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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 재 형 칼럼 <국세신문 제981호>
심 재 형 칼럼 <국세신문 제981호>
  • 승인 2008.03.25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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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행정 개혁은 이런 것부터


한상률 국세청장이 ‘경직된 관료 조직을 고객 지향적 기업 형 서비스 기관으로 전환하는 국세행정 쇄신안’을 내 놓아 국세청 내부는 물론 전체 납세계층의 시선을 끌고 있다. 고객인 납세자를 섬기기 위해 납세자 시각에서, 납세자가 기대하는 혁신활동으로 납세자 신뢰를 지속적으로 높여 나가겠다는 것이 쇄신안의 주요 골격이다. 여기에는 GE 등 세계적 초일류 기업의 경영관리 기법을 도입, 활용하겠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전사적 6시그마’운동으로 과세품질을 근본부터 혁신하여 장기적으로 과세 불량률을 ‘제로’화 한다는 게 최종 목표다. 납세자 편의 중심의 개량모델로 세정의 성과를 높이려는 개혁의지에 일단 박수를 보내고 싶다. 다만 이번 세정 개혁의 성과는 납세자로부터 공감을 얻어내는 그런 개혁이 됐으면 싶다. 과거 경험상 수차례에 걸친 세정 개혁 결과는 소리만 요란했을 뿐 납세자들의 밑바닥 정서와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큰 것만 내다보면 소리만 요란
지금도 일선 현장에서는 납세자 권리구제와 관련해 가슴을 치는 납세자가 한 둘이 아니다. 한마디로 불복청구 사안 심리에 역지사지(易地思之)가 없다는 것이다. 억울한 납세자 한 명을 못 구하면서 아흔아홉 가지 잘한다고 떠든들 무슨 소용이냐는 탄식이 예서제서 나온다. 국세당국 입장에서는 (조세심판원에 비해) 운신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으며 절대인력 또한 부족한 실정이라지만 납세자에게 이 같은 사정을 강요할 수 는 없는 일이다. 사소한(?) 문제로 납세자들의 염장을 건드리는 일도 심심찮게 발생한다. 한 예로 납세의사 결정에 혼란을 주는 사안에 부딪힌 어느 납세자가 국세당국에 장문의 질의를 보낸다. 하지만 당국의 회신은 “…사실판단에 의할 사항임…”이라는 코멘트가 고작이다. 물론 질의 같지 않은 질의에 대해서는 이만한 답변이 없겠지만 쟁점이 분명한 예민한 사안에 대해 직답을 우회적으로 피해 간다면 서비스 세정이 무색해 진다. ‘세월아 네월아’― 이제 질의 회신 답변이 수개월 씩 늘어지는 데는 이골이 난 납세자들이다. 또 이런 문제는 어떠한가. 지금도 국세종합상담센타에는 서면 상담 팀을 제외한 전화상담 요원만도 80여명에 이르고 있다. 이들 요원들은 하루 종일 목이 쉬도록 전화 상담에 응하고 있지만 이들의 답변은 어이없게도 구속력이 없다.

납세자 불편 주는 ‘전봇대’부터…
이 답변을 액면 그대로 믿고 납세의사를 결정했다간 큰 낭패를 볼 수도 있다. 그야말로 ‘심심풀이 상담’인 셈이다. 그런데도 국세당국은 이 조직을 계속 이끌어 나가고 있다. 전산 운영자들의 안일함이 IT 강국을 무색케 하는 사건도 벌어진다. 외국계 회사 연락 사무소에 난데없는 법인세 신고 안내서가 날아든다. 불성실신고 시 불이익이 따르니 성실신고 해 달라는 요지이다. ‘사업자 등록번호’와 수익사업 없는 비영리 법인의 ‘고유번호’가 분명 유별(有別)한데 이를 구분 없이 쏟아낸 결과다. 법인세를 내라는 안내문에 화들짝 놀란 관계자가 관할 세무서를 찾지만 그 대답 또한 두루뭉수리다. 좀 과장을 한다면 국제적으로 체면이 걸린 문제이기도 한데 ‘아니면 말고’식이다. 최소한 공문으로라도 사무착오임을 밝혀줘야 했을 문제다. 이렇듯 작으면서도 중요한 문제들이 개선되지 않은 채 답습 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국세행정 개혁은 납세자를 불편하게 만드는 ‘전봇대’를 뽑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세정의 품질을 높이면서 남는 세정 여력(餘力)을 납세자 서비스 부문에 쏟아 부어야 한다. 국세종합상담센타의 불필요한 인력 감축에 따른 예산으로 국세심사 파트와 법규 팀의 인력을 증원하는 문제도 재고할 가치가 있다. 이렇게 해서 서비스 세정의 질(質)을 납세자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게 해야 한다.

작은 것 중시하는 실용적 개혁을
고소득 자영업자 세무조사로 얼마를 추징했다든가 천문학적 법인세를 추징했다는 실적 공표가 국세행정의 대표적 브랜드로 자리 잡아서는 곤란하다. 다수의 보통 납세자들에게는 잠시의 ‘눈요기’가 될지언정 이것이 세정의 신뢰를 높이는 ‘깜’이 될 수는 없다. 국세청은 엊그제 자체적으로 ‘국세행정 개혁 위원회’를 구성, 출범시켰다. 이 위원회는 앞으로 선진국 세무행정 개혁사례의 벤치마킹은 물론 국세행정 개선과제 등을 연구하고 효과적인 개혁 방향을 제시하게 된다. 이 위원회의 출범을 보면서 큰 것에만 매달리기 보다는 ‘작은 것에 목숨을 거는’ 실용적 개혁을 위한 출발이 되기를 기대한다. 정작 납세자를 위하는 길은 거시(macro)세정이 아닌 미시(micro)세정이다. 이것이 납세자가 바라는 진정한 국세행정 개혁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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