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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稅政칼럼] 일본 벤치마킹
[稅政칼럼] 일본 벤치마킹
  • jcy
  • 승인 2008.07.15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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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鎭雄本紙 論說委員
   
 
 
일본 스모[相撲]를 보면 일본문화의 코드를 보는 듯하다. 스모는 생경하고 이질적이다. 경기장을 가득 채운 남녀 관중 앞에 거구의 선수(리키시, 力士)들이 여성적으로 머리를 가지런히 올려 묶고 기저귀만 차고 나타나는데 그들이 드러내는 하얀 엉덩이에서 오는 희극성과 부끄러움을 선수 대신 우리 스모 문외한들이 모두 감내하여야 한다.

역사들이 일단 원형 경기장(도효, 土俵)에 오르면 기마자세를 하고는 양다리를 번갈아 옆으로 들어 올렸다가 힘껏 내리 딛는 시코(四股)라는 독특한 동작을 반복한다. 심판(교지, 行司)은 두 역사의 호흡이 맞았다고 느낄 때 겨루기를 명한다. 도효 안에서 쓰러지거나 도효 밖으로 밀려 나면 진다.

우리 씨름은 5판 3승이어서 역전이 있고 과정이 흥미진진하며 승자는 요란한 세리머니를 벌이는 데 비하여, 스모는 단판승이며, 승부가 끝나면 목례를 하고 조용히 물러날 뿐 승자든 패자든 무표정하다. 마치 종교의식과 같은 느낌이다.

일본은 섬나라이다. 섬에서 밀려나면 더 이상 갈 곳이 없다. 바다에 빠져 죽어야 한다. 원 밖으로 밀려나면 지는 스모의 모습과 같다. 섬 안에 생존하려면 일본인은 ‘와’(和)를 지켜야 한다. 이를 어기면 이지메라는 집단적 제재를 받는다. 그러다 보니 역사적으로 일본은 세력가들의 권력투쟁에도 와(和)가 존재하였다. 와(和)의 중심 추 역할은 덴노(天皇)가 맡았다.

한일 양국간의 문화적 유전자는 서로 다르다. 우리는 효(孝)를 중시한 반면, 일본인들은 충(忠)을 중시했다. 우리가 독자적으로 한글을 만든 반면 그들은 한자를 축소시켜 이두를 만들었다. 우리는 붓 문화 속에 노(老)의 지혜를 숭상했지만, 일본은 칼의 역사 속에서 젊은 사무라이를 흠모하였다.

한국과 일본은 이렇듯 역사와 문화의 DNA가 다르다. 그들의 유전자는 칼 앞에 보이는 가외(可畏)이다. 그들은 권력이 있는 자에게 편입되는 그들 식의 和에 따르다 보니 복종의 문화에서 현대적 시민사회로의 진화가 상대적으로 더딘 나라가 되었다.

그들은 2차 대전 중에 가미가제를 하고, 1945년 패전하자 많은 사람들이 천황 만세를 외치고 할복(하라끼리)을 하였다. 이렇듯 그들은 복종, 충(忠)의 의무를 다하다 보니 칼의 문화(루스 베네딕트의 표현)에 머무르며 근대적 의미의 시민이 되는 기회를 가지지 못하였다. 그래서인지 2차대전의 전범이면서도 피해국에 대한 화해와 반성이 서투르다. 결국 경제대국이지만 그에 걸 맞는 문화적 위신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과거 우리는 많은 것을 일본에서 얻을 수 밖에 없었다. 세제와 세정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이제 일본에서 배울 세제와 세정은 그다지 많아 보이지 않는다. 일본의 행정 실태와 관료제도는 황국신민적인 유전자를 지니고 있어 현대시민사회를 지향하는 섬김 행정에는 결코 본보기가 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과거에는 일본을 곁눈질하여 왔지만 이제 세법을 고치거나 예규를 생산하면서 우리 과세당국이 일본의 세제와 세정을 참조하겠다는 사람은 더 이상 없어야 할 듯 하다. 우리 세정은 생각보다 잰 걸음을 내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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