다.”

SK분식·대우부실로 배상 현실화

지난 2004년, SK네트웍스(옛 SK글로벌) 회계감사를 맡았던 영화회계법인이 SK그룹 회계부정으로 손실을 입은 39개 SK네트웍스 채권단에게 150억원 가량 현금배상하기로 합의한 적이 있었다. 당시 국내 대형 회계법인이 회계부실을 밝혀내지 못한 책임을 지고 채권금융기관에 거액을 지급한 첫 사례.

배상액 150억원 중 상당 부분은 영화회계법인과 제휴한 해외 회계법인인 언스트앤드 영이 든 보험에서, 나머지는 손해배상에 대비해 내부에 유보한 손해배상준비금에서 지급될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회계법인은 10년 간 SK네트웍스 회계감리를 담당했지만 2조원에 달하는 분식회계를 가려내지 못해 먼저 감독당국으로부터 과징금과 회계사 등록취소 등 제재조치를 받았다.

감독당국 조사 결과 SK네트웍스는 지난 1999~2001년 사이 매출채권을 부풀리고 재고자산을 줄이는 수법으로 대규모 분식을 했다.
이에 따라 채권단은 지난해 중순부터 영화의 부실감사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기로 방침을 정했고 소송 작업을 벌여왔다.

이후 대우의 몰락과 함께 다수의 있고 크고 작은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FTA 개방과 더불어 해외 선진 로펌의 국내 상륙을 기점으로 융단폭격처럼 감사인, 즉 회계법인에 대한 공세가 이루어질 전망이다.
국내 회계법인 및 소속 회계사들은 실제 손해 배상의 예가 현실화돼 소송의 물꼬가 트인 상황에 전문화된 툴로 무장한 해외 로펌의 공세를 예감하며 더욱 위축의 정도가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재경위에 감사인 보호 입법안 상정

한영회계법인의 김성남 부대표는 자본시장육성을 위해 정책변경이 시급함을 호소했다.
“현재 감사인에 치우친 책임 부과는 결국 투자자에 대한 피해로 돌아갑니다. 주요 선진국들의 경우에 재계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여 합리적이며 현실적인 제도가 정착되어있습니다. 미국의 경우에는 회계제도로 인한 경제 낙후요인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기업 또는 감사인의 부담이 큰 경우에 정부기업간 라운드 테이블(Round Table)방식으로 각 요소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 수시로 협의 적용되고 있습니다. EU의 경우에도 과거 대륙법의 보수 성향에서 벗어나 영미법의 비례책임제 등 현실적 접근이 시도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증권거래법, 외감법상의 ‘손해배상책임한도’와 ‘입증책임’ 부분은 우선 시급히 개정되어야 할 부분입니다.”

한국공인회계사회 유태오 기획국장은 “미국의 경우 95년 민사소송법을 개정하여 연대책임제에서 비례책임제로 전환했습니다. 독일은 채권단 등 제 3자가 감사인을 대상으로 소송하는 것은 불가합니다.

단지 피감사회사가 감사인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OECD국가 중에 입증책임을 감사인에게 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합니다.” 감사인 보호 입법안에 관한 설명이다.

현재 국회재경위 금융소위(위원장 엄호성의원)에 상정되어있는 외부감사 관련법 개정안에 대한 국회의 처리절차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금융소위 이계안, 이종구 의원은 개정안에 대한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작업에 들어갔다고 밝히고 있으나 개정 시기나 구체내용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손보업계, 회계사배상책임보험 상품화

한편 손해보험업계는 현재 해외 재보험을 통해 회계사배상책임보험을 상품화하고 있다.
삼성화재 신기홍 기업영업보험 담당상무는 “회계사배상책임의 대형사고를 담보하지 못하는 등 한도가 현실적이지 못한 면이 있다.

부보를 위해서 보험 가액을 늘리려면 당연히 보험료 부분이 가입자 측에 부담이 될 것이나 보험가입이 보다 일반화될 필요성도 있다”고 말했다. 아룰러 “현재의 고요율은 해외 보험상품의 재보험 요율산정에 의해 높아질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감사반연합회 및 일반 중견 회계법인들도 부담 없이 위험을 담보할 수 있는 상품이 개발될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삼성화재 안재천 영업부장은 “회계법인들의 경우 회계사 배상책임보험의 가입 필요성 만큼 가입현황은 적극적이지 못한 면이 있다”며 위험관리에 보다 적극적일 필요가 있음을 역설했다.

회계법인 일부에서는 은행 등 채권단이 자체 심사기능을 갖춰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익명을 부탁한 한 회계사의 말. “보다 전문화된 은행의 여신기능이 필요합니다.

기업에 대한 심사 기능을 감사인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은 잘못된 관행입니다. 회계사들은 회계전문가이지만 우선 기본적인 심사기능은 은행이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만큼의 심사기능에 대한 투자가 필요합니다. 그런 기능이 없었다는 것이 일면 부끄러운 일이기도 합니다. 은행 등 여신권, 감사인, 투자자 모두 각자의 책임이 있습니다. 누구 하나만의 잘못으로 몰아가서는 곤란합니다.”

내부회계 관리제도까지 압박

내부회계관리제도가 전격 시행될 예정이다. 기업의 회계투명성 제고를 위해 기업 내에 회계 관리자를 지정해 6개월 단위로 운영실태를 이사회에 보고하고, 운영실태에 대해 외부 감사를 받도록 하는 등 회계통제 의무와 절차를 강화한 제도.

자산총액 500억원 미만의 비상장 중소기업에 적용되던 내부회계관리제도 적용유예 기간이 올해 말로 종료된다.
유예가 만료되는 기업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1만1728개사로 전체 외감대상회사(1만5757개사)의 73.4%를 차지하고 있다.

금감원은 중소기업의 경영환경을 고려, 대기업보다 완화된 방법으로 내부회계관리제도의 적용 요건 및 평가절차를 규정한 중소기업용 모범규준을 마련, 제공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빠른 변화 추세이다.

FTA 개방과 더불어 국제 회계기준 도입도 진행되고 있다.
몸은 서구화, 선진화되는데 머리는 그대로인 공룡의 머리와 같은 한국의 회계관련 법규, 정비가 시급하다.
/정재원 기자 jj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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