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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稅政칼럼]납세자에 대한 예의
[稅政칼럼]납세자에 대한 예의
  • jcy
  • 승인 2007.11.26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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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영 편집국장
   
 
  ▲ 鄭昌泳(本紙 編輯局長)  
 
- 비가 새고 벽이 갈라진 세무서


국세청에 쇄신이 주문되는 시절. 미안하지만 감이 떨어져도 한참 뒤떨어지는 한심한(?) 소재를 꺼내본다.

일선 세무서에 비가 새고, 벽이 갈라지고, 재래식 화장실에서 악취가 풍긴다. 비가 오면 상습적으로 침수 돼 직원들이 바가지로 물을 퍼내고, 사무실 바닥이 주저앉아(침하) 합판을 걸쳐 놓는가하면 천정 노후배관에서는 물방울이 떨어진다.

38년 된 청사건물은 더 이상 화장(페인트)이 의미가 없음을 맨몸으로 보여준다. 비좁은 주차장에서는 납세자들이 핏대를 올리는 일이 다반사이고 늘 주변 민폐로 이어진다. 왕복 2차로 좁디좁은 세무서 앞 도로는 민원인 차량으로 긴 줄을 서기가 일쑤고 세금 내러 오는 납세자나, 세무서 옆 인근주민이나 얼굴빛이 붉어 있기는 매한가지다.

종부세에 근로장려세제, 사회보험통합징수까지 국세행정에 일은 자꾸 떨어지고, 식구는 늘어나는데 이대로 가다간 세무서가 노래가사처럼 ‘비가 새는 작은 방에 새우잠’을 잘 처지가 될 것이 뻔하다.

비가 새든 벽이 갈라지든 내 집이라도 있는 곳은 그래도 형편이 낫다. 아예 셋방살이로 전전하는 세무관서도 허다하다. 말이 임차청사지 일반 건물과 관공서 건물은 설계단계부터 다르기 때문에 민원인들은 건물에 용도를 맞춘 ‘셋방청사’ 좁은 복도에서 ‘어깨를 마주치며’ 열심히 세금을 내고 있다.

50~60년대 이야기가 아니고, 고전 속에 나오는 흥부네 집 이야기는 더더욱 아니다. 국민소득 2만달러, 140조원대 세금을 거두는 대한민국 일선세무서 현장 풍경이다. 70년대 하드웨어 표지에 제목으로 달린 ‘세계 초일류 국세청’의 구호가 덩그렇다.



국세청은 전국에 134개 세무관서 청사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 관서 중 지은 지 20년이 넘은 노후청사는 51개, 아예 세 들어 있는 임차청사도 9개나 된다. 노후청사에 임차청사를 더하면 전체 세무관서 청사 중 이들 ‘부실청사’가 45%를 차지한다.

이 같은 청사환경을 방치하다시피 해 온 국세청이 최근 몇 년 사이에 바짝 열을 올리고 있지만 이미 ‘고령화 시대에 진입한 청사’ 흐름을 해소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국세청은 그동안 청사 신 증축 예산으로 연간 300억원을 써왔다. 이는 해마다 세무서 3~4개를 새로 짓는 수준. 자연 도래하는 노후청사가 해마다 5~6개에 이르는 현실에서 개선은 커녕 본전조차 건지지 못해 온 상황이다.

한상률 국세청장 내정자도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는 이 문제는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결과 올해 746억원(지난해 399억원)의 예산을 확보했지만 예산 증가액은 역시 세무서 3~4개 신축을 할 수 있는 정도. 일선청사의 ‘신음소리’를 잠재우기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세무서 옆 교부금 타 쓰는 지자체 청사는 공간이 남아 고즈녁하기까지 하고 주차장 인심도 후한데다 헬스클럽 뺨치는 체력단련실도 갖추고 있다.

2년 순환 국세청 인사방침에 따라 지역을 넘나드는 교류인사가 해마다 단행되지만 원거리 지방세무서에는 직원합숙소 조차 아예 없는 곳이 허다하다. 청렴한 직원이 승진의 기쁨도 잊고, 순환인사의 다음 희망을 가질 겨를도 없이 거처를 걱정해야 하는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까.



핵폭탄급 변화가 하늘을 찌르는 시기에 태평하게 별로 급하지도 않은 청사 문제를 꺼내 어색할 수 있다. 지금은 국세청 ‘쇄신’에 시선이 쏠리는 마당에…. 워낙 대형 사건을 겪었던 국세청이니만큼 ‘국민이 납득할만한 조치’가 필요하기도 하다.

말 그대로 ‘바꾸고’, ‘결의대회 하고’, ‘특단의…뭔가’를 내고, ‘근본적 시스템…’ ‘구호’ 등등 쇄신을 위한 메뉴는 다양하고 얼마든지 있다. 뭘 선택하든 그것은 국세청의 몫이다.

그러나 과거의 시각으로 접근한다면 국세청이 어떤 방책을 낼지 국민들이 이미 알고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불같은 현 상황을 ‘넘기는 식’은 해결책으로 부족할 수밖에 없다.

개인의 문제가 확대돼 불필요한 수준의 조직 쇄신으로 이어지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를 계기로 냉철하게 조직 내 외부를 되돌아보며 진솔한 변화를 추구한다면 그것은 오히려 의미가 있다.

작은 문제지만 비새는 집을 방치하면서, 내부 고객에게는 홀대와 희생을 감내하도록 요구하면서 밖의 그 무엇인가에만 열중한다면, 그러면서 ‘아주 잘 해야 한다’고만 강조한다면 과연 이것이 쇄신의지인지 생각할 문제다.

결국은 조직의, 사람의 문제다. 국세청이 비록 작은 것이지만 소홀히 버리지 않고 본연(本然)에 충실하려는 노력을 진정으로 기울일 때 국민은 국세청에, 세정에 다시 신뢰를 보낼 것이다.

해결방안은 국세청 안에서 찾아진다. 거창한데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낡고 비좁은, 납세자들이 세무관서를 찾았다가 불편한 심기를 가졌던 일선 말단 청사 이야기를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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