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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집단소송제 발효…“한국 기업들 불안하다”
증권집단소송제 발효…“한국 기업들 불안하다”
  • jcy
  • 승인 2007.07.10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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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코스닥업체·은행권 “나 떨고 있니”
"경영진 도피성 횡령·부도 심각 2008년 5월 소송 줄이을 듯 "

소송 남발 우려…재계 ‘부담 줄이자’ 제도 보완 요구

임원배상책임보험 가입 급증…中企 가입 필요성 커져

미국의 경우 분식회계에 따른 나스닥 상장업체의 증권집단소송 피소가 많았다. 패소에 따른 배상액은 330억원, 대부분 파산 위험이 컸다.
지난해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사 중 집단소송이 제기된 회사는 49개, 나스닥 소속 상장사는 58개였다. 소송에 따른 기업 파산, 주가 하락 등으로 시장가치 한해 총 손실액은 약 49조원이었다.

한국의 기업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 증권집단소송제의 발효로 지난해 특히 코스닥 업체들의 도피성 횡령, 부도가 심했다. 예년에 비해 급격히 늘어난 경영진의 횡령 남발 사고의 배경에 대해 최근 증권선물거래소 시장감시팀 관계자는 증권집단소송제 영향이 있다는 분석을 내 놓았다. 법이 무서워 아예 보따리 싸서 튀자는 심사다.

금감원이 2003년부터 2006년까지 증권거래법이나 외감법 위반으로 제재한 회사는 300여개 회사이다. 이 가운데 집단소송 대상인 분식회계 관련 제재를 받은 회사는 200사를 넘는다. 전체 상장사 중 12% 이상이다.

그러나 2007년 제도 시행에 앞서 2년 동안 유예기간을 둔 결과 상당수 기업이 감리과정에서 유예조치 등 감면받거나 면제를 받았다. 유예를 조건으로 회계 자진 수정을 유도한 결과이다.

2008년 5월부터 소송 시작

2007년 4월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제도 시행이 발효됐다. 실제 증권집단소송제 적용대상은 2007 회계연도 3월까지의 1분기 사업보고서부터이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올 5월, 2006년도 사업보고서에 대해 감리대상업체를 지정하고 2008년에야 올 회계연도 사업보고서에 대한 감리업체를 지정할 예정이다.

즉 정상적인 경우라면 내년인 2008년 5월에야 소송대상 업체가 나오게 된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실명으로 구체적인 자료를 제공한 제보의 경우 특별감리를 통해 회계부정을 적발할 수도 있어 올해 당장 첫 대상업체가 나올 수도 있기는 하다. 윤증현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은 "미국 사례를 국내에 적용해 보면 연간 20여 개 상장기업이 증권집단소송을 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어느 시점을 지나 다수의 소송 사례가 줄을 이을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 “나 떨고 있니?”

회계법인들조차 감사를 기피하고 있는 다수의 코스닥업체들이 실제 위험군이다. 그러나 의외로 주요 시중은행마다 수천억원대 송사에 휘말려 있는 등 은행들이 현재도 소송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지난 3월 국민, 신한, 우리, 하나은행 등 주요 4대 은행이 공시한 2006년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은행의 경우 피소로 계류중인 소송은 지난해 말 기준 177건으로 소송가액만 5134억 6800만원에 이른다. 증권 집단 소송제가 아닌 일반 피소의 건인데도 그렇다.

국민은행은 특히 올해 1월 로또복권사업자인 KLS로부터 4458억 7700만원 상당의 복권 수수료 청구 소송을 당해 누적 소송금액이 1조원에 육박한다. 신한은행도 피소건수가 212건, 소송금액은 2406억원에 달한다. 우리은행은 피소건수가 239건으로 제일 많았으나 소송가액은 2303억원으로 3번째다. 하나은행은 117건, 1630억원 이었다.

은행권은 유달리 피소건수나 금액면에서 제일 많은 경우의 기업집단군에 속한다. 당연히 증권집단배상책임의 경우에 있어서도 예외 없이 고위험군에 속한다.

기획 소송 남발 우려

사법연수원 1000명 시대를 맞아 변호사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소송 남발 및 소송의 질 저하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특히 자유무역협정(FTA) 이후를 가정한다면 해외 선진 로펌의 공습도 준비해야 한다. 회계사배상책임보험의 예와 같이 FTA 이후를 대비해 손해배상액 및 입증 부분의 법 개정도 요구될 수 있다. 재계는 기업들의 부담을 줄이는 쪽으로의 제도보완을 계속 주장하고 있다. 실제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관련 법 보완을 요구하는 것은 두가지다.

첫번째는 남소 방지차원에서 소를 제기한 원고들의 입증책임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것.

두번째는 기업들의 주가조작 등으로 투자자들이 본 피해액 산정시점을 현재의 소송 1차 변론종결 시점에서 소 제기 시점으로 앞당겨야 한다는 것이다.
금감원 고발 이후 증권집단소송 순으로

그러나 지난해부터 증권집단소송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단 한 건의 소송도 제기되지 않아 실효성 논란도 일고 있다.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금융감독당국에 의해 주가조작이나 허위공시 혐의가 드러나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사안이 20여건에 이른다.

그럼에도 단 1 건의 소송도 제기되지 않은 것은 결국 증권집단소송법을 제기하는 것 자체가 너무 어렵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현재 집단소송을 제기하려면 50명 이상의 주주가 해당 기업의 유가증권 총액의 1만분의 1을 보유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소 제기가 검찰이나 금감위의 조사발표에 의존토록 돼 있는 구조이고 선의의 소송도 패소하면 천문학적 액수에 이르는 회사측의 소송비용을 물어줘야 하는 부담도 크다.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제기된 20여건의 사안 중 집단소송의 적합성이 뚜렷하지 않아서일 수도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금감원의 규제안에 포위당할 경우의 수는 더 많아질 것으로 추측된다.

그 동안 2년의 유예기간 동안 자진 공시 등을 통한 유예, 면책의 경우가 많았고 일부 고의 횡령, 부도로 사업을 접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위험 기업이 어느 정도 자정된 효과다. 따라서 당분간 관련 소송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상당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추측도 가능하다. 그러나 고의든 타의든 사고의 개연성을 가진 유기체인 기업 입장에서는 초조해하지 않을 수 없다.

임원배상책임보험 가입 급증

임원배상책임보험의 가입이 증가하고 있다. 올해 증권집단소송제가 본격 시행되는 등 기업들의 소송 위험이 커지면서 지난해 10대 그룹이 소송에 대비해 지급한 보험료가 약 35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대 그룹의 72개 상장 계열사의 기업당 평균 4억8000만 원의 보험료를 낸 셈이다. 금감원은 2007년부터 집단소송제의 적용대상이 자산규모 2조원 이상의 거래소 상장회사에서 거래소 및 코스닥시장 전체 상장회사로 확대적용되면서 소송비용이 급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지난 2년간 한시적으로 인정되던 과거 분식회계에 대한 집단소송법 적용배제도 지난 1월부로 종료됐기 때문에, 회계·공시관련 내부통제시스템이 미비하고 법률 및 회계분야 전문인력이 부족한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은 집단소송에 연루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지적이다.

2005년 상장회사협의회 ‘주권상장법인 임원배상책임보험가입현황’자료에 따르면 상장사 기준 가입률은 34.4%이며 국내 상장사 655개 중 225여개 업체가 가입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 2조원 이상 법인은 가입율 90.9%, 자산 2조원 미만 법인은 가입율이 26.9%였다.

그러나 실제 손보업체를 통해 보험 가입사례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LIG 손보 법인영업부 이종희 과장은 “2조원 미만규모 중소기업의 보험가입이 늘어나고 있다. 관련 필요성도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원배상책임의 상품특성상 사고 위험 전부를 담보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의 투자자 보호관점에서는 오히려 필수적인 가입장치로 인식될 필요가 있다.

기업의 힘도 쎄다

최근 미국의 집단소송에 대한 판결현황은 기업에 유리한 면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미국식 방식을 따르고 있는 한국의 경우 유의할 필요도 있을 것 같다. 무의미한 소송의 남발로 인한 낭비요소를 인식한 일부에서 미국의 소송 개혁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기업들이 재력을 바탕으로 소송개혁 홍보 및 의회 로비 등을 통한 집단 대응에 나서면서 가속도도 붙었다. 미 의회는 2004년부터 ‘소송남용제한법’과 ‘집단소송의 공정성을 위한 법’ 등 소송개혁과 관련된 법을 잇따라 통과시켰다. 주(州)별로 위자료와 징벌적 손해배상 규모, 기업의 배상책임을 제한하는 움직임이 확산된 데 영향을 받은 것. 최근의 기업환경과 관련한 변화 속에서 생존방법은 무엇보다 강인한 기업구조 유지와 소신을 바탕으로 한 투명하고 자신감 있는 경영만이 해답일 것 같다.

/정재원 기자 jj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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